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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은행, 부실 방어막 ‘코코본드’ 발행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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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조기 상환액 1.5조…코코본드 발행액 2조 전망
위험자산 증가 속도 빨라 선제적 자본 확충 필요
코코본드 금리 5~6%로 높아 투자자 몰려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5년 전 발행한 코코본드의 조기 상환일이 다가오는 데다, 경기 악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 완충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올해 6월 이후 하반기 금융회사의 코코본드 발행액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수천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을 계획 중이다. 최근 주관사를 선정하고 증권신고서 제출 등의 발행 절차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계열 지주사인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5월 4000억원어치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바 있다. DGB금융지주도 이달 1500억원어치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코코본드는 만기가 30년 이상인 채권이다. 채권이지만 자본의 성격을 갖고 있어 금융회사의 자본(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만기가 영구적이고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구조가 유사하다. 하지만 코코본드는 영구채와는 달리 사전에 정한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감독 당국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 해당 금융회사가 발행한 코코본드는 자동 상각 처리된다.


코코본드 발행시장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코코본드 공모발행 희망액이 2700억원이었으나,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자금이 몰리면서 최종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달 코코본드를 발행한 DGB금융지주도 예정 발행액인 1050억원을 넘어서는 투자 수요가 모이면서 최종 발행액을 1500억원으로 늘렸다. 최근 금융지주사가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금리가 5~6%로 높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채권시장 금리가 안정된 데다, 국내 금융지주사나 은행들이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될 확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코코본드에 대한 수요가 많이 몰렸다"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금융회사가 발행 타이밍을 잘 잡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충분한 투자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농협은행에 이어 J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이 순차적으로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코코본드 발행을 시작한 것은 2018년으로, 5년 후인 올해 하반기부터 이들 금융회사의 코코본드 조기 상환일이 연이어 돌아온다. 코코본드를 발행한 금융회사는 대부분 발행 후 5년 후에 콜옵션을 행사해 채권을 조기 상환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조기 상환액 이상으로 증액해 코코본드를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사 산하 계열사들의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등 경기 악화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에 따른 자본비율(BIS비율) 하락에 대비해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BIS비율은 전체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자본(Capital)의 비율로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얼마나 손실 완충력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RWA는 금리 변동 등의 시장위험 자산, 신용위험 자산, 운영위험 자산 등을 자산별로 정해진 가중치를 적용해 합산한 수치다. 코코본드는 보통주 자본(기본자본)에 더해 완충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일부 금융지주사의 RWA 증가율이 자본 증가율을 상회해 BIS비율이 다소 하락했다. 6월 이후 조기 상환일이 돌아오는 코코본드는 총 1조5760억원 규모다. 이들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자본을 보충하기 위해 조기 상환액 이상의 코코본드를 발행한다면 하반기에만 2조원 이상의 코코본드가 발행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의 자본비율은 충분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위험자산의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금융 당국도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에 추가적인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있어 코코본드 발행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회사의 코코본드 발행이 허용된 점도 발행 물량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오는 7월 시행된다. 개정안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가 자본 확충 수단으로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로 자본비율(RBC비율)을 확충해왔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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