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이 주의 관.종.]중국인마저 설화수 외면…아모레퍼시픽 언제 살아나나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한·중 관계 악화에 중국 매출 타격…주가 연초 이후 25%가량 급락
북미·유럽 시장 공략 긍적적…설화수 리브랜딩 효과 기대

편집자주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한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주에는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을 분석했습니다.

꼬일 대로 꼬인 한·중 관계 탓에 아모레퍼시픽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K-뷰티에 쏠렸던 중국인들의 관심이 해외 명품 화장품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아모레퍼시픽이 사드 배치와 코로나19 봉쇄에 이어 중국 시장에서 또 한차례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극심한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회사는 최근 고가 브랜드 ‘설화수’를 리브랜딩하고, 미국과 유럽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여전히 중국이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회사의 변화를 실적으로 보여주고, 투자자들을 설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25%가량 하락했다. 연초 13만5000원으로 출발해 15만원 선을 넘어서는 듯했지만 이후 우하향 흐름을 이어가면서 26일엔 1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주가를 끌어내린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중국의 수요가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아모레퍼시픽이 올해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 탓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20억원, 1700억원어치 이 회사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와중에 개인은 2282억원 순매수하며 나 홀로 주식을 사 모았다. 중국의 경기가 나아질 경우 아모레퍼시픽 실적도 함께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이 더 크게 반영된 것이다.


2016년 사드 때 꺾인 실적…코로나19 이후 한 차례 더

코로나19 상황이 종결됐지만,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사드 보복 사태 여파로 실적 성장세가 꺾인 바 있는데, 코로나19 발생으로 화장품 산업이 침체되면서 현재까지도 이전 실적 규모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2019년 매출액 5조5800억원, 영업이익 4280억원을 기록했는데, 2020년엔 매출액 4조4320억원, 영업이익 1430억원, 2021년엔 매출액 4조8630억원, 영업이익 343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22년엔 4조1350억원, 영업이익 2140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은 2019년 대비 반토막 났다.


올해도 실적 회복이 요원하다. 중국만 열리면 다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1분기 회사는 1조91억원의 매출과 8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52% 넘게 하락한 수치다. 자회사인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정작 아모레퍼시픽이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탓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 매출액은 25% 감소해 552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면세 매출 하락으로 영업이익도 60% 넘게 쪼그라들었다. 해외 부문은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전년 대비 16% 떨어진 349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중국 법인의 영업이익은 90% 넘게 급감해서 한 자릿수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2분기엔 어닝쇼크 전망이 나오고 있다. 2분기 시장에서 예상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951억원, 543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하고,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최근 보고서를 발간한 하나증권은 2분기 매출액으로 9276억원, 영업이익 344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중국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회복 없이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시장은 설화수 재고 처리에 따른 매출 차감과 재고 폐기 등 일회성 요인 때문에 실적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설화수 매출 증가율은 10%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투자증권은 매출액 9490억원, 영업이익 275억원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브랜드 젊어졌지만, 비용 부담 커지고 중국 소비자는 명품에 눈 떠

설화수 리브랜딩 마케팅 비용 증가도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브랜드라는 콘셉트에 맞춰 기존 패키지를 바꾸고 주력 제품의 용기 디자인도 변경했다. 중년 여성들의 한방 화장품이라는 이미지에서 2030 여성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으로 리브랜딩 하기 위해서다. 브랜드 앰버서더도 '블랙핑크' 멤버 로제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리뉴얼 마케팅 초기인 만큼 2분기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집행할 것”이라며 “하반기 부담이 경감되겠지만 리뉴얼 마케팅 시기상 4분기 전후로 매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화수를 최고로 쳤던 중국인들도 줄고 있다. 한국 화장품에서 맥, 입생로랑, 에스티로더, 랑콤 등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와 자국 브랜드로 소비가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인들의 화장품 소비가 늘지 않고 있는 데다, 한·중 갈등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이 이유다. 여기에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개선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다. 화장품 판매 비중이 절대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이 시작한 6·18 쇼핑 축제 사전판매에서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나스가 화장품 분야 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맥, 입생로랑, 에스티로더, 랑콤이 이름을 올렸다. LG생활건강(후)과 아모레퍼시픽(설화수)은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중저가 화장품 제조 업체인 프로야의 차이팅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부문의 매출 개선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업 부문은 면세 매출과 백화점, 방문판매, 이커머스 부문으로 구분되는데,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매출 축소로 화장품 면세 매출이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따이공 비중 축소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면세 실적 부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 선전하고 있지만…투자는 "보수적으로" 조언

중국을 대상으로 한 비중을 줄이고 비중국 부문을 육성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중국과 비교해 유럽과 북미지역의 매출 비중은 한참 적다. 회사 매출의 핵심 지역은 중국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아시아지역 매출 비중은 30% 수준이지만, 유럽과 북미지역의 매출 비중은 각각 1.9%, 6.9%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성장세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유럽과 북미지역의 해외 매출 비중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2021년엔 200억원으로 6%대였지만 올해는 34%(840억원)로 비중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하퍼' 인수를 완료했고, 설화수 입점 채널 확대, 라네즈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실적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유럽과 북미지역 대상 주요 브랜드 마케팅 강화로 성장률이 어떻게 나오느냐”라며 “올해 성장률을 보면 유럽 89%, 북미 73%로 큰 폭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지역 매출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중국 시장 매출이 실적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14만~18만원대다. 가장 낮은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한 DB금융투자는 “주가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중국법인 수익성이 2분기 재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종 내 상대적 주가 매력도는 크지 않다”며 “2분기 중국 사업부의 실적 저점 통과와 함께 설화수 리브랜딩 효과를 확인하고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주가가 지금 수준보다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배송이 연구원은 "실적, 투자심리, 절대 주가 수준 등 주요 주가 변수 전반이 저점 부근"이라며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이며, 2분기 실적 저점을 확인한 이후 하반기 설화수 성장률 확대 기대감이 반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