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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돈이다…투자 혹한기 각광받는 자원순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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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고물상 넘어 자원순환센터로 성장 중
마스턴투자운용, 폐기물 업스트림 시장 진입 저울질
주요 대기업·사모펀드 등 영세 폐기물 기업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



최근 대체투자·사모투자운용사들이 폐기물 인프라 투자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매립·소각 위주에서 재활용 분야로 큰 흐름이 바뀌고 있는 국내 폐기물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간 외국계 인프라펀드와 국내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소·영세 폐기물 처리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던 시기를 지나 다양한 투자운용사들이 수집·처분·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후방 폐기물 밸류체인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폐기물 업스트림 시장으로…재활용 비즈니스 잠재력 주목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은 폐기물 업스트림(Upstream) 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 소각과 매립 중심의 다운스트림(downstream)을 넘어서 재활용 비즈니스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마스턴투자운용 관계자는 "고물상이라고 부르는 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기후위기와 맞물린 재활용 비즈니스의 성장에 따라 자원순환센터라는 이름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영세 업체들이 점점 규모를 키워가면서 초대형 자원순환센터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지난해부터 폐기물 처리 및 자원순환 관련 인프라 투자를 검토 중이다. 오피스나 상업용 부동산 위주의 투자를 진행해온 이들 투자운용사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하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폐기물 산업은 대표적인 허가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국내 폐기물 시장은 2010년 JP모건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소 영세 폐기물 처리 기업을 인수해 EMK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맥쿼리 프라이빗에쿼티(PE)·어펄마캐피탈·E&F PE 등 국내외 PE를 중심으로 활성화됐다.


PE는 국내 폐기물 처리 기업이 대부분 영세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보유하지 못해 동종 또는 연관 기업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볼트온(Bolt-on) 투자시 기업가치 향상 효과가 크고 수익성 개선이 용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폐기물 산업이 폐기물 발생에서부터 최종 처리까지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수직계열화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합병(M&A)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을 지나면서 국내 일반 기업들도 폐기물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급 불안 속 자원전쟁이 발발하자 '제조-소비-폐기'라는 선형경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전략적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서는 폐기물 처리업 중 특히 소각, 매립 등 폐기물 처분을 담당하는 다운스트림 산업을 시작으로 재활용까지 연결하는 업스트립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밸류체인 확장에 주안점

폐기물 다운스트림 사업을 중심으로 폐기물 시장에 먼저 진출한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들은 이제 밸류체인 확장에 주안점을 두고 재활용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대기업 사이에서는 글로벌 선진 재활용 전문 기업에 투자해 재활용 시장에 바로 진출하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국내 다수의 폐기물 처리기업을 발빠르게 인수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2월 싱가포르의 전기·전자 폐기물 처분 및 재활용 전문 기업 테스(TES)를 인수하며 글로벌 IT기기·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재활용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또 같은 해 8월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 생산 전문 기업 DY폴리머·DY인더스를 인수하며 원료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재활용 사업 고도화와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IS동서는 인선이엔티·코엔텍 등 폐기물 처분 업체 인수를 발판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2021년 4월 금속폐기물 재생 전문 기업 TMC에 투자했고, 2022년 1월에는 캐나다 이차전지 재활용 전문 기업 리시온(Lithion)의 지분을 5% 이상 확보하고 한국 사업 독점권을 얻었다. 또 같은 해 7월 재활용 기업 M&A라는 목적으로 ESG채권 중 하나인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해 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IS동서는 자회사인 IS에스비엠솔루션을 통해 국내에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착공했다.


국내 PE도 폐기물 처리 밸류체인의 전 영역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폐기물 M&A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은 EMK를 운영하던 IMM인베스트먼트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재활용 기업 엔시나(Encina)에 약 680억원을 투자했다.


의료폐기물 처리 기업 디디에스, 액상폐기물 처리 기업 씨에스에코 등 폐기물 처분업을 중심으로 투자해온 산은-유진 PE 컨소시엄 역시 지난해 4월 폐기물 재활용 전문 기업 한빛그린환경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 한빛그린환경은 폐플라스틱 등을 이용해 스팀·전력 생산을 위한 에너지원을 생산하며 재활용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SK·LG 등 국내 대기업도 재활용 시장에 적극 진출

한편 국내 주요 대기업은 글로벌 재활용 기업에 투자해 기술이나 사업 독점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시장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3월 미국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에 약 680억원을 투자하며 재활용 사업 확대에 나섰다. SK지오센트릭과 퓨어사이클은 한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4년 말 울산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은 수에즈(Suez), 루프 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 베올리아(Veolia) 등 글로벌 환경 전문 기업과 협력해 재활용 기술력을 확보하고 공장 설립 등 국내외 재활용 사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기물 에너지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해 지난해 7월 미국의 펄크럼 바이오에너지(Fulcrum BioEnergy)에 260억원을 투자했다. 펄크럼은 생활폐기물을 가수화해 합성원유를 만드는 공정을 미국에서 최초로 상업화한 기업이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작년 10월 플라스틱을 임계점 이상의 고온 고압 수증기로 분해하는 초임계 열분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무라 테크놀로지(Mura Technology)에 지분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 허가를 받았다. 2024년 공장 가동을 목표로 최근 무라의 기술 판권을 가진 미국의 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 기업 KBR과 기술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공장 기본 설계를 위한 공정 라이선스 및 엔지니어링 계약을 했다. 아울러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재작년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각각 300억원씩 총 600억원을 투자했다.


비철금속 제련 전문 기업인 고려아연은 자원순환을 포함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제강분진 등 철강 업체 폐기물에서 유가 금속을 포함한 조산화아연(HZO)을 추출해 원료로 공급하는 자회사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ZOC)을 통해 2022년 제강분진 재활용 전문 기업 글로벌스틸더스트코리아(GSDK)를 인수했다. 같은 해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에 4300억원을 출자해 미국의 전자 쓰레기 재활용 전문 기업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73%를 확보했다.


국내 재활용 기업의 실태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국내에서 폐기물 재활용업으로 허가 신고한 기업 수는 6535개다. 이 중 과반수가 종업원 수 5인 이하 기업이다. 종업원 수 100인을 초과하는 기업은 1.5%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극소수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해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도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재활용 수요는 나날이 느는데 비해 상당수의 재활용 기업 규모가 영세한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재활용 시장은 이제 부상하기 시작했으며 다가올 전성기에 대비한 미래 전략을 적극 수립·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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