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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만기 10조원 또 '폭탄돌리기'…PF 브리지론 상환 대신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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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사업성 저조로 극히 일부만 본PF 전환
연내 만기 브리지론 10조…6개월~1년 단기 연장
사업 정상화 안 되면 결국 부실화될 가능성 커져

썝蹂몃낫湲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명동1가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PF대주단 협약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새마을금고 사태, GS건설 부실 시공 사태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부실 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연내 만기 도래하는 수조원의 브리지론이 잠재적인 부실 요인으로 지목된다. 브리지론이 본PF로 전환하는 사례가 일부 나오지만, 시장 개선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부분 분양 사업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대출 연장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을 이연해 놓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사+2금융권 연내 만기 브리지론 10조 육박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PF 익스포저(대출+보증 등의 우발채무) 22조2000억원 중 연내 만기 도래 물량은 7조8000억원 규모다. 이 중 5조원가량이 브리지론인 것으로 집계된다. 다른 2금융권 브리지론을 합치면 연내 만기 도래 물량이 10조원에 육박한다. 브리지론은 대체로 만기가 짧기 때문에 상반기에 만기 도래한 물량은 대부분 6개월~1년씩 만기 연장이 이뤄졌다. 이 중 본PF 전환이나 원리금이 회수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PF 담당 임원은 "증권사 연체로 잡히는 PF 대출은 수년 전에 본PF 전환이 이뤄졌다가 최근 PF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긴 것이 많다"면서 "브리지론은 일부 본PF 전환된 물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브리지론 상태로 그대로 연장하면서 버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브리지론 연장 과정에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대전 유성구 봉명동 오피스텔 개발 사업 시행사에 빌려준 90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 대주를 교체하면서 기존에 제공했던 자금보충 및 채무인수 약정을 제공하지 않았다.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이 단독으로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부실 리스크에서 발을 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PF 자산 구성에는 분양 성과가 미진한 사업장, 분양 전의 신규 사업장, 브리지론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해, 금리 상승 및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라 개발 자산의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2022년 하반기와 같은 조달시장 경색 상황에서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서울·대구 등 일부 사업장 본PF 전환했지만…

서울 용산 유엔사령부 부지 개발을 추진해온 일레븐건설은 지난 6월 1조3000억원 규모의 본PF 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본PF는 사업 인허가를 받기 전 토지 확보를 위해 자금을 빌리는 브리지론과 달리, 인허가가 마무리된 후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공사비 등의 사업비 용도로 빌리는 자금이다. 이 PF에는 인허가 전부터 조 단위 브리지론을 제공한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국민은행과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해 대주단(투자자) 모집을 마무리했다.


최근 대구 지역 시행사 비오비플래닝은 KB증권과 대신증권 등으로부터 22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았다. 비오비플래닝은 대구 달서구 본리동 416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48층 규모의 주상복합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로, 지난해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하반기에 착공과 분양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사업이 계속 지연됐다. 올해 KB증권 등이 지원군으로 나서면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KB증권은 앞서 대구 남구 대명동 재개발 사업에도 약 3000억원의 PF 자금을 주선했다.


이렇게 일부 사업장에 대한 본PF 대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PF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본PF로 전환하지 못하고 브리지론 상태로 만기 연장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시행사가 이자를 낼 형편이 못되면 이자 지급을 미뤄주거나 이자 비용을 얹어 브리지론을 연장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 금융권 관계자는 "브리지론 만기 연장이 안 되면 디폴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연장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금융회사 PF 담당자는 "부동산 PF 연체와 부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분양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 신규 대출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지방 사업장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건설사들이 도급 계약을 포기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PF 조달에 성공한 사업장도 부실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 용산 유엔사 부지와 대구 본리동과 대명동 사업의 경우 착공 전에 선(先)분양하는 일반적인 사례와는 달리 후(後)분양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망 사업지에 대해서는 유동성 경색을 우선 풀어준 후 부동산 상황이 개선되면 분양을 실시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구 등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이 누적되고 있어 후분양하더라도 분양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의 위험회피 성향도 해소되지 않았다. 용산 유엔사 부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본PF에 지급보증이나 채무인수 약정 등의 신용공여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와 GS건설도 과천이나 부산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본PF로 전환하는 케이스들은 급한 유동성을 공급해 사업을 일단 돌아가도록 만든 사례지만, PF 대출 만기에 후분양 성과가 좋지 않으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 분양 성과에 따라 자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부실을 축소하거나 미뤄 놓는 효과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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