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3兆 흑자 저력…적자위기 탈출 기여
평택·美 테일러 파운드리 클린룸 '쉘퍼스트'
불황에 투자 늘리는 삼성전통 '초격차' 전략
삼성전자가 2분기 반도체(DS)부문에서 4조3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모두 수요 감소,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을 받았다. 1분기(-4조5800억원)보다는 적자 폭을 줄였다. 하반기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판단하고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인 7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27일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매출 60조55억원, 영업이익 66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영업이익은 95.3%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1분기(6400억원)보다 늘었지만 2개 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았다.
반도체(-4조3600억원) 외 영상디스플레이·가전(7400억원), 모바일경험·네트워크(3조400억원), 디스플레이(8400억원), 전장(자동차 전자·전기장치) 자회사 하만(2500억원) 등은 흑자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부문은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사상 최대였던 1분기보다는 적자가 줄었다. 메모리반도체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DDR(더블 데이터 레이트) 5, 인공지능(AI)용 HBM 반도체 등 고용량·고사양 제품 수요는 늘었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세트(완성품) 업체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줄고 하반기 불확실성이 높아져 웨이퍼 투입이 줄고 가동률이 낮아져 이익이 대폭 줄었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DX(소비자가전·모바일)부문 매출은 40조2100억원, 영업이익은 3조8300억원이었다. 특히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3조원 넘는 흑자를 내며 삼성전자 전체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전분기보다 감소했는데도 흑자를 냈다. 상반기 갤럭시 S23 시리즈 판매 호조 덕분이었다.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네오(Neo) QLED·OLED·초대형 등 고부가 제품 판매 믹스를 개선하면서 비수기를 극복했다. 생활가전 사업부는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비스포크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개선해 매출을 늘렸다.
디스플레이는 매출 6조4800억원, 영업이익 84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패널은 고물가, 경기침체 때문에 스마트폰 세트 업체 수요가 감소했지만 차별화된 OLED 패널을 제공해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대형 패널은 초대형 77형 TV용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고도화해 QD-OLED 시장 입지를 강화했다.
주목할 점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R&D 투자를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는 사실이다. R&D에 7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1분기(6조5800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시설투자에도 14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2분기만 따지면 역대 최대, 전체 분기로도 3번째로 많은 액수다. 1분기까지 합치면 상반기 시설투자액은 25조3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상반기(20조2000억원)보다 5조원가량 늘렸다. 파운드리 투자를 대폭 늘렸다. 반면 메모리는 작년 상반기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도 평택시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는 '퍼스트' 전략을 썼다. 클린룸 먼저 짓고 투자를 나중에 유치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2027년 클린룸 규모는 2021년 대비 7.3배 늘어날 전망이다. 불황일수록 과감하게 투자하는 삼성전자 전통 '초격차'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업황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주요 기업 감산에 동참하면서 가격 하락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오를수록 삼성 실적도 좋아진다. 파운드리 사업도 인플레이션 완화, 고객사 재고 조정 마무리 등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법을 적용한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세 공정 개발 완성도를 높여 대형 고객사 수주를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