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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국민연금 개선위 설치‥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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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970조원을 넘어섰다. 조만간 1000조원에 이를 국민연금기금은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국민연금기금을 움직이면 국내 상장사 300여곳이 들썩인다.


해외에서도 막강하다. 돈이 어디로 움직일지,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할지 국민연금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기금 운용의 의사결정이 철저하게 전문적이고, 독립적이며 윤리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에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개선위)’라는 것을 설치하기로 한 것에 우려가 앞선다. 개선위의 역할은 소유분산 기업 등에 대한 지배구조 방향 제시,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검토와 합리적 개선,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상황 점검·자문 개선 등이라고 한다.


국민연금은 이미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개선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두고 있다. 수탁자 책임활동과 관련한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기금본부가 행사하고, 판단하기 곤란하거나 논의가 필요한 사항은 수책위에 요청한다. 옥상옥 같은 개선위를 만든다는 게 사실 좀 의아하다.


앞으로 개선위가 들어서면 판단하기 곤란한 안건은 개선위에서 논의하고 수책위까지 보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권력과 자본 사이에서 견제 역할을 하던 수책위의 존재가치가 희미해질 수 있다.


정부가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수책위가 껄끄러워 개선위를 만든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개선위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기금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 강화와 기금 운용의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썝蹂몃낫湲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선위 위원 인선이 중요하다. 최근 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개선위는 이사장이 위촉하는 10명 내외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다. 임명과 연임 권한이 오직 이사장에게 있다.


자격 요건에는 전문성만 언급됐다. 집합투자기구에서 자산운용 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한 사람, 경제학과 경영학 또는 투자 대상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는 사람 등이다.


근로자와 지역가입자 단체 등이 추천하는 위원이 포함되는 수책위보다 권력과 자본의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구조다. 수책위와 개선위는 주주권·의결권 행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가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독립성을 중요한 가치로 꼽아왔다.


개선위 설치와 더불어 정부는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경제 전문가로 채우기 위한 작업도 시작했다. 기금운용위가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과 노동계 인사 등으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전문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금의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전문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기금 운용의 전 과정에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엄청난 규모의 연기금은 늘 권력과 자본이 탐내는 ‘주인 없는 돈’이 될 수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정치적 필요에 동원하려는 유혹 등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로만 구성될 개선위가 그런 거대하고 강력한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권력과 자본은 결탁하기 쉽고, 사람은 유혹에 약하기 십상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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