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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떨어지면 외면?… 하락률 상위 20개 종목 리포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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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지난 1일까지 발간된 국내 증권사 리포트 전수조사
리포트 발간 종목 비율 코스피 56%, 코스닥 18%에 불과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 관련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분석 보고서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던 20개 종목은 아예 분석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장을 고루 살펴야 할 증권사들이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통합 주가 하락률이 높은 20개 종목에 대한 증권가 리포트는 '0개'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부터 지난 1일까지 발간된 국내 증권사 리포트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것이다. 주가 하락률 상위 20개 종목에는 지난 4월과 5월 연달아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하한가를 맞았던 종목들 다수(대성홀딩스, 선광, 서울가스, 대한방직, 삼천리, 동일산업)가 포함됐다. 긴 기간에 걸쳐 악의적 주가조작의 표적이 되고, 대다수 투자자가 막대한 피해를 보기까지 이들 종목을 살펴본 증권사들이 단 한 곳도 없었던 셈이다.


하락률 상위 50개 종목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리포트가 나온 종목은 총 3개에 불과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58.21%, 이하 하락률), 케이엠더블유(-53.51%), 에치에프알(-44.46%) 세 종목에 대해 총 9개의 리포트가 나왔는데, 심지어 이 중 7개는 '매수(Buy)' 의견이 담겼다. 매도의견(Sell)은 단 하나도 없었고 중립(HOLD)은 2건이었다.


연초부터 지난 1일까지 증권가에서 분석 리포트를 단 하나라도 낸 종목 수는 코스피 451개, 코스닥 288개다. 각 시장별 총 상장사(코스피 804개, 코스닥 1559개, 우선주·스팩·리츠 등 제외)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코스피는 56%, 코스닥은 18%였다. 전반적으로 시가총액이 큰 코스피에서는 그나마 절반을 겨우 넘겼지만, 코스닥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나머지 약 1300개 종목에 대해서는 '깜깜이 투자'를 해야 하는 셈이다.


증권사들이 가장 많은 분석 리포트를 내놓은 상장사는 코스피 시가총액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로 총 153개였다. 모두 매수의견을 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134개), LG전자(121개), 현대차(116개), 기아(111개) 등 순으로, 주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엘앤에프가 62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에스엠(59개), 스튜디오드래곤(53개) 등 순이었다.


증권사에서 주가가 하락세에 있는 종목을 거의 다루지 않다 보니, '매도' 리포트 비중은 매우 작았다. 이 기간 동안 나온 리포트 수는 총 9969개인데, 이 중 매도의견 비중은 고작 3개(카카오뱅크 2개, 제주항공 1개)로 0.03%에 불과했다. 중립 의견은 약 5.7%(572개)였다. 나머지 약 9400개에 이르는 보고서는 죄다 '매수(강력매수 포함)' 의견 일색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미 이 같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관행에 제동을 건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올해 업무계획에는 '리포트 신뢰도 개선'이 포함돼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달 초 증권 업계 관계자들과 관련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증권사 리서치부서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예산 배분, 공시방식 개선,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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