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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분할매각? 제3자매각?...3년 끈 항공빅딜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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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는 '항공 빅딜(big deal)'이 막바지까지 안갯속이다. 기업결합을 위해 필수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미국·유럽연합(EU) 등 경쟁 당국의 강한 견제 기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각선 산업은행이 제3자매각이란 플랜B를 검토하고 있단 관측까지 제기되지만, 업계 안팎선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 하기는 어렵다는 빅딜의 본 취지를 고려했을 때 플랜B의 실존 여부와 별도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을 제삼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플랜B는 없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산업은행은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삼일회계법인이 현재 수행 중인 관련 용역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항공시장 변화에 대비해 자금수지 점검 등을 진행 중인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강 회장까지 나서 천명했음에도 3자매각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둔 해외 경쟁당국과 대한항공의 협의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결합 승인이 필요한 14개국 중 미국·유럽연합(EU)·일본 3개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들 3개국은 항공 빅딜을 위해 필수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국가다.


당장 관심사인 EU 경쟁당국은 양사가 통합할 경우 유럽경제권(EEA)과 한국 간 여객·화물운송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대한항공과 시정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EU 측은 시정조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 일정을 10월까지 미룬 상태다.


일각선 해외 경쟁당국과의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해 시정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내 항공산업의 기반 약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해 거론되는 방안은 양사가 가진 주요 노선의 슬롯(SLOT·시간당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거나, 양사 항공화물 부문 일부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데 이것이 합병 취지와 다르게 경쟁력을 크게 약화할 수 있단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도 지난 6월 말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 토론회에서 양사가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장거리 12개 노선 중 84개의 슬롯을, 중·단거리 28개 노선 중 200여개의 슬롯을 반납하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도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영국 항공사에 런던 히스로 공항 슬롯을 최대 7개 넘겨준 바 있다. 항공사 운영의 가장 큰 무형자산을 잃게 된단 뜻이다.


항공화물 부문 역시 평소엔 빛을 보지 못하지만, 코로나19 등 위기 국면에선 생존의 동아줄이 돼 왔던 만큼 도리어 우리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롯 반납이나 항공화물 부문 분할 매각 등 시정조치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합병 무산보다는 그게 낫다는 것이다.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슬롯 반납 등의 시정조치는 항공 빅딜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란 주장이다. 항공업계 고위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알짜는 아니지만, 항공화물 부문을 분리매각하고, 슬롯도 대거 반납하게 된다면 무엇 때문에 통합을 하느냔 불만이 있을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를 고려하더라도 대한항공으로선 통합하는 것이 이익이다. 외항사가 슬롯을 가져가더라도 장사가 안되면 투입을 줄일 것이고, 장기적으론 통합항공사에 기회가 올 수 있어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당국과 업계에선 3자매각을 통한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설엔 회의적인 분위기가 많다. 빅딜의 본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외국항공사의 국내 진출과 저비용항공사(LCC)의 등장으로 국내 항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는 데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재 전략 실패 등으로 경영환경이 계속 악화된 상태다. 학계서도 국내엔 단일 FSC, 복수 LCC 체제가 구축돼야 한단 지적이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자매각에 성공한다고 해도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 할 수 있는 환경, 구조가 갖춰져 있는지는 고려해 볼 부분이 많다고 본다"면서 "1 더하기 1이 2가 되면 가장 좋겠지만, 선택지가 1 또는 1.5로 제한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인수할 뚜렷한 후보군이 많지 않단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초반 국내 주요 대기업 일부도 인수를 검토하다 포기한 전례가 있고, 뒤늦게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에 나섰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파고에 의사를 접은 바 있다. 그 사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013.9%로 지난해 말보다 233.7%포인트나 상승했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제3자 매각 또는 분할 매각이라는 플랜B를 부인하면서 기업결합 승인 절차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EU 등 경쟁당국과 시정조치를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불발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측도 "기업결합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올 10월 EU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대한항공을 비롯한 모두가 총력을 다해 기업결합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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