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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명에 '디지털대전환(DX)' 붙이니 주가 330% 급등…"실적호조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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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사 64개 사명 변경…스팩 합병 제외 60개사 주가 분석
기대감에 오른 주가 실적에 수렴…지난해 상반기 이후로 사명 변경 감소 추세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의 목적으로 해마다 50~60여개 기업이 회사 이름을 바꾸고 있다. 효과는 시장별로 달랐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기존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신사업을 추진할 때 사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많았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기존 이미지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명을 바꿨지만 신사업으로 실적을 개선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기대감으로 올랐던 주가가 실적에 수렴하기도 하고 기대감으로 주가가 먼저 올랐다가 차익실현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하락하기도 했다. 유가증권 상장사는 기존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라기보다 그룹 차원의 회사 이미지 제고 또는 계열사 편입 등의 사유로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HD현대그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경제가 올해 상반기 사명을 변경한 상장사 가운데 스팩 합병을 제외한 60개사의 사명 변경 이후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 상승률은 2.0%로 나타났다. 사명을 변경한 기준일 종가와 지난 18일 종가를 비교해 상승·하락률을 계산했다. 시장별로 나눠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사명 변경 효과가 컸다. 유가증권 상장사 가운데 올 상반기 20개사가 사명을 바꿨고, 평균 주가 상승률은 9.7%였다.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사명을 바꾼 40개사의 평균 주가 변동률은 -1.8%였다. 상장사가 주로 사명을 바꾼 올 3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7.2%, 0.4% 내렸다.


사명을 바꾼 유가증권 상장사 20개사 가운데 12개사 주가가 올랐다. 코스닥 상장사 40개사 가운데선 12개사만 주가가 올랐다. 사명 변경 후 주가 상승 확률도 유가증권 상장사가 높았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주가가 가장 큰 폭 오른 상장사는 포스코DX다. 지난 3월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포스코ICT에서 사명을 포스코DX로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사업 확장성과 미래가치를 담기 위해 포스코DX(디지털 대전환)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산업 전반의 혁신적인 디지털 대전환을 리딩하는 대표 기업'이라는 의미를 사명에 담았다. 7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4개월여 만에 330% 이상 올랐다.


포스코DX는 포스코 그룹 내 리튬, 니켈, 양극재, 음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등을 생산하는 공장에 자동화 설비 및 제어시스템, 통합생산관리시스템, 창고자동화와 산업용 로봇 등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매출 7758억 원, 영업이익 6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98% 증가했다.


원방테크에서 사명을 바꾼 케이엔솔 주가도 170% 올랐다. 회사 측은 사명 변경 사유에 대해 "대외적 이미지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부각,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비전을 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변경하기로 했다. 케이엔솔(K-ENSOL)이라는 사명에 환경, 에너지, 엔지니어링 각 분야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 사명 변경과 함께 2030년 매출 1조5000억원, 기업가치 1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1989년 출범한 케이엔솔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용 클린룸 설계·시공 업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주요 고객사다. 올해 1분기 매출액 746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2%, 76.7% 감소했다. 1분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이차전지 소재공장에 드라이룸을 공급하면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생산설비 공정에 존재하는 수분이 리튬이온이나 전해액과 반응해 제품 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 드라이룸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다. 케이엔솔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의 원방테크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포스코퓨처엠 주가가 사명 변경 이후 가장 큰 폭 올랐다. 주가는 60% 올랐다.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뒤를 이어 한국무브넥스(48.0%), HD한국조선해양(44.5%) 등의 주가 상승폭이 컸다.


올해 초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한다는 의미의 HD를 사명에 넣은 HD그룹 계열사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등이 상승률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사명을 변경하고도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상장사 가운데 수성샐바시온과 지오릿에너지 등은 주가가 반토막났다. 수성샐바시온은 산업용 트럭·적재기 제조 업체다. 신규 사업으로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력을 검증받은 비강 스프레이 제품 '코빅실'을 유통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액 185억원, 영업손실 15억원, 순손실 155억원을 기록했다.


지오릿에너지 주가는 지엔원에너지에서 사명을 바꾼 후 51% 하락했다. 지오릿에너지는 땅의 열을 이용해 시설·건물의 냉난방을 공급하는 지열냉난방시스템 공급 업체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사업을 새로운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오릿에너지 주가는 올해 3월부터 4월 사이에 급등했다. 5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한달여 만에 2만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리튬 관련 업체에 대한 관심이 컸던 시기다. 리튬추출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기업 엑스트라릿(Xtralit)과 함께 미국 염호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고, 최근 4개월 동안 주가는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오릿에너지는 최근 연간 2800t 규모의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지열수를 확보 중이라며 신사업 추진 경과를 알렸다.



APS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APS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APS홀딩스에서 홀딩스를 뗐다. 사업 확장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가운데 AP시스템과 디이엔티, 넥스틴, 코닉오토메이션 등이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APS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1분기에 매출액 50억원, 영업손실 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액은 17% 감소했고 손실 규모는 소폭 줄었다. APS 주가는 올해 들어 계속 내리고 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튬포어스는 최근 1년 사이 사명을 두 차례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더블유아이에서 어반리튬으로 바꿨다가 6개월 만에 다시 사명을 리튬포어스로 정했다. 미래가치 제고를 위한 사명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14일 연중 최고가인 3만5500원을 기록한 후로 4개월 만에 주가는 1만6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명을 변경한 5월26일 이후로도 주가 하락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가 사명을 변경하기까지 절차가 까다롭다"며 "사명을 변경한다고 예고하고 주주총회를 열어 안건을 승인받는 사이 이미 기대감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작 사명을 바꾸고 나면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된다"며 "실적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주가는 부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부진했던 기존 사업을 접고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상장사는 사명부터 바꿨다. 상장사가 사명을 바꾸려면 정관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절차가 번거롭고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해마다 적지 않은 상장사가 새로운 간판을 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상장사 가운데 64개사가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상반기 66개사 대비 2개사가 줄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사명을 바꾼 상장사는 20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5개사 늘었다. 같은 기간 사명을 바꾼 코스닥 상장사는 44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개사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사명 변경 상장사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2019년 상반기 53개사, 2020년 상반기 55개사, 2021년 상반기 80개사로 꾸준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66개사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사명 변경 사유로는 ‘경영목적 및 전략 제고’가 32개사(41.0%)로 가장 많았고 '이미지 제고'가 19개사(24.4%)로 뒤를 이었다. 기타 사유로는 사업 다각화(13개사)와 분할·합병(8개사) 등이 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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