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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DX 이어 엘앤에프까지 코스닥 탈출…이전이 이전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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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SK오션플랜트·비에이치·NICE평가정보 옮겨
포스코DX·엘앤에프도 이전 결정…셀트리온헬스케어는 피합병 예정
코스닥 부정적 이미지 탈피 등 주주 요구 이어져…실질 효과는 크지 않아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이미 SK오션플랜트·비에이치·NICE평가정보 등이 이전상장한 데 이어 포스코DX와 엘앤에프도 짐을 싸고 있다. 셀트리온과 합병을 추진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까지 포함하면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5개사 가운데 3개사가 사라지는 셈이다.


엘앤에프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전상장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앞서 포스코DX도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이전상장을 결의했다. 10월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합병 계약서를 승인하면 셀트리온이 종속회사로 남는다. 합병이 성사되면 코스닥 상장사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는 유가증권 상장사 셀트리온 주식을 받는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엘앤에프·포스코DX 등 3개사 시가총액은 29일 종가 기준으로 총 26조7850억원에 이른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443조5150억원 가운데 6%를 웃도는 규모다.


2000년 이후 올해 이전상장 세번째로 많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논외로 치더라도 올해 들어 이전을 확정한 상장사는 5개사다. 2000년 이후 세번째로 많은 숫자다.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상장사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02년이다. 한국콜마·우신시스템·신세계건설·교보증권·세종공업·삼영·마니커 등 7개사가 이전했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엔씨소프트와 SBS, 강원랜드, 이수페타시스 등 6개사가 옮겼다. 올해 5개사가 이전을 확정하면서 2008년 4개사 이전 기록을 앞질렀다. 최근 3년간 이전상장 기록을 보면 2020년에는 없었고 2021년 2개사, 2022년 1개사가 짐을 쌌다.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상장사는 대부분 가치평가 제고와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 등을 기대효과로 꼽았다. 수급 개선을 통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 유입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 내용이나 시가총액 규모 등 상징성이 컸던 네이버가 코스닥 시장을 떠나면서 이전상장에 대한 환상이 생긴 것 같다"며 "이전상장이 또 다른 이전상장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의 요구가 거셀 때도 있다. 시가총액이 4조원에 육박하는 HLB는 주주들의 이전 요구가 이어지면서 회사 차원에서 이전을 검토하기도 했다. HLB 주주연대 측은 공매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전상장을 요구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이전상장을 결정할 때 주주들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사회 입장에서 이전상장을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이전상장 원인 가운데 하나로 코스닥시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꼽았다. 횡령·배임 사고와 부실기업 상장 폐지 등이 상대적으로 잦은 탓에 '2부리그' 이미지가 굳어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의 간판 상장사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네이버(당시 NHN)가 이전상장을 결정하면서 코스닥시장 위기설에 불을 지폈다. 당시 코스닥 전체에서 NHN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10%를 웃돌았다. 한국거래소는 NHN의 상징성을 고려해 이사장까지 나서서 이전을 만류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NHN의 빈자리를 막기 위해 좋은 기업을 지속해서 발굴하겠다며 코스닥시장 위기론 진화에 나섰다.


2008년은 NHN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LG유플러스 등 개인 투자자에게 잘 알려진 기업이 잇따라 이전하면서 코스닥시장 위기론이 최고조에 달했던 해다. NHN이 떠나고 15년이 지났지만 키움증권·하나투어·카카오·셀트리온 등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는 상장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전 상장 효과 크지 않아 …부정적 이미지 개선 필요

금융투자업계는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의 이전상장은 국내 모험자본 순환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코스닥시장 위상과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대표 기업의 이탈은 시장 규모 축소, 투자자 기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량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새롭게 입성하는 것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전상장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 관련 여전히 논란도 많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3개사의 이전상장 효과는 크지 않았다. 지난 8일 이전한 NICE평가정보 주가는 1만2000원에서 1만40원으로 하락했다.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34.8%에서 34.6%로 소폭 낮아졌다. 지난 6월20일 이전 상장한 비에이치를 보면 외국인 보유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 외국인 지분율은 이전상장 직전 8.04%에서 29일 8.7%로 조금 높아졌다. 그러나 주가는 2만8400원에서 2만3900원으로 15.8% 하락했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 4월19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5.68%에서 5.73%로, 주가는 2만1800원에서 2만29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지수와 코스피는 각각 34.9%, 14.1% 상승했다. 코스닥시장 상승률이 2배나 높은 수준이지만 코스닥시장 대표 기업이 줄줄이 짐을 싼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코스닥시장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시가총액과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우량기업을 선정하는 제도다. 제도가 정착하면 기관 투자가와 외국인의 중장기 투자 수요를 유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는 "코스닥시장의 대표 기업이 이전하면서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라며 "대형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잔류할 유인을 높이기 위해 시장 체질을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세그멘트가 아직 완전하게 정착하지 못했다"며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계획한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기업이 상장한 미국 나스닥 시장은 기술주 중심 시장이라는 정체성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나스닥처럼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량한 상장기업이 비용·편익의 관점에서 머물러야 할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코스닥시장본부가 꾸준하게 고민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본부장보는 "시장 체질을 개선해서 기관과 외국인이 많이 참여하는 시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성장 잠재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꾸준하게 발굴하고 코스닥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코스닥시장이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감시 강화와 함께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며 "미국 실리콘밸리로 인재와 자금이 몰리는 것 역시 나스닥 시장 성장의 원동력인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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