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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CP발행 10조로 늘어…한전채 발행제약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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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적자에 사채발행 한도 빠르게 감소
차입구조 단기화 등 재무부담 확대 우려

한국전력공사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포함) 발행 잔액을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 대규모 한전채 발행이 제약을 받으면서 CP를 대체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대규모 단기자금 조달이 차입구조 단기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전의 8월 말 현재 CP 발행 잔액은 9조4700억원까지 증가했다. 2021년 2조~3조원 수준에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해 올해 한 때 1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발행과 상환을 반복하면서 CP 잔액이 늘었다 줄었다 했지만, 최근 평균 잔액이 10조원 내외 수준까지 증가했다.


사채발행 한도 상향에도 여전히 채권 발행에 제약 요인이 많아 CP 발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법이 개정되면서 한전은 2027년까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 비상시 최대 6배까지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한전에 따르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지난해 말 42조7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 17조7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를 고려한 사채발행 한도는 104조5000억원이다. 올 상반기 말 사채발행 잔액이 70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하지만 잇단 적자로 적립금이 계속 줄어들면서 사채발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상태다. 적립금에 연동하는 한전의 자기자본(별도 재무재표 기준)은 2020년 5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2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5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사채발행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 CP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계속된 적자로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단순 계산으로 1조원 적자가 발생하면 5조~6조원의 사채발행 한도가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지 않더라도 적자가 지속되면 사채발행 한도가 다 찰 수 있다"면서 "적자 구조가 지속되는 한 한전채 발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규모 공사채 발행이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한전채 발행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사채와 은행채 등의 발행 물량 증가로 채권시장 유동성이 공사채로 쏠리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등의 자금 조달 금리가 큰 폭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전의 CP 발행 증가에 차입구조 단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CP는 보통 3개월 미만으로 만기가 짧아 한전의 경우 매월 3조~4조원 규모의 CP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차입구조 단기화가 심화하면 한전의 또 다른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CP가 사채발행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발행 물량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재무전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기자금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최근 CP에 주로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늘어나면서 당장 한전 등의 공기업 CP를 소화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면서도 "지난해와 같이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 경색 국면이 재발하면 공기업 CP가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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