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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폐기물이 어마한 기회"..삼성·현대차·SK도 뛰어든 600조 폐배터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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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환경 규제 탓에 진입장벽 높아 독과점적 시장 구조 형성
폐배터리 산업에 주목한 중국 정부와 기업 발 빠르게 움직여 시장 장악
국내 대기업·중견기업 등 폐배터리 관련 기업 인수, 지분 투자 적극 나서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을 꼽으라면 이차전지, 그중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기업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술을 보유한 회사와 지방자치단체 등 중심의 체계적인 배터리 회수와 재활용 시스템 구축이 필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과 관련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는 손에 꼽힐 정도로 극소수다. 폐배터리 재생 사업은 엄격한 환경 규제 탓에 진입장벽이 높아 독과점적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어서다.


중국, 10년 전부터 성(省)마다 폐배터리 전문 기업 키워

이 사업을 영위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뿐 아니라 다수의 환경 관련 인허가를 확보해야 한다.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더구나 배터리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한참 전부터 폐배터리 산업에 주목한 중국 기업들이 영세한 국내 폐배터리 기업들을 대거 인수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배터리 분야에 관심을 미처 두지 못한 사이에 중국은 정부 주도 아래에 10년 전부터 성(省)마다 폐배터리 전문 기업을 키워 지금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 됐고, 우리 기업들을 흡수해 관련 기술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배터리 생태계가 짜임새를 갖추면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은 다급해지고 있다. 폐배터리 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한 국내 전기차·배터리 대형사들은 발 빠르게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중국에 흡수되지 않고 남은 국내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폐기 단계에서 배터리 셀을 다시 만들어 기존과 다른 목적으로 재사용하거나, 희귀금속을 추출하기 위한 재활용 작업을 거치게 된다. 재사용은 주로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수거해 배터리의 잔존 수명과 안전성 등을 검사한 후 일정 등급 이상의 폐배터리를 선별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의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배터리는 분해, 용해 등의 공정을 거쳐 코발트·니켈 등의 원재료를 추출한다. 이를 다시 양극재 생산 단계에 투입해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데 재활용한다.


핵심 원재료 가격 오르고 공급망 확보 경쟁 치열

이처럼 폐배터리를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폐배터리 내 금속을 추출해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면서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은 생산부터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확산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폐배터리 활용 산업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리튬·코발트·니켈 등의 핵심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활용 산업이 더욱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슬로바키아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 BTS테크놀로지 지분 78.2%를 약 375억원에 인수했다. 아이에스동서는 BTS테크놀로지 인수로 국내뿐만 아니라 폐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과 현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동시에 유럽 내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자동차 제조사들과 함께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2016년 설립된 BTS테크놀로지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등에 4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이다. 폴란드 오스와 지역에 폐배터리 셀-모듈 전처리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연내 완공해 가동할 예정이다. 연간 1만2000t 분량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다. 전기차 약 5만대 규모다.


올 초엔 코스닥 상장사 케이피에스(KPS)가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세기리텍 지분 100%를 유암코로부터 인수했다. 영풍그룹·SM그룹·풍전비철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대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KPS는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세기리텍을 품에 안았다. 세기리텍은 독과점적 수익구조를 갖춘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이다. 2010년 설립된 세기리텍은 경상북도 영천시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다. 각종 폐배터리와 폐납을 재활용해 자동차산업의 필수품인 배터리 주원료(연괴)를 생산해 국내외 유명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 중이다.


중견기업뿐 아니라 폐배터리 사업성을 눈여겨본 배터리셀 기업과 국내 대기업도 속속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SDI는 삼성물산·삼성벤처펀드와 손잡고 국내 폐배터리 시장의 선도기업인 성일하이텍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도 폐배터리 사업에 다각도로 손을 뻗었다. 그룹사인 SK온·SKC(동박 세계 1위 SK넥실리스 모회사) 등과는 폐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성일하이텍과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M&A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올 하반기부터 그룹 내 정식 구성된 폐배터리 테스크포스(TF)팀을 운영한다. 회수한 배터리를 해체해 개별 원재료로 만드는 후처리 공정과 진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M&A 가능한 기업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IB 출신 M&A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폐배터리 재활용 등 신사업 분야의 유망 기업 지분 투자 및 M&A를 위한 인재 확보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와 GS그룹은 직접 폐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의 배터리 스크랩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폐배터리 사업을 진행 중이다. GS건설의 자회사인 에네르마는 현대차가 리콜한 코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구매하는 등 리콜 배터리 물량 확보를 통해 이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M&A 시장이 침체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유망 분야를 꼽자면 이차전지와 관련 회사"라며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차에서 쏟아지는 폐배터리가 어마어마한 양이 될 것"이라며 "예전에는 쓰레기 처리업으로 불린 이 폐배터리 시장이 큰 기회를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토탈리사이클러와 크러셔로 폐배터리 기업 세분화

최근에는 재활용 소재까지 생산하는 토탈리사이클러(total recycler)와 물리적 파·분쇄만 하는 크러셔(crusher)로 폐배터리 기업이 세분화하며 폐배터리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폐배터리 시장이 2030년에는 약 12조원,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는 "신재생에너지와 폐기물에서 새로운 자원을 뽑아낸 그린머티리얼이 우리 산업의 '트윈 엔진(twin engine)'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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