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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죠, 배터리]가격 하락이 배터리 기업에 꼭 독(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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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보죠, 배터리'는 차세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차지하려는 전세계 정부·기업의 기민한 움직임과 전략, 갈등 관계를 살펴봅니다. 더 안전하고, 더 멀리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 경쟁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독자, 투자자들의 곁에서 배터리 산업의 이해를 보태고 돕는 '보조' 기능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배터리 가격의 하락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원료 가격 상승과 전기차 판매 호조에 따라 치솟았던 배터리 판가는 올들어 변변한 반등도 없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배터리 가격 하락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 하락이 꼭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에게 악재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 셀·소재 가격 동반 하락…실적 훼손 우려

관세청 수출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7~8월)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수출 가격은 ㎾h(킬로와트시)당 41.7달러(약 5만5836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8.98달러(약 6만5584원)에 비하면 약 14.8% 하락했다. 최근 2년새 양극재 가격이 가장 높았던 올해 1분기 ㎾h당 51.11달러(약 6만8436원)에 비하면 18.4% 떨어졌다.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 원가가 떨어지면서 배터리 셀 가격 역시 지난해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배터리셀 가격은 ㎾h당 151달러(약 20만2113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8월 기준 배터리셀 가격은 98.2달러(약 13만1440원) 수준을 기록했다. (벤치마크 미네랄인텔리전스 자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았던 리튬·니켈 등 원료 가격이 최근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료 가격과 연동된 배터리 소재·셀의 판가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오른 기간 고가에 샀던 원료를 가지고 만든 배터리를 싸게 팔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터리 가격 하락을 두고 일각에서는 시장 성장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과연 가격 하락이 배터리 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독(毒)이기만 할까.


규모의 경제·생산 기술 향상으로 비용 절감하는 배터리…2030년엔 현재보다 -42% 가격

우선, 배터리 가격 하락은 '예고된 미래'다. 어떤 제품의 누적 생산량이 두배로 늘 때마다 제조 원가·제품 가격이 일정 비율로 하락한다는 '라이트의 법칙'을 통해 배터리 가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생산량이 증가하면 단위당 생산 비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와 생산 기술 향상으로 제조 원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제품에 따라 원가가 떨어지는 비율에 차이가 있지만 대개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되면 가격은 15~20% 정도 떨어진다.


글로벌 배터리 누적 생산량은 지난해까지 3.173TWh(테라와트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누적 생산량이 두배로 늘어나는 시점은 2024년(8.44TWh)·2026년(20.46TWh)·2029년(49.04TWh)이다. 미국 투자회사 '아크 인베스트'는 배터리의 누적 생산량이 두배 오를때마다 배터리 가격은 28%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MIT의 2021년 배터리 가격하락에 대한 실증 분석 논문은 누적 생산량이 '더블링(2배 증가)될 때 마다 약 20%씩 배터리 가격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가격(팩 기준)은 올해 ㎾h당 152달러를 보인 후 내년 144달러·2026년 117달러·2029년 92달러까지 떨어지고 2030년에는 87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능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SK온의 헝가리 배터리 공장은 2020년 가동된 1공장은 연간 라인 하나당 1.5GWh 배터리를 생산했지만 지난해 가동된 2공장 라인에서는 1.7GWh를 생산하고 있다. 2024년 가동되는 3공장은 라인마다 배터리 2.5GWh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삼성증권 보고서)


가격 하락은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긴다. 전기차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값이 떨어지면 전기차 가격도 낮아진다. 실제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지난해 연말부터 잇달아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전기차는 높은 판매 가격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함에도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진다면 전기차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전기차 수요가 많아지면 더 많은 배터리가 팔려 결국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분석 기업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배터리 팩 가격이 1㎾h 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저렴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9년부터는 배터리 팩 가격이 92달러 수준을 보이며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배터리 가격 하락은 중국의 배터리 과잉 공급과 원료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주된 원인이다. 단기적으로는 생산 비용과 판매 가격 차이가 배터리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같은 원료 가격 하락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과 효율적인 생산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이 결국 단기 부담을 이겨내고 생존해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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