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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포커스]잠재성장률 고민하는 이창용…통화정책 시그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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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금리 상향, 韓 예외" 발언 후폭풍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전 세계 주요 의제지만 한국은 전형적인 사례가 아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미국 CNBC 인터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인터뷰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 방문 중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분열로 물가가 오르면서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인구구조라는 특수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 출산율이 굉장히 낮고, 연령구조가 급속하게 고령화되기 때문에 세계적인 요인이 클지, 고령화에 따른 낮은 성장 잠재력이라는 우리 내부 요인들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며 "한국은 (중립금리 상향 논의에서) 전형적인 경우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시사로 중립금리 상향 논쟁이 가열된 상황에서 이 총재가 낮은 성장 잠재력을 근거로 한국은 예외일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일종의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최근 반등한 물가와 경기침체, 미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한은이 6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겠지만, 통화정책 전환이 예고되는 내년에는 본격적인 출구 전략이 시작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최근 한은이 코로나19 이후 잠재성장률 추정을 진행 중이며, 연말께 발표할 것이라는 움직임은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 요인 중 하나다. 한은은 주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발표해왔으며, 가장 최근인 2021년 9월 발표한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21~2022년 기준 '2% 내외'였다.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19~2020년 당시에는 2.2%였지만 이후 잠재성장률은 하락 추세에 있으며, 연말 발표될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1%대까지 내려올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잠재성장률 하락→중립금리 하향→통화완화 가능

잠재성장률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잠재성장률이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깎아 먹는 주요 요인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1%대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중립금리를 하락시킬 수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 혹은 침체가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금리로,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이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인 금리다.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과하게 인상시키면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할 수 있고,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못 미치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중립금리에 가깝게 만드는 것은 중앙은행의 주요 과제다. 특히 최근 수출부진을 겪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경기부진,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져 중립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총재가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상황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발언을 한 것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중립금리가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통화정책 완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전 세계 미 고금리 장기화 영향이 진행 중이지만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중립금리 하향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는 이런 기조에서 먼저 이탈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권효성 블룸버그코리아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를 통화정책 결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한은 입장에서 당장 통화완화는 아니다"며 "다만 미국은 중립금리 상향 논란이 뜨거운 반면 경기 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에 직면한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립금리 하향 가능성이 있어 내년 금리인하 시기가 미국보다 1~2개월 앞설 수 있다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연말을 목표로 잠재성장률 추정을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의 영향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발표 시점을 확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팔 전쟁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미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긴축을 유지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 총재의 잠재성장률 발언을 통화정책 완화로 연결짓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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