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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진짜' 걸림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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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이사회 30일 동시 개최
슬롯·화물사업 매각안 논의
이사회 배임 가능성은 낮아보여
'안건 반대→합병 무산' 더 큰 손해 가능성↑
이사회 통과 이후 상황이 더욱 중요
화물사업부 인수자 찾기 난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의 최대 분수령이란 평가를 받는 두 회사 이사회가 30일 열린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이 기존 조치안으로도 부족하다며 화물 사업 매각을 요구하자 고심 끝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 내용을 골자로 한 합병 시정안을 EU에 제출하려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 이사회가 이에 대해 반대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후 화물사업부 매각이 가능하냐는 문제가 남는다.

썝蹂몃낫湲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를 결정할 법원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30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날이나 내일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겠지만,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인수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양 사 합병을 위해선 각 국가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필요하다. 기업결합을 14개 국가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필수신고국가의 승인을 한 곳이라도 받지 못하면 합병할 수 없다. 현재 11개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남은 필수신고 국가는 EU, 미국, 일본이다.


기업 결합을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할 경우 합병 회사가 여객과 화물사업 모두를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유럽 4개 노선(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것으로 봤다. 나아가 화물 분야에선 유럽 전역과 한국 노선에서 합병사가 가장 큰 운송업체가 돼 서비스 가격이 오르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은 4개 여객 노선 운수권을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에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 초안을 만들었다. 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합병 후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이 제기한 독점 문제와 주요 사업이 해외로 팔려나간다는 국내 비판 여론을 한 번에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EU가 이같은 초안에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다시 전달했고, 대한항공은 이를 반영한 최종안을 이달 말 제출할 예정이다.


양사가 30일 같은 시간에 이사회를 열어 이 최종안 승인을 논의한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당연히 합병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과 슬롯(항공사가 공항시설을 원하는 시간에 이용해 항공기를 띄우고 내릴 수 있는 권리) 반납을 승인해야 시정 조치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할 수 있다.


아시아나 이사회 입장에선 안건을 통과시키면 아시아나항공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업무상배임죄 저촉 소지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정 조치안을 승인해도 당장 아시아나항공이 손해를 볼 일은 없다. 또 화물사업 매각 조건이 결정되지 않아 이사회 승인행위가 인수자에게 이익을 취득하도록 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배임죄 성립 가능성은 낮다.


또 배임 가능성이 있다며 이사회가 반대해 합병이 무산될 경우 이사회는 ‘더 큰’ 배임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시기를 놓치면 회사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사회 안건 반대로 양 사 합병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자력으로 살아남거나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아니면 또다시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엄청난 금액의 회사 부채로 ‘홀로서기’가 어렵다. 부채를 떠안고 인수하겠다는 제3자를 찾기도 어렵다.

올해 6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약 12조원이다. 이중 항공기 리스 부채만 4조3379억원이며 부채비율은 1741%에 이른다. 공적자금을 이미 3조6000억원이나 끌어다 댄 산업은행은 이번 합병 무산 시 추가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합병 관련 이슈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짜 문제는 이사회 통과 다음이다. 화물사업부를 살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화물사업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 3조원까지 치솟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은 올 상반기 기준 7795억원으로 떨어졌다. 인수 기업은 1조원으로 추산되는 화물사업부 부채도 떠안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 후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1위 LCC로 꼽히는 제주항공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중 가장 대형업체인 티웨이항공도 인수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산업은행은 화물사업 매각이 합병의 필수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지난 24일 강석훈 산은 회장은 "(화물 사업 매각 등을 통해) 합병이 이뤄져야 하고 아시아나 이사회가 합리적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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