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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겨눈 금감원 칼날…'총액 vs 순액' 회계처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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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인식 기준 놓고 '총액주의 vs 순액주의' 엇갈려
카카오모빌리티-케이엠솔루션-택시회사 간 계약 해석이 쟁점
금감원, 매출 부풀린 분식회계…"내년 초 감리위에 매출 과다 계상 상정"
업계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해석 차이, 치열한 공방전 불가피"



"회계 업계의 매출 '총액주의 vs 순액주의'는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한 견해가 다르고, 해석에 따라 사안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과 카카오모빌리티의 공방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겁니다." 20년 넘는 경력의 A 회계사는 1일 금감원의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 감리에 답이 없는 문제라고 표현했다.


금감원이 보는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이 운수회사와 각각 맺은 '업무 제휴 계약'과 '가맹 계약'을 동일한 것으로 볼지 여부다. 금감원은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계약으로 인식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렸다고 본다. A 회계사는 "금감원은 (두 계약이) 상호의존적이란 걸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의적이라고 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감사를 맡았던 삼일·삼정회계법인이 매출 부풀리기를 방관하거나 도와줬다는 의미인데, 이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감사를 맡았던 국내 3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처리 방식에 '문제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두 개의 계약이 독립적이라고 봐서다. 20년 이상 경력의 B 회계사는 "외부감사인이 감사할 때 매출 과다 계상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데, 총액 매출인지 순액 매출인지가 가장 큰 리스크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제휴 계약과 가맹 계약이 동일하냐 아니냐

금융감독원이 카카오의 자회사이자 국내 1위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3000억원대 '매출 부풀리기' 정황을 포착하고 회계감리에 착수하면서 '회계처리 기준' 관련 해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이 운수회사와 각각 맺은 '업무 제휴 계약'과 '가맹 계약'을 동일하게 보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렸다고 봤다. 분식회계로 의심하는 대목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회사로부터 받은 수수료 일부를 다시 그 회사에 돌려주는 대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감독당국과의 견해 차이"라고 맞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 운임의 20%를 로열티로 받아 매출로 잡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차량 배차 플랫폼과 전용 단말기 유지 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 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있다. 가맹 택시 업체들이 카카오T 플랫폼에 차량 이동 데이터를 제공하고, 광고나 마케팅에 참여하면 운행 건수 등의 조건에 따라 별도의 수수료를 준다. 이는 운임의 15~17% 정도 된다.


금융감독원은 두 가지 계약이 사실상 하나의 계약이라고 본다. 받은 로열티에서 가맹 택시 업체에 제공하는 수수료를 제외한 부분만 매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연간 매출액 약 7914억원의 절반인 3000억원가량을 이런 방식으로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계약이 별개라 20%의 로열티를 전부 매출로 인식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로열티를 받는 것과 가맹 택시 업체에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은 각각 독립된 계약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하나의 건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형 회계법인 여러 곳으로부터 해마다 투명한 회계 감사를 받아왔고, 지정감사인을 포함한 모든 감사인이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다.


현행 회계기준에 따르면 복수의 계약도 상호의존적이면 하나의 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수수료 20%를 받는 계약과 16~17%를 떼주는 계약을 하나로 봐야 한다. 이때는 차액인 3~4%만을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 A 회계사는 "홈쇼핑 매출액을 1000원으로 가정할 때, 홈쇼핑은 플랫폼만 제공하고 입점 업체가 나와서 팔고 수수료를 홈쇼핑에 제공하기 때문에 수수료만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면 이는 상당히 상호의존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금감원이 해석하는 것처럼 두 계약이 상호의존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업무 제휴 계약(16~17%를 운수회사에 지급)으로 수집되는 데이터 등은 가맹 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완전히 별개의 사업 분야(바이크 배치, 미래 모빌리티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것이 가맹 계약(택시 운임의 20%를 받는 계약)에 귀속될 수 없고, 별도의 계약으로 처리하는 게 회계원리는 물론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C 회계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업무 제휴 계약을 맺은 가맹 회원사에 광고·마케팅 참여 등을 이유로 대가를 지급한 게 하나의 흐름인지, 구분되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에 따라 사안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제1115호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을 보면 기업이 고객에게 대가를 지급할 경우 그게 고객이 기업에 이전하는 구별되는 재화나 용역의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면 수익에서 차감하는 순액 방식의 회계처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달리 고객에게 지급할 대가가 고객에게 받은 구별되는 재화나 용역에 대한 것이라면 다른 공급자로부터 구매한 때와 동일하게 총액 방식으로 회계 처리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D 회계사는 "백화점 업종의 경우 재고 부담을 누가 지느냐에 따라 매출 판단이 달라지는데, 백화점에서 자기 책임 하에 물건을 사서 재고 관리를 하면서 판매하면 총액으로 보고 백화점은 장소만 빌려주고 판매 책임이나 재고 부담을 생산업자가 지면 순액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리려고 했다면 목적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외형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매출액만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지 않기 때문에 분식회계 동기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A 회계사도 "운임 수수료로 얼마를 받고, 광고 달아주는 수수료로 얼마를 주고 등을 협의해 계약했다면, 이게 입증되면 고의적인 회계기준 위반"이라면서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형사처벌도 가능하나 가능성 희박?

금감원은 지난 7월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재무제표 심사 및 회계감리를 하고 있다. 금감원은 "IPO 계획이 있는 회사들을 상대로 회계심사를 진행하는데, 이 중 반복적이거나 고의·중과실이 있는 위법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에 한해 감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내년 초쯤 감리를 마무리하고 감리위원회에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과다 계상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 감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혐의가 입증되면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과징금 등 처벌 수위가 결정된다. 감리위에서 1차 결론을 내리면 증선위에서 이를 다시 다툰다. 과징금 부과 여부 등은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부과 금액은 회계기준 위반 금액의 2~20% 수준이다. 임원 등 회사 관계자는 보수 등 금전적 보상의 0.5~5배(회사 과징금의 10% 한도), 감사인은 감사보수의 0.5~5배(회계감사 기준 위반 때)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볼 경우 외부감사법에 따라 경영진과 법인, 그리고 감사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회계사와 회계법인까지 수사기관에 넘겨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은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 적정 의견을 받은 만큼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동기가 부족하고, 해석의 차이가 커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이 회계 담당자와 외부감사인까지 조사할 모양인데, 감사인들도 감사 조서 등을 다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송부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우티와 타다 등 경쟁사들의 가맹 택시에 승객 호출을 알리지 않은 시장 교란 행위 혐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 제재에 이어 금감원 감리까지 받게 되면서 올해 IPO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기사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라면서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밝힌 영향으로 보인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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