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학적으로 균형 맞는' 사료 직접 만들어
사업 확장하면서 사명 '림피드'로 변경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펫팸족’(pet+family)은 국내에서 1000만 시대를 돌파해 1500만 시대를 내다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펫푸드 산업은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뒤처지는 실정이다. 경북대 수의과대학을 나와 수의사로 일하던 김희수 림피드 대표는 반려동물 보호자들로부터 ‘어떤 사료를 먹이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지만 명쾌한 답을 주기가 쉽지 않았다. 반려동물마다 선호하는 사료가 다 다른 데다 영양 성분도 제각각이어서다. 이에 그는 반려동물들이 만족할 만한 사료를 찾아주기 위해 고민했다.
시작은 사료 데이터 플랫폼 ‘샐러드펫’부터였다. 샐러드펫은 반려견·반려묘 사료 4만1436건을 등록해두고 사이즈, 모양, 가공 방법, 냄새 강도, 안전도 등을 제공한다. 보호자들이 사료를 사기 전에 유의 성분은 무엇인지, 영양소 구성은 어떤지, 가루 날림이 있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사료를 구매한 보호자들이 리뷰도 작성하는 등 정보 공유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화장품 성분을 알려주는 기존 애플리케이션(앱)과 비슷한 방식이다.
림피드에서 개발한 기호성 검사 키트를 통해 반려동물이 어떤 사료를 선호하고 거부하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일명 ‘우리 아이 입맛 찾기’다. 방법은 간단하다. 샐러드펫에서 제공하는 테스트 사료 일곱 종류를 반려동물이 잘 먹는지 확인한 뒤 앱에 기록하면 사료를 추천해준다. 김 대표는 "보호자들이 입력한 데이터를 통해 아이가 각 사료는 얼마나 먹었는지, 어떤 순서로 먹었는지 등을 확인한다"며 "알갱이 크기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식탐이 있는지 소식형인지, 닭고기 혹은 소고기 사료를 좋아하는지 등을 기반으로 잘 먹을 수 있는 사료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맞는’ 사료 또한 직접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펫푸드 브랜드 ‘트러스티푸드’를 론칭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 있는 사료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40~50여 가지의 영양소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양 성분이 잘못되거나 밸런스가 안 맞으면 반려동물 질병으로 가게 되고 이미 질병이 있으면 악화할 수 있어서 미세한 영양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공장에서는 사료 영양소 밸런스를 맞춰주기가 힘들다고 해 공장을 새로 세웠다.
림피드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국내 펫푸드 산업 상향 평준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나 유럽반려동물산업연방(FEDIAF)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50~60장의 영문 문서를 토대로 사료 가이드라인을 발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사료의 영양학적인 부분에 맞춰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충분히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사료 레시피를 만드는 데 반영할 수 있도록 무료 배포를 준비하고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함께 성장하는 쪽으로 가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라이노박스로 출발한 림피드는 사업 확장과 함께 얼마 전 사명을 변경했다. 림피드는 영어로 ‘맑은, 투명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플랫폼 전략으로 가려던 회사 방향이 펫푸드 시장 안에서의 전문 서비스, 제조, 제조업체를 컨설팅해주는 자문 등으로 수직 확장됨에 따라 사명도 우리가 풀어가려는 방향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며 "동아시아에서 사료 산업 연구의 중심이 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