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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치킨업계 1인자' 전격 해임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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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경영진 물갈이…'이미지 실추'만으론 설명 안돼
BBQ와 계속된 소송전…법정 다툼 20건, 리스크로 작용
내부 갈등 표면화…MBK파트너스 CFO선임 기폭제 된 듯
장악력 높인 뒤 매각 여부 관심… '엑시트' 위한 포석인가

박현종 bhc 회장이 6일 bhc 지주사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 대표이사직에서 돌연 해임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bhc가 업계 1위 치킨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한 박 회장은 물론 그와 호흡을 맞춘 임금옥 bhc 대표마저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지주사 측은 악화한 대내외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인적 쇄신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bhc가 두 대표 체제에서 꾸준하게 외형을 확장해온 점을 고려하면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취임 이후 경쟁사인 제너시스BBQ와의 소송전을 거듭하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는 점을 들어 더 큰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꼬리 자르기’ 인사를 단행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bhc 지주사의 지분 절반가량을 소유한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이들 경영진을 교체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치킨업계 1위의 그림자 '소송 리스크'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GS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출석 이사 만장일치로 GGS 대표이사 변경을 의결했다. 신임 GGS 대표이사로는 등기임원인 차영수 사내이사가 선임됐다. 이사회는 또 임 대표 해임과 이훈종 사내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도 의결했다. bhc 대표이사 변경은 8일 bhc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bhc치킨은 1997년 ‘별하나치킨’으로 출범해 2000년 사명을 바꾸고 2004년 제너시스BBQ 그룹에 인수됐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2012년 제너시스BBQ의 글로벌 대표를 맡아 프랜차이즈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가 부임할 당시 BBQ는 부채가 814억원에 달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고, 2013년 bhc를 미국 시티그룹 사모펀드인 로하튼에 매각했다. 이때 박 회장은 BBQ로부터 bhc를 분리해 대표에 취임한 뒤 독자 경영에 나섰고 2017년 회장에 올랐다. 그해 같은 삼성전자 출신의 임 대표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박 회장과 임 대표 체제에서 bhc는 외적 성장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5075억원으로 업계 첫 5000억원을 돌파하며 치킨 프랜차이즈 1위로 도약했다.


더불어 ‘종합 외식기업’을 목표로 한우전문점 ‘창고43’을 비롯해 ‘족발 상회’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 등을 인수하며 가맹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2021년에는 국내 최대 스테이크하우스 브랜드 ‘아웃백’을 품었고, 지난해에는 미국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버거 프랜차이즈 ‘슈퍼두퍼’의 첫 번째 글로벌 파트너로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외적 성장과는 별개로 박 회장의 재임 기간 불미스러운 일도 끊이지 않았다. 우선 bhc로 자리를 옮긴 뒤 BBQ와 오랜 소송전을 겪었다. 2015년 7월 불법으로 습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의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6월 2심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박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를 포함해 BBQ와 진행 중인 법정 다툼만 20건이 넘는다. 이는 두 회사의 소모전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bhc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이사회에서는 박 회장의 개인적인 소송 문제로 회사 이름이 안팎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리스크로 바라봤다는 전언이다. 공격적인 해외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bhc 입장에선 박 회장의 소송 리스크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공격적인 경영방식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충족하기에는 구시대적 경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MBK-bhc 경영진 간의 누적된 갈등 주장도

소송 리스크 외에 인수합병(M&A) 및 인사 등 주요 경영안건을 두고 MBK와 bhc 경영진 간의 누적된 갈등이 폭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임 대표는 MBK와 임원 선임 등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전혀 예상을 못 한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를 당장 열어서 당황스럽기는 하다"며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일방적으로 선임하고 이런 데서 갈등이 시작됐고, 그렇게 하다 보니 종합적으로 이런 결과가 됐다. 힘겨루기에서 저쪽에서 그렇게 하면 우리는 어쩔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임 대표는 "아쉽지만, 우리가 몸담았던 곳이고 지분도 가지고 있으니 잘 되기를 바란다"며 "부당한 부분이 있으면 법으로 하는 것이고 bhc 실적에 이상이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MBK는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적합한 경영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지주사 이사회의 의사결정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GGS는 bhc의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사로 MBK 45%, 캐나다 연기금 펀드 2곳 45%, 박 회장이 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멤버는 MBK파트너스 측 2명, 캐나다 연기금 펀드 2곳에서 총 4명, 감사 1명, 박 회장으로 구성돼 있다. MBK 측은 "bhc는 MBK가 단독으로 소유한 회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연기금 펀드들이 투자한 회사"라며 "글로벌 연기금 투자자들은 우리 펀드의 출자자들이고 이사회에서 MBK 마음대로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악화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비상한 결단을 내린 것이고, 자본시장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봐야지 MBK와 bhc 경영진 간의 갈등이나 힘겨루기로 비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썝蹂몃낫湲 사진제공=bhc
bhc 놀라운 급성장…악화한 경영환경 우려

박 회장과 임 대표가 경영을 맡는 기간 동안 bhc는 급성장했다. 2013년 700개였던 매장은 2018년 1400개, 지난해 2000개로 늘어났다. 연 매출은 2017년 2400억원에서 2022년 507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치킨업계 1위 자리에 올랐지만 구설이 잇따랐다. 원부자재를 싸게 구입한 뒤 가맹점에 마진을 과도하게 책정한 탓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를 벌였다. 또 생계형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이익 극대화 방식의 경영이 가맹점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는 지적에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펀드 청산 시점에 맞춰 엑시트(투자금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장기화, 원부자재 가격 상승, 전쟁 등 악화한 경영환경도 이사회 결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GGS와 bhc를 새로 이끌게 된 이들이 재무·운영 전문가들로 구성된 배경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GGS의 차 신임 대표이사는 삼성선물 대표 출신으로 최근 MBK파트너스의 운영 파트너로 영입됐다. bhc의 새 대표이사로 지목된 이 사내이사 역시 안진회계법인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위니아만도, 지오영 등을 거쳐 현재 bhc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재무통이다. GGS 이사회 관계자는 "악화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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