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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자본시장 화두는 '내부통제'…금융당국 잇단 경고에 증권사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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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권사 금융사고 손실 668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
메리츠증권 직원 내부정보 악용, 키움증권 미수금 사태 등 발생
금감원 "내년 주요 업무계획 중 하나로 증권사 내부통제 실효성 제고 선정"
증권 업계 "시스템 원점에서 재점검·보완 추진"…리스크 관리 집중


#1. 668억원(14건). 올해 발생한 증권사의 금융사고 손실 규모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증권사 금융사고 건수가 연평균 7.8건, 손실 규모가 14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2. 지난 달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으로 키움증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반대매매로 회수한 610억원을 제외하면 키움증권의 손실은 상반기 순이익을 뛰어넘는 4333억원에 이른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 9일 미수금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3.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메리츠증권의 기획검사 결과 투자은행(IB) 본부 일부 임직원들이 별도 법인(SPC)을 만들어 코스닥 기업의 사전 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취한 혐의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투자해 거둔 차익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리츠증권은 관련 임직원 6~7명을 한꺼번에 권고사직 조치하며 직원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회사의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자본시장 잇단 사건사고 배경은 미흡한 내부통제

내년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로 '내부통제'가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당국·감독당국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벌어진 '불법'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다. 증권사 임직원의 불건전 관행도 '개인의 일탈'이 아닌 '내부통제 미비'라고 보고 있다.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이다. 금감원은 "'증권사 내부통제 실효성 제고'를 내년 주요 업무계획으로 선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권가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발 주가폭락과 10월에 발생한 영풍제지·대양금속의 주가조작 사태 등 최근 자본시장에서 잇따라 발문제의 배경은 미흡한 내부통제 탓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2년 사이 금융사고 건수는 연평균 7.8건, 사고 금액은 143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금융사고 건수가 14건으로 약 2배로 증가했다. 금융사고 금액도 668억원으로 4.7배 수준으로 늘었다. 증권사 직원이 사금융을 알선하거나 사문서 위조, 고객자금 사적편취, 횡령 등 사고 유형도 다양했다.


금감원은 불공정·불건전 영업행위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투자 검사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또 사모 전환사채(CB),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자주 발생한 부문에 검사역량을 집중하고, 내년에도 관련 부문을 꾸준히 검사할 계획을 세웠다. 금융사고를 미보고·늑장보고 등으로 은폐하거나, 내부통제 업무를 소홀히하면 감사와 준법감시인,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에게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금융사고 내용이 최고경영진이나 감사위원회 등에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실무진 차원에서 솜방망이 처벌하고 종결하는 사례가 금감원 검사에서 여러 건 확인됐다"며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내부통제 차원에서 예방하고 관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 IB 부문에서 일어난 직무정보 이용, 횡령 등의 불법행위에 부서 전체가 가담했지만 회사가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결국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는 행위가 반복돼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내 정상적인 직업윤리나 통제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면서 "투자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사 공매도 악용 개연성도 집중 조사

최근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려면 증권사의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능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를 일삼는 글로벌 IB뿐만 아니라 국내 수탁증권사도 조사하기로 했다.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받는 국내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 수탁의무 이행 여부도 점검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공매도 주문수탁 프로세스, 불법 공매도 주문 인지 가능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면서 "더불어 불법 공매도 조사 과정에서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 시세조종 행위 등 공매도 악용 개연성도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블록딜 정보를 이용한 악의적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 절차는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와 수시로 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 협력하면서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썝蹂몃낫湲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회계법인에도 내부통제 강화 주문

당국은 회계 업계에도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상장사의 부정·불법 행위가 회계 업무와 밀접한 만큼 회계법인과 소속 공인회계사의 부정 행위 근절을 위해 회계법인 차원의 내부통제를 강화해달라는 의미다. 지난 6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높은 수준의 감사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사역량을 제고하고 공인회계사의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회계법인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한계기업 증가로 분식회계 유인이 커진 만큼 기업의 내부통제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복현 원장은 "최근 적발된 공인회계사 가족 허위 채용, 주가조작 연루, 감사정보 유출 등 부정 행위는 회계 업계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회계법인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소속 구성원의 윤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당국의 기조로 증권가와 회계 업계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사모CB와 관련해 우려가 있는 만큼 투자 프로세스 점검,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하겠다"면서 "내부통제 업무 전반을 살펴보는 중인데, 미흡한 점을 발견하면 즉시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이사회에 사의를 표한 황현순 사장을 이을 차기 수장 선임을 논의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국에서 미수거래·신용융자·CFD 등 리테일 고객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한 만큼 업계 전반적으로 고삐를 바짝 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애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반 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해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작동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감시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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