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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기술특례 상장사, 매출 달성률 평균 32% 불과…실적 부풀리기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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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특례상장 32개사 中 20개사 추정치 대비 누적 매출 분석
매출액 달성률 50% 넘는 특례 상장사 4개뿐
발행사·주관사 모두 공모가 높아야 이득…실적 당겨쓰기 유혹
투자자 보호와 상장 활성화 위한 제도 개선 필요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개선 중인 가운데 파두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졌다. 파두뿐만 아니라 올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 상장사 가운데 대다수가 추정 실적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집계됐다. 우수 혁신기업이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려고 했지만 규제 완화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공모가를 높이기 위한 실적 부풀리기는 기술특례 상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며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에 걸쳐 주관사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파두의 실적 달성률 15%에 그쳐

올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32개사 가운데 추정 실적과 3분기까지 누적 실적 비교가 가능한 20개사의 평균 달성률은 32%로 집계했다. 파두는 올해 추정 매출액을 1203억원으로 제시했지만 3분기까지 180억원을 기록해 달성률은 15%에 불과했다. 파두보다 달성률이 낮은 새내기 상장사는 지아이이노베이션·에스바이오메딕스·파로스아이바이오 등 바이오 업체 3개사였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아이이노베이션 6억원, 에스바이오메딕스 3억원을 기록했다. 공모 때 제시한 추정치 109억원, 47억원과 괴리가 크다.


20개사 가운데 달성률 50%를 넘어선 상장사는 제이오·아이엠티·프로티아·오픈놀 등 4개사에 불과했다. 달성률이 가장 높은 상장사는 이차전지 도전재용 탄소나노튜브 개발 업체 제이오로, 3분기 누적 매출액 829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공개(IPO)를 위해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제시한 올해 추정 매출액 1058억원의 78%에 이르는 규모다.


공모가 3만1000원으로 상장한 파두 주가는 1만9770원으로 36.2% 떨어졌다. 에스바이오메딕스와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공모가 대비 각각 58.3%, 19.7% 내렸다.


기술특례상장은 미래 성장성은 크지만 현재 수익성이 낮은 혁신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심사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다. 2005년에 도입했다. 보유 기술의 혁신성 또는 기업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은 최소 재무 요건만으로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허용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기술력이 우수해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일반상장에서 요구하는 안정적인 재무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바이오 기업만 기술특례상장의 문을 열어줬다. 꾸준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신약 개발 특성을 고려했다.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5개에 그쳤다.


당국은 2014년 기술특례 상장 업종 제한을 폐지해 다양한 성장기업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테슬라 요건이나 2021년 유니콘 특례 등으로 혁신기업이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요건을 완화했다. 기술특례상장이 2015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올해 들어 32개 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기술특례로 상장을 준비하는 대다수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공모를 진행한다. 주관사는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미래 추정 이익을 구한다. 해당 기업의 사업 계획과 업종별 특성 등을 고려해 추정 실적을 제시한다.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면서 주관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범위를 검증하는 구조다.


바이오 기업에 국한해 기술특례 상장을 진행하던 시기에는 기업 수가 적었던 데다, 신약 개발 특성상 추정 실적의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추정치와 실제 실적 사이 괴리가 커도 주가에 주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임상시험 진행 경과에 관심을 보였다.


업종 제한 폐지 후 공모가 거품 낄 우려 커져

업종 제한을 폐지하고 성장 기대감이 큰 기업이 기술특례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공모가에 거품이 낄 우려가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두 사태가 기술특례상장 제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실적 부풀리기 우려는 비단 기술특례상장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IPO 과정 전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상장 직전 매출을 늘리거나 전망치를 높이는 행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끌어와서 상장 직전 연도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상장 이듬해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2년차 징크스'는 코스닥시장뿐만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장을 추진 중인 업체는 IPO를 위해 주관사를 선정할 때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하는 증권사를 선호한다. 공모가가 비쌀수록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커진다.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공모가 희망범위를 산정하는 데 변수가 더욱 많다. 추정 실적에 따라 공모 규모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 이익이 나지 않는데 연구개발(R&D)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발행사 입장에서 높은 공모가가 절실하다. 파두 공모가 희망범위는 2만6000~3만1000원이었다. 공모 규모는 1625억원에서 1938억원으로 300억원 넘게 차이 난다.


주관사는 공모 규모에 비례해 수수료 챙겨

IPO 주관사는 공모 규모에 비례해 수수료를 챙긴다. 공모가가 비싸고 공모 규모가 커지면 발행사와 주관사가 모두 유리한 셈이다. 기술특례상장 수수료율은 일반 상장보다 높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의 인수수수료는 일반상장 기업보다 평균적으로 0.8%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IPO 기업의 경우 주관사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두 IPO를 주관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챙긴 인수수수료는 58억원에 달한다.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 인수수료가 42억원이었다. 파두는 2021년 11월4일 대표주관계약을 했다. 올해 8월 파두가 상장할 때까지 주관사는 1년10개월 동안 서비스를 제공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데 발행사 경영진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면 수수료를 하나도 받지 못하는 구조다.



실적 추정치 선정 때 주관사 자의적 판단 개입

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다양한 안전판을 마련하고 있다. 파두가 상장하기 직전인 올해 7월 발표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개선안을 담았다. 금융위원회는 제도 개선으로 상장 문호는 넓히지만 이와 별개로 두터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규율은 유지하거나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IPO 과정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계는 수요예측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가가 공모가 희망범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공모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 상장사와 비교해 적정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법을 가장 널리 사용한다. 비교 기업을 선정하고 실적 추정치를 제시하는 과정에 주관사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한다. 국내 주식시장보다 평가가 후한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가 뭇매를 맞는 사례도 있다. 나라셀라는 상장할 당시 프랑스 명품 업체 루이비통(LVMH)을 비교 기업으로 넣었다가 고평가 지적을 받으면서 비교 기업군을 재정비했다.


비교 기업군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기관 투자가라 해도 추정 실적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로 제시하는 추정치라는 것을 알고도 성장기업이라는 특성상 수긍하는 분위기다. IPO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가가 적정 공모가를 검증하는 데 적극적일 수 있는 유인이 필요하다"며 "장기 투자를 약속하는 투자자일수록 공모가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이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위해 사전수요조사 및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등을 도입하려는 이유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사전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해 합리적인 공모 희망가 범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로 지정된 기관은 주관사와 협의해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추후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일정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우량한 기관과 사전에 조율된 범위 내에서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공모가 희망범위에 대한 시장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 고민

한국거래소가 지난 17일 예고한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도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 시행을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다. 우선 상장 주관사에 책임성 부여 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3년 이내 상장 주선한 기술특례상장(혁신기술·사업모델) 기업이 조기 부실화되는 경우 해당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상장 주선 때 풋백옵션 등 추가 조건을 부과한다. 풋백옵션은 일반 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의 가격이 상장 후 일정 기간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하면 상장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증권사 IPO 담당부서는 생존을 위해 공모가를 높여야 하는 데 주관사 책임만 강화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 당시 허수성 청약 문제가 드러났고, 감독당국은 주관사가 기관 투자가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하도록 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낮아졌지만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술 성과에 관한 공시제도를 발전시키고 특례상장 기업의 공시 위반이나 불공정거래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례상장 기업의 상장 요건인 기술성 평가의 역량과 특례상장 기업과 관련한 투자자 보호가 보강된다면 특례상장 제도는 코스닥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상장방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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