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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클럽' 가입 증권사 전무…수익구조 다변화로 저평가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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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금융업종 PBR 수치 중국보다 뒤져 극심한 저평가
고금리,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으로 올해 증권사 실적 급감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과 퇴직연금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1.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금융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10년간 1.0을 밑돈 적이 없다. 그러나 아시아권의 금융업종은 대만을 제외한 한국·일본·중국 모두 1.0을 하회했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기준 국가별 상위 투자은행(IB)으로 범위를 좁히면 2023년 12개월 선행 PBR은 미국 1.0, 대만 1.1, 중국 0.8, 일본 0.7, 한국 0.4다.


#2.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국내 증권사는 없다. 2020년 미래에셋증권이 첫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2021년에는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 등이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에는 메리츠증권이 유일하게 1조 고지에 올랐다. 올해는 전무하다.



자산·자본 등 증가에도 PBR 바닥권

해외 시장과 비교한 국내 증권업의 현재 위치는 '바닥권'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기준 자산과 자본은 지난해 기준 2007년 대비 각각 5.6배, 2.8배 증가했고, 별도기준 순이익은 약 3배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자산은 11.3%, 자본은 9.5%의 성장세를 보였다. 순이익 역시 지난 10년간 연평균 24.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확대, 거래대금 증가 등으로 순이익이 급증하면서 2021년 기준 종투사는 약 6조4000억원(전년 대비 56% 증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렇게 지난 10년간 연평균 자산(11.3%), 자본(9.5%), 순이익(24.2%) 모두 늘었지만 PBR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전년의 실적 기저효과와 시장 변동성 확대, 유례없는 금리 인상 등으로 실적이 급감했다.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올해도 녹록지 않다. 급격한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축소,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1조 클럽'에 가입할 증권사는 전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던 메리츠증권도 올해는 7805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부동산 PF 부문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증권 업계에서 첫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던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영업이익 7789억원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8416억원을 올려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했지만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에 따른 대규모 미수금 탓에 4000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해 연간 영업이익은 6688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1위 삼성증권도 902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고금리 환경 완화, 해외 사업 확대

다만 올해 바닥을 다지고 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금리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지겠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실적 악화를 유발했던 요인이 줄어들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대금 증가도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선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대금의 재증가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리테일 부문의 실적 증가와 IB 사업 부문 실적 개선 등을 기대할 요인이다. 김재철 연구원은 "현재 증권업에 불거진 손실 리스크에 대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있어 유의미한 수준의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증권업은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업의 재평가도 기대해볼 만하다. 수익구조 다변화와 주요 사업 부문의 이익 안정성 제고, 성장 중인 해외 사업 등으로 현재 PBR 수준보다 상향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인이다. 국가별 투자은행 대비 가장 큰 폭의 ROE 성장률, 평균 두 자릿수 대의 ROE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증권업이 사상 최저치의 PBR을 경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의 PBR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최고 실적·ROE를 기록했던 2021년에도 2020년과 동일한 PBR을 기록했고, 다른 나라 대비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수익구조 다변화…증권업 지속성장 가능?

국내 증권사들이 저평가에서 벗어나려면 지속성장이 필수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이익 변동성이 적은 자산관리 부문의 비중을 키울 필요가 있다. 국내 종투사의 자산관리 부문 실적은 지난해 8140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성장률 2.7%에 불과했다. 수익 비중 역시 2022년 7.4%로 다른 사업 부문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JP모건·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자산관리 수익 비중이 22.1%에 이르는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과거 대비 낮아진 위탁매매 의존도와 이자수익 증가를 바탕으로 실적 안정성을 제고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재철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있고 자산관리 부문 성장 전망도 밝다는 점에서 국내 증권업의 시장가치는 일본 증권업의 PBR 수준을 따라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의 빠른 전환, 신규 고액 자산가의 등장, 고령화에 따른 퇴직연금 시장 중요도 증가 등 자산관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금융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자산관리 부문은 플랫폼의 관점에서 자산 승계, 부동산, 가상자산 등 신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퇴직연금 시장도 미래 먹거리다. 올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46조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16.7%(50조원) 늘었다. 퇴직연금 규모는 은행(179조원)과 보험(87조원) 쪽이 증권업(79조원)보다 크지만, 전년 동기 대비 적립금 증가세는 증권업(22.0%)이 은행(14.1%)과 보험업(11.7%) 대비 가파르다. 올해 디폴트옵션제도(사전지정운용제도)가 시행되며 금융업권에서 '퇴직연금 머니무브(자금 이동)'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상품 수익률 공시 이후 핵심 경쟁력은 수익률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 2분기 디폴트옵션 최고 수익률(6개월)을 달성한 상위 10개 상품 중 7개가 증권사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IB 부문의 성장세는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증권업은 금리 인하와 기업 실적 개선 기대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으로 위탁매매를 중심으로 회복이 기대되나, IB 부문은 기업의 직접자금조달 수요 증가에도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단기 트레이딩 관점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해외 부동산 관련 부실 우려와 높아진 금리 변동성으로 4분기 실적 눈높이를 낮춰야 하며 악영향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테일 비중이 큰 종목에 한해 트레이딩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신용평가도 금리 변동성과 부동산 금융 불확실성 탓에 증권업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 운용 실적 저하, IB부문 수수료 수익 감소, 대체투자 등 평가손실, 부동산 PF에 따른 충당금 설정 등이 (증권사 실적 감소) 주요 요인"이라면서 "아직은 브리지론 만기 연장으로 부실이 당장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부동산 PF 시장의 기조가 선별적인 만기 연장과 재구조화로 바뀌면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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