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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티브 인수 '덫'…차입금 악순환에 빠진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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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카우' 실리콘사업 부진으로 차입금 증가 속도 빨라
IPO 지연 또는 실패 때 재무부담 급증 우려

KCC그룹 지주사인 KCC가 글로벌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인수의 덫에 빠졌다. 2019년 무려 3조5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모멘티브는 수년간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수합병(M&A)으로 차입금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최근 실적마저 악화한 것이 자금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기업공개(IPO)마저 무산되면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고금리에 자금 조달 환경마저 악화하면서 내년 자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썝蹂몃낫湲 KCC 대죽 실리콘 공장 전경
모멘티브 실적 부진으로 현금흐름 악화…단기차입 의존

KCC의 차입금이 큰 폭 늘어난 것은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대금의 절반 이상인 2조원가량을 차입금에 의존했다. 인수 이듬해 모멘티브가 연결 범위에 포함되면서 인수금융 차입금이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됐다. KCC의 총차입금은 모멘티브 인수 이후 2조원대에서 4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현금 창출력도 증가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2021년 실리콘 부문의 실적 회복으로 현금흐름이 증가했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모멘티브 잔여 지분 인수에 3800억원가량을 투입하면서 차입금 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자본지출(Capex)이 늘고,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차입금이 5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실리콘 사업(모멘티브)의 수익성마저 악화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실리콘 제품 가격(판가) 인하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리콘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최근 4분기 연속 빠르게 줄면서 올해 2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폭이 매 분기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올해 3분기에 실리콘 사업부는 3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리콘 사업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를 단기차입으로 메우면서 단기차입금도 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전체 차입금은 5조48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고, 이 중 1년 이내에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는 약 2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유동성장기부채는 원래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차입금이지만,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다.


4분기에도 단기차입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KCC는 최근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기업 중에서는 SK그룹 지주사인 SK(2조450억원) 다음으로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포함) 잔액이 많은 기업에 이름이 올랐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CP 잔액이 1년 전 8000억원대에서 11월 중에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3분기 결산 이후인 10월부터 CP 발행이 급증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이 늘어나는 것은 재무적으로 좋은 신호가 아니다"면서 "고금리, 신용경색 상황에서 짧은 만기로 자금을 계속 빌리다가 차입금 상환 시기가 몰리면 갑작스러운 자금난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모멘티브 IPO 성공 여부가 관건…전망은 ‘부정적’

KCC는 내년 모멘티브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모멘티브 인수 때 빌린 인수금융 18억달러(약 2조원)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장을 앞두고 실리콘 사업이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장 기업가치가 5조~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실적 부진으로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자칫 상장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KCC에 가해지는 재무적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KCC는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5년 이내(내년 상반기)에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모멘티브 지분에 대한 공동매도를 요구할 수 있는 ‘드래그어롱(drag along)’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KCC는 투자금에 연 5%의 복리를 가산한 자금을 FI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FI들의 드래그어롱 행사는 내년 5월부터 가능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KCC가 모멘티브 상장에 실패하면 2조원 규모의 인수금융 상환이 어려워지고 FI들에게 한꺼번에 투자액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고금리와 경기 악화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상장에 실패하면 인수금융을 차환하고 보유 현금과 삼성물산 지분 등의 자산을 활용해 FI들 엑시트 요구에 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KCC건설을 비롯한 KCC그룹 계열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재무 부담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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