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K-INVESTORS]⑨한국 오피스 시장만 유독 건재한 까닭은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국내 대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의 박경배 전무
재택근무 적고 프라임 오피스 시장 수요 집중과 공급 제한 등 배경
30년 넘은 노후 오피스 리모델링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 포착 계획

편집자주한국 자본시장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어느 때보다 혼탁하다. 작전이나 반칙이 판을 친다. 그러나 외환위기부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투자 세계를 개척해 개인 투자자들의 모범으로 떠오른 투자가도 많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본시장의 전쟁 같은 스토리와 그들의 철학, 실패와 성공담으로 돈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가치투자와 행동주의, 글로벌 '큰 손'으로 거듭난 국내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부터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를 이끄는 리더, 금융사 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분야 고수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썝蹂몃낫湲 박경배 마스턴투자운용 전무가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마스턴투자운용]

글로벌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가 크지만 한국 오피스 시장은 다르다. 특히 서울 도심, 여의도, 강남, 판교 등의 프라임 오피스 시장에서는 공실률은 떨어지고 임대료는 상승하고 있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달리 한국 오피스 시장만 유독 굳건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대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의 박경배 전무를 만나 배경과 전망을 물었다. 박경배 전무는 마스턴투자운용 설립 초기부터 디타워 돈의문, 판교 알파리움타워, 성수동 무신사 캠퍼스 N1 등 굵직한 딜을 성사시킨 대표적인 부동산 펀드 운용역이다.


재택근무 적고, 광화문·여의도·강남·판교에 4~5년간 공급 없어

회계사 출신으로 꼼꼼한 업무 스타일을 갖춘 박 전무는 한국 오피스 시장 경기를 수요, 공급, 근무형태, 투자자의 성향 등 4가지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재택근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서울 주요 오피스 입지, 업무 권역은 집중돼 있다. 도심권(CBD), 여의도권(YBD), 강남권(GBD), 분당·판교권(BBD) 등 4개 권역이다. 여의도는 대형 신축 개발이 거의 끝났다.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테헤란로쪽 개발도 끝났다. 사실 강남은 4~5년 전부터 이미 공실이 없다. 그래서 잠실과 성수로 확장이 되는 것이다. 도심을 보면 광화문·종로에서 동쪽으로는 을지로, 남쪽으로는 용산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4대 권역에서 앞으로 4~5년간 공급이 없다. 공급자 측면에서 한국의 오피스 공실률이 낮은 이유다."


보수적인 투자자, 사무실 '질적 향상' 원하는 기업들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 '큰손'은 기관 투자자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누가 봐도 설명 가능한 투자를 원하는 이들이다.


"기관 투자자는 주요 오피스 4개 권역 위주로만 투자한다. 서울과 분당·판교 외에는 투자를 거의 안 한다. 기업들도 좋은 인적 자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다른 권역에 투자를 하지 않다 보니 물건이 한정돼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외국계 투자자들도 도심권을 가장 선호한다. 외국계 기업의 본사가 광화문 근처에 많기 때문이다. 일단 광화문 쪽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강남, 여의도를 본다."


수요자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대기업뿐만 아니라 IT 및 바이오 기업 등 신산업군 기업이 많이 나왔다. 이들의 특징은 오피스 빌딩의 품질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7~8년 전만 해도 임차인이 대기업 밖에 없었다. 우리가 다루는 건물은 1000억원 이상의 대형 빌딩이기 때문에 주로 대기업만 들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IT뿐만 아니라 바이오 등 다양한 신산업군에서 기업이 많이 성장했다. 신규 임차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이들도 우수한 인적자원을 유치하려면 결국 좋은 건물, 좋은 위치, 좋은 근무환경이 필요하다. 업계 표현으로는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라고 한다. 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임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 공용공간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대 수요가 늘었다. 과거 1인당 전용면적 2평대였던 사무실이 이제 3평대를 넘어 4평대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단순히 한 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공간이 25%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시장 공실률 안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썝蹂몃낫湲 박경배 마스턴투자운용 전무가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마스턴투자운용]

'재미와 접근성' 주목받는 성수동

박 전무가 최근 가장 주목하는 지역은 성수동이다. 그는 무신사 본사를 성수동에 자리 잡게 만든 주인공이다.


그가 이끄는 투자운용본부가 성수동에 처음 투자한 건은 2021년 선매입한 무신사 캠퍼스 N1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성수역 인근에는 번듯한 임대형 오피스가 전무하다시피했다.


"대형 지식산업센터가 다수 공급되며 업무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봤고, 동시에 강남권역은 잠실까지 임대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성수동이) 대체 권역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낮은 가격에 무신사 캠퍼스 N1을 매입할 수 있었다. 당시 인근 지식산업센터 정도의 임대료만 받아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투자했다. 선매입 시점이 준공 1년 전이었는데, 이때부터 임대 문의가 많았다. 무신사 캠퍼스 N1의 준공 시점이 디올 성수 팝업스토어가 오픈하던 시기와 비슷했다. 디올 성수의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성수동 전체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올해도 성수동에서만 2건의 대형 오피스 투자를 집행했다. 두 건 모두 2~3년 후에 준공 예정이다. 성수동의 랜드마크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수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 성수는 삼성역에서 거리상 10분이면 이동한다. 강남의 임대료가 높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성수로 넘어가고 있다. 성수는 강남이나 도심, 여의도에서 볼 수 없는 재미가 있다. 대중교통편도 좋다. 2호선 라인이 있어 도심 접근성이 좋고, 강남 접근성도 좋다. 다리 하나 건너면 청담동이다. 무신사도 있고 에스엠도 자리를 잡았다. 젠틀몬스터·크래프톤 등이 사옥을 짓고 있다. 3~4년 안에 성수가 메인 오피스 권역으로 자리를 잡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내 편이 아닐 때, 시장에 흡수되는 설계를

올해는 시장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힘든 시기에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시장에 흡수될 수 있는 투자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성수동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진행해 토지잔금 납부 및 착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800억원 정도 한다고 하면 굵직하게 몇 건 투자를 받았지만 200억원 정도 모자랐다. 그때 저축은행 리스트를 쭉 보고 '콜드콜(거래관계 없는 상대와의 전화)'로 연락했다. 저축은행들만 모아야 하는 시공사였다. 그렇게 전화를 해서 5억, 10억, 20억씩 모았다. 그렇게 마지막에 200억을 더 모아서 800억을 채웠다. 운용역들이 올해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생도 많이 했다. 내년까지는 그럴 것 같다."


또 다른 성수동 오피스 선매입 건도 투자 설계와 설득으로 만든 프로젝트다.


"원래 토지 소유주가 건물을 지어서 지식산업센터로 분양을 하려고 했다. 올해는 지식산업센터 분양이 부진했다. 소유주가 답답한 마음에 콜드콜로 연락이 왔다. 만나 보니 물류업을 하던 분이고, 업황이 좋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 구조를 다시 짰다. 설득해서 건물 짓기 전에 마스턴에 선매각을 하게 했다. 당장 매각 가격은 좀 마음에 안 들어도 우리 펀드에 재투자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지식산업센터에서 오피스로 용도 전환을 하고 더 좋은 건물로 짓고 임대 운영하다가 매각할 때 다시 한번 더 차익을 보는 게 가장 좋은 구조인 것 같다고 설득했다. 한 반년 정도 걸렸다. 10월에 마무리했다."


시장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와 신속한 투자 판단으로 올해 두 건의 엑시트(투자 회수)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동화빌딩 같은 경우는 거의 50년 된 건물이다. 개발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게 명도와 인허가다. 개발 사업의 핵심 리스크다. 이를 해소해서 사업권, 즉 우량 오피스 신축 기회를 JB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내부수익률(IRR) 29%를 달성했다. 이 전략 자체가 좀 생소하지만 좋은 수익을 올리면서 마무리했다."


핵심 리스크를 해소한 후 자금 여력이 있는 금융지주에 신축 기회를 매각하는 독특한 방식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주효했다.


"펀드를 만들 때는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인허가는 지연될 수 있고, 명도는 안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오피스 임차인은 명도 협조가 잘 되는 편이다. 사무실 이전비나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하고 설득하면 오피스 임차인은 대부분 수긍한다. 문제는 리테일이다. 이분들은 생업과 관련이 있고 그 자리에서 오래 장사해 영업권과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조율이 힘들다. 명도비를 포함해서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동화빌딩의 경우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면서 상인들과 협의가 잘 됐다."


또 하나의 투자금 회수는 재간접 펀드 투자 및 회수 건이다. 잠실 삼성SDS타워에 투자한 펀드 소수지분이 좋은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 거의 원가로 나온 좋은 기회를 포착했다.


"2020년 초에 지분 인수하는 펀드를 하나 만들어 바로 인수했고, 올해 10월에 엑시트를 완료했다. 그 당시 갑작스럽긴 했었으나 잠실 권역에 대한 스터디를 많이 한 상태였다. 마스턴이 예상하는 해당 권역의 성장성 및 방향성을 투자자분들이 잘 이해해 주셨고, 신속하게 투자를 집행해 한 달 만에 펀드 클로징을 하고 인수할 수 있었다."


큰 고비는 넘겼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자산운용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사놓기만 하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제가 볼 때 한 10년은 이어진 것 같다. 이제 마스턴뿐 아니라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많은 펀드 이슈가 생기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자산도 많이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결국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업사이클이 되는 시장이 온다. 지금 힘들지만, 손해가 나는 펀드라고 해도 어떻게 해결하고 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계속 보여줘야 나중에 이해받을 수 있다."


투자 성공의 비결은 디테일에 있다

부동산 펀드매니저는 매우 고된 직업이다. 매도자와 투자자 양쪽을 설득해야 하고 자금을 모집해야 하고 협상도 해야 한다.


"펀드매니저의 자부심 이런 게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투자 자체가 리스크를 수반하는 업무다. 위험 요인, 통제 가능한 위험 요인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한다. 그게 운용역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각 투자에서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가 있다. 수익률에서 하방 안정성 그러니까 상품이 망가졌을 때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미리 판단해야 한다. 딜을 할 때마다 리스크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다. 결국 모든 투자는 리스크를 파악하고 그 정도에 따라 상응하는 수익을 얻는 과정이다."


리스크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투자의 첫 단추이자 마무리다. 위험의 종류를 구분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세부 문구에서 좌우된다.


"예를 들어 매도자나 임차인과 협상할 때 계약서 문구를 가지고 바로 협상이 되는 게 아니다. 보통 한 달 이상 걸려서 협상이 된다. 한장짜리 부동산 계약서가 아니라, 30~40페이지의 계약서다. 내가 원하는 것만 계속 지키려고 하면 협상이 안 된다. 펀드매니저는 계약서 문구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인지, 반드시 피해야 할 리스크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내가 수용해도 된다고 판단하면 그것을 반대로 협상의 카드로 던진다. 내가 A를 받을 테니까 당신은 B를 받아달라. 그런 판단을 하려면 당연히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부동산 투자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사서 임대 이익을 얻고 가치를 높여 매각한다. 경쟁사나 경쟁자보다 차별성을 확보하고 이기기 위해선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 차별성은 데이터 분석 능력, 시장 흐름 관측을 통한 미래 전망에서 나온다."


유동성 회복에 시간 필요…노후 오피스 리모델링에 기회

그는 내년 부동산 시장이 올해보다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보다는 당연히 안정될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시장에 유동성이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유동성이 돌아오고 거래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올해도 거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량 자산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 다만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눈높이 차이가 컸다. 금리가 안정되고 불확실성이 좀 잦아들면 갭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우량 자산 위주로 선별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그때마다 거래 가격이 조금씩 오를 것 같다."


그는 앞으로 노후 빌딩 리모델링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주요 오피스 권역이 형성된 지 30년이 넘어선 만큼 노후한 오피스 빌딩이 늘었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오피스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구축 건물이라고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기존 형태에서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쳐서 좋아지는 건물이 있고 하드웨어 상 고쳐도 애매한 건물이 있다. 기둥이 많고 천장 높이가 낮은 건물은 제약이 많다. 주차 진입로가 태생적으로 좁다든가 하면 해결하기 어렵다."


미래 부동산 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규제 완화와 투자 투명성 강화 등 과제가 많다고 제언했다.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시니어 하우징은 분양이 안 되고 임대 운영만 할 수 있다. 결국은 보증금 내고 임대하는 것이고, 소유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준공되면 월세 200만~300만원씩 내면서 주거하는 형태로 가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월세형이 실제로 대중화되기는 어렵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가 더욱 대중화·활성화되려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투자 정보를 쉽고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도 조성돼야 한다."


◇박경배 마스턴투자운용 전무는=대원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2003~2010년)과 코람코자산신탁(2010~2011년)을 거쳐 마스턴투자운용(2011년~)에서 부동산 펀드 투자 운용을 맡고 있다. 회계사 출신으로 마스턴투자운용에서 총 19개의 부동산 펀드를 운용했고, 10개의 펀드에서 엑시트를 했다.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21%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