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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초가삼간 다 태울 '파두' 재발 방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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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주관사에 손실 책임 모두 전가
기술특례상장 제도 무력화 우려


파두 사태의 충격은 컸다. 기업공개(IPO) 주관사는 파두의 올해 연간 매출이 120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상장 직후 발표한 2분기 매출은 5900만원, 3분기 매출은 3억2100만원에 불과했다. 호프집 사장, 모텔 사장 등 소상공인들이 "매출 1억원을 넘는 우리도 상장시켜 달라"고 아우성친다는 비아냥 섞인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주가는 공모가 밑으로 추락했고 투자자들의 피해도 확대됐다. 법무법인은 피해 투자자를 모아 주관사 대상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파두 사태는 일차적으로 상장 주관사의 책임이 크다. 고의든 실수든 주관사의 기업실사(Due Diligence) 의무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매출에 대한 정확한 확인은 실사의 핵심 업무다. 상장 관문 역할을 하는 한국거래소의 책임도 적지 않다. 상장심사 과정에서 추정 매출의 신빙성 여부를 걸러내지 못했다. 이른바 '뻥튀기 매출'을 적은 증권신고서를 수리한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요 매출처의 계약 취소를 ‘예상하지 못했다’거나 ‘예상할 수 없었다’는 얘기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주관사에 대한 강력한 페널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은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안의 내용에 공감한다. 당국은 예비 상장사들이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때 제출 전월까지의 매출액·영업손익(잠정 포함) 등을 기재토록 했다. 자본잠식 상태 기업들은 자본잠식 해소 계획까지 상세히 포함해야 한다. 주관사의 기업실사 기간도 연장했다. 대부분의 제도 개선안이 촘촘한 정보 공개를 통한 투명성 강화와 상장심사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쉽사리 고개가 끄덕이기 어려운 재발 방지책도 나왔다. 기술특례기업 상장 후 2년 이내에 해당 기업이 부실화되면 일반 투자자가 상장 주관사에 공모주 환매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풋백옵션)를 주겠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부실기업 상장에 따른 투자자 손실에 대한 모든 경제적 책임을 주관사가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파두 사태의 모든 책임에 대한 풋백옵션이나 다름없다.


이 방안은 기술특례상장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1% 정도에 불과한 상장 주관·인수 수수료를 벌기 위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투자자 손실을 책임질지 모르는 주관 업무를 맡겠다고 나설 증권사가 있을까. 곧 옷을 벗을 증권사 사장 정도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IPO 주관 능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가 손사래를 치면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관을 맡아 부작용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특례 주관 시장에 ‘역선택’이 발생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기술특례상장 시스템은 투자자 입장에서 전도유망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 기회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기술특례상장이 어려워지면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도 위축될 게 뻔하다.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할 길이 막혀 있는데 투자를 활발하게 집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주관사 대상 풋백옵션은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선순환 구조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憂)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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