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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부채가 불 붙인 금값 슈퍼 랠리…JP모건, 내년 2300달러 돌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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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매파 발언에도 치솟는 금값…미 정부부채 급증 등이 동력
과거 3차례 슈퍼 랠리 배경은 장기간의 달러화 초약세
"실질금리 대비 고평가…장기 랠리는 기대 난망" 관측도

국제 금 가격이 3년4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슈퍼 랠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선 후에도 2100달러 돌파 등 랠리가 이어져 '2500달러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값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8% 오른 트로이온스(약 31.1g)당 2089.70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8월 기록한 직전 사상 최고 가격 2069.40달러(장중 2089.20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4일에는 장중 2152.30달러로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5일에는 2036.30달러로 조정을 받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채권금리도 하락한 영향을 받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재개에 따른 중동지역의 불안도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인도 등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금값 상승의 요인이다.


올해 금 가격은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 2월 말 온스당 1817.10달러를 저점으로 상승 흐름을 타면서 4월 중순에는 2055.3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10월5일에는 1831.80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다 이·팔 전쟁 영향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0월30일 온스당 2000달러를 넘었다. 이후 조정을 거친 후 2000달러대에 안착한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미국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3.2%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게 결정적이다. 금리 인상 우려가 잦아든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최근 금리 인하 시기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밝혔지만 기존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치솟는 금값을 누르기엔 역부족이었다. 파월 의장은 미국 스펠만대에서 열린 대담에서 "만약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정부부채 급증이 랠리 부추겨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선 금 가격 랠리를 두고 일부에서는 2500달러는 물론 3000달러까지도 오르는 슈퍼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연 슈퍼 랠리가 이어질까. 과거 랠리 때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0년 이후 금 가격의 슈퍼 랠리는 이번을 포함해 4차례 있었다. 1970년대 미국의 금태환 정지, 1985년 플라자 합의, 2000년대 닷컴 버블과 중국 붐, 그리고 2019년 이후 현재까지의 랠리다. 이 중 이번 랠리를 제외한 과거 3차례의 공통점은 달러화 초약세였다. 경기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장기간의 달러화 초약세 현상이 금 가격 슈퍼 랠리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달러화 강세 흐름 속에서도 금 가격이 오른 이번 랠리가 다소 특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기 관점에서 2015년 이후 금 가격 랠리는 안전자산·유동성 확대, 인플레이션에 좌우됐는데, 이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19(유동성 확대) 당시인 2019년~2020년 랠리, 러·우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2022년 상반기 랠리,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유동성 확대)와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반한 2022년 하반기~2023년 상반기 랠리"라면서 "그러나 최근 금 가격 랠리는 과거 변수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최근 상승 랠리는 금리 및 달러 가치 안정, 지정학적 불안감, 중국·싱가포르·폴란드 중앙은행의 금 매수 확대 이외에도 전통적으로 금값의 강세를 부추기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에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미국 정부의 부채를 꼽고 있다.


박상현 연구원 역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유례없이 풀린 유동성과 수십 년 만에 경험하는 고인플레이션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그리고 다양한 갈등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이번 랠리의 원동력이지만, 현재 금과 달러, 비트코인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 설명 역시 한계가 있다"면서 "코로나19 등 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 산업 패러다임 전환 차원에서 나타난 미국의 부채 급증이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분위기의 패권 리스크도 금 가격 랠리에 일조하고 있다고 봤다.


당분간 금 랠리 펼쳐질 전망

이에 따라 당분간 금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 연구원은 "달러 약세 기대감 강화와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지연, 미국 경기 침체 리스크 속 미국 정부부채 확대, 중국의 미 국채 매도와 달러 매수 현상 등이 금 가격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상당 기간 높은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내년 하반기 예상되는 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금 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금 가격을 온스당 평균 2000달러(1850~2150달러)로 전망하면서 "Fed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와 정책금리 인하 시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이며, 이는 금 투자에 매력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랠리는 예상하나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진정되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강세지만, 역사적 고점을 넘어선 금 가격이 슈퍼 랠리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라면서 "금 가격의 추가 랠리는 글로벌 경기 차원에서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금 랠리가 진정돼야 경기 모멘텀이 본격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경감되는 데도 안전자산 선호에 대한 되돌림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은 금 가격의 약세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무엇보다 실질금리 대비 금 가격이 고평가된 상황이어서 슈퍼 랠리가 더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귀금속 가격은 관련 소식에 민감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약화할 여지가 남아있다"면서 "이 경우 금리 인하 기대를 바탕으로 강세를 보인 귀금속 가격도 일정 부분 조정을 보일 수 있어 달러화, 채권 금리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렸다. UOB의 시장전략책임자 헝군 호우는 "내년 미국 달러(가치)와 금리 모두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내년 말 금 가격이 온스당 2200달러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MKS팸프의 금속전략 책임자 니키 실즈도 금 가격이 2100~2200달러 사이를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TD증권 상품전략 책임자 바트 멜렉은 내년 2분기 금 가격이 평균 21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금값이 내년 중반까지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로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1%포인트 금리 인하는 금값을 새로운 영역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슈퍼 랠리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줄리어스베어의 카스텐 멘케 애널리스트는 "경기 침체가 없는 경제 환경과 평균을 웃도는 금리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에 가까운 미래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금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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