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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발 하한가부터 영풍제지까지'…주가조작 사건처리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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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 뒤흔든 대형 주가조작…형사 재판 본격화 '진행형'
금융당국 '무관용' 원칙…강제조사권 활용·과징금 등 처벌 강화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연달아 터진 대형 주가조작 사건으로 휘청거렸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사태'와 '5개 종목 하한가 사태', '영풍제지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주가조작 세력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미리 가격과 시간을 정해 주식을 거래하는 '통정매매'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부당이득을 취했다. 대상 종목의 주가 변동과 금융당국의 거래정지 조치로 개미 투자자가 큰 피해를 봤다. 현재 각 사건의 사법처리를 위한 형사 재판이 본격화됐고, 금융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썝蹂몃낫湲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사태'와 관련해 시세조종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
시장 충격 준 주가조작… 수사·재판 현재 진행형

올해 주가조작 사태의 포문을 연 것은 SG증권 사태다. 지난 4월24일 증시 개장 후 30여분도 안 돼 삼천리와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세방, 선광,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나흘 만에 시가총액 8조원이 증발했다. 특히 SG증권 창구에서 매도세가 쏟아져, SG증권 사태라는 이름이 붙었다.


배후로는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가 지목됐다. 과거 주가 조작범이 단기 차익을 노렸다면, 라 대표 일당은 장기간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조금씩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익 일부를 떼 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된 점도 특징이다. 그렇게 골프선수와 연예인, 의사, 기업가 등이 대거 연루됐다.


검찰은 7305억여원의 부당한 수익을 올리고, 고객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정을 위탁 관리해 194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라 대표와 변모 호안에프지 대표(40), 안모 전직 프로골퍼(33) 등 11명을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CFD는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차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인데, 일당은 투자자 실명이 드러나지 않고 높은 레버리지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718억여원의 조세포탈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 심리로 1심이 진행 중이다. 라 대표 측은 "오해받을 만한 주식매수를 지시했지만, 시세조종 의사가 없었고 시세조종을 하지도 않았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다. 현재까지 11회 공판기일이 열렸다. 다음 기일은 오는 21일 열린다.



지난 6월엔 5개 종목 하한가 사태가 터졌다.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 방림 등 총 5개 종목이 비슷한 시간대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번엔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 창구에서 매도세가 쏟아졌다. 검찰은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했다고 봤다. 주식 투자 카페 '바른투자연구소'에서 관련 종목이 추천 종목으로 꾸준히 거론된 점에 주목한 것이다.


검찰은 카페 소장 강기혁씨(52)와 카페 회원 손모씨(36)와 박모씨(49), 서모씨(50)를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수십개 계좌를 이용해 202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수천회에 걸쳐 (방림 제외) 4개 종목에 대한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부당이득 규모는 361억원으로 산정했다.


강씨 등은 혐의를 부인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 심리로 1심이 진행 중인데, 그간 8회 기일이 열렸다. 다음 기일은 내달 19일이다. 소액주주운동을 표방해온 강씨는 2014~2015년 시세조종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벌금 4억원을 확정받은 전력도 확인됐다.


영풍제지 사건은 지난 10월 발생했다. 올해 최대 730% 상승했던 코스피 상장사 영풍제지와 그 최대주주인 대양금속의 주가가 급작스럽게 동반 하한가를 기록했다. 계좌가 집중적으로 활용된 키움증권은 4000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해 손실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검찰은 주가조작 세력이 지난해 10월부터 영풍제지 주식 3597만주가량을 시세조종해 278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봤다. 현재까지 일당 중 8명이 구속기소 됐는데, 총책 이모씨의 신변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개선책 내놓은 금융당국… '처벌 강화' 엄정 대응

이 같은 주가조작 사건에 시장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거셌다. 이에 금융당국은 '무관용 원칙'을 선포하고, 자본시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수사 역량을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강제 조사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1~2회가량 발동되는 압수수색 권한의 활용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불공정거래 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9일 시행을 앞뒀다. 개정안은 신속한 행정제재를 위해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법제화하고, 과징금 제재를 신설했다. 최근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업무규정 개정안도 입법 예고됐다. 이에 따라 신고 포상금 한도가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오른다. 신고 이후 조사에서 드러난 범죄수익 규모에 따라 포상금을 더 지급하도록 '부당이득' 규모를 산정 기준에 반영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편 라 대표 일당이 악용한 CFD는 지난 6월부터 서비스를 중단하고 개선 작업을 거쳤다. 금융당국은 주식 매매 실적을 실제 투자자 유형(개인·기관·외국인)에 따라 거래소 시스템에 반영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과거엔 국내 투자자가 주식거래 주문을 내도 외국인의 주문인 것처럼 계산되는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전체·종목별 CFD 잔고 공시, 개인 거래 규모 설정 등 제한사항이 추가됐다.


개선 후 지난 8월1일부터 서비스가 재개됐지만, 다수의 증권사가 아직 재개에 동참하지 않았다. 재개 증권사도 거래 요건을 강화하면서 사업 규모는 이전보다 축소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비스 재개 100여일이 지난 14일 기준 증거금 포함 CFD 잔고는 1조1949억여원이다. SG증권 사태 이전인 지난 3월 말 CFD 잔고 2조7697억여원 대비 56.8% 줄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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