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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자본시장에 영원한 주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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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다툼
이번주 공개매수 결론‥소액주주들 선택의 시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차남이다. 경영권 분쟁 속에서 형과 누나들로부터 외면받으며 홀로 싸우고 있지만, '큰아버지(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와 '아버지(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가 든든한 우군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애초에 아버지는 장남(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차남에게 비슷한 양의 지분을 나눠주고 둘의 경영 능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형이 먼저 입사했고 동생보다 빨리 임원을 달았지만, 아버지는 장자 승계를 고집하지 않았다.


장남 조 고문에게는 지주사를 총괄하면서 신사업을 발굴할 것을 주문했고, 차남 조 회장에게는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 사업을 총괄할 것을 주문했다. 둘의 경영 능력은 오랜 기간 평가받았다.


그러던 중 조현범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다.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사법 리스크가 조 회장의 목을 죄어왔지만, 아버지는 차남의 손을 들어줬다. 조 회장은 아버지의 주식을 전부 양도받아 지분 42.9%로 최대 주주에 올랐다.


누나가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아버지를 대상으로 성년후견심판을 법원에 청구했다. 아버지가 고령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도 가세했다. 하지만 4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동생을 이길 수 없었던 형이 결국 부회장 자리를 내놓고 물러났다.


하지만 동생의 사법 리스크는 진행형이었고, 2차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이번에는 사모펀드가 가세했다. MBK파트너스는 조 회장을 제외한 형, 누나들과 손을 잡았다. 공개매수를 통해 유통 주식을 매집한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의 보유지분은 42.03%로 우호 지분 등을 합하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조단위 실탄을 확보한 MBK 역시 지지 않고 맞서고 있다. MBK는 공개매수가격을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높였다. 조 고문의 지분 18.93%와 두 누나의 지분(11.42%)을 합치면 30.35%가 된다. 이 상황에서 MBK가 공개매수 목표(20.35~27.32%)를 달성하면 과반을 넘기게 된다.


이 싸움의 승자가 누가될지 이번 주 공개매수를 통해 결론이 난다. 조 회장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았는데 자신에게 칼날을 겨누는 형제들과 세상에 분노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모펀드의 적대적인 M&A 공격, 형제의 난으로 치부하기에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 많아 보인다.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사욕을 채우는 대주주에 우리 사회와 자본시장은 과거처럼 관대하지 않다. 조 회장은 올해 3월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돼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앞서 2019년에도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법 리스크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확보한 지분을 고려할 때 조 회장이 유리한 고지에서 경영권을 수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에게도 선택의 기회는 있다. 경영권 분쟁이 끝난 후 미래가치를 반영한 주가는 2만4000원보다 높을 것인가. 자본시장에선 오직 주주가 있을 뿐, 영원한 주인은 없다. 소액주주들의 시간이 왔다.



박소연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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