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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복합위기가 '뉴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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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상황으로의 회귀 기대 말아야
상시적·복합적 위험요인 상수로 놓고 대응책 마련 필요


경제 상황이 급변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뉴노멀(New Normal)은 통계학에서 나온 말이다. 평균을 중심으로 위로 볼록한 좌우대칭 구조의 종 모양으로 생긴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에서 따 왔다. 여기에서 ‘노멀’은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뉴노멀은 새로운 노멀, 즉 평균적인 경제 여건이나 환경이 크게 바뀌어버린 상황을 일컫는다. 분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Skewed) 한쪽 꼬리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거나(Fat tail) 하면 노멀한 정상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과거의 노멀을 기준으로 삼으면 지난 1년은 확률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낮은 사건(극단치)이 많이 발생한 해다. 우크라이나 전쟁, 하이퍼 인플레이션, 글로벌 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금융·건설사 부실 등 연이어 불안한 변수들이 쏟아졌다. 한 해의 시작점에서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바 있다.


더불어 우리는 이 사건들을 보면서 적절히 대응하기보다는 평균이나 기존 노멀로의 회귀를 기대해 온 것 같다. 인플레이션 완화와 금리 정상화(?)를 기대하는 자본시장의 목소리가 1년 내내 계속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지속됐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서 상업용 부동산이나 PF 위기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노멀이라고 생각해 온 정상 상황으로의 회복이 곧 올 것처럼 인식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없지 않다. 어쩌면 정부도 시장도 위기를 위기로 진단하지 않은 채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년을 계획하는 시점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소식이 일제히 타전됐다. 금융당국은 다른 건설사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은 없으며 금융 시장도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워딩으로 시장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금융 시장 참가자들은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중견 및 대형 건설사 회사채 유통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영그룹 보유 자산을 모두 팔아도 태영건설이 보유한 수조원의 차입금과 우발채무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돌이켜보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했던 것 중에 정상 상황으로 회복됐거나 제대로 정리된 게 하나도 없다. 세계 각지의 분쟁 상황은 지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과 사투를 벌이는 주요국 통화당국은 금리를 과거 노멀 수준으로 내릴 생각이 아직 없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위기와 국내 PF 위기도 현재 진행형이다. 또 앞으로 어떤 위기 요인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상시적인 분쟁과 복합적인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 향후 몇 년간의 뉴노멀일 가능성이 높다. 불안한 국내 및 세계 경제 여건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뉴노멀 상황에 정부와 금융당국, 기업, 투자자들이 갖춰야 할 필수 스킬은 위기관리 능력이다. 경제 여건이 운 좋게 과거 노멀로 회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것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극단치가 자주 발생하는 뉴노멀 상황을 이겨내려면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측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만들어 충격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정부도 금융당국도 기업도 투자자도 바뀐 상황을 뉴노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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