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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범수 직접 등판…카카오, 더 이상 '자율 경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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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CA협의체 개편해 쇄신 속도
김범수·정신아 공동 의장 체제로
제 역할 못하던 컨트롤타워 직접 맡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와 그룹 컨트롤타워 공동의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 전면 등판했다. 직접 카카오를 수술대에 올려 집도하겠다는 뜻이다. 그간 크고 작은 개편에도 한계를 드러내던 그룹 컨트롤타워의 방향키를 직접 잡았다는 점에서 ‘그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단기적인 쇄신 작업을 넘어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컨트롤타워 구심점 강화

카카오가 전날인 2일 발표한 새로운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의 핵심은 그룹의 독립기구로 카카오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것이다. 김 창업자와 13개 협약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오랜 회의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협의체 공동 의장은 김 창업자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가 맡는다. 느슨한 자율 경영이 아닌 구심력을 강화한 컨트롤타워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다.


김 공동의장은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으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그룹 전반에 번지자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단기적인 쇄신 역할을 맡았다면 이번에는 중장기적으로 계열사의 주요 이슈들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특히 경영쇄신위원회를 창업자가 직접 챙기고 각 계열사의 핵심성과지표(KPI), 투자 등을 검토하는 전략위원회 등도 두기로 했다. 계열사를 느슨하게 관리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 공동의장은 회의에서 "사회의 눈높이와 신뢰에 부합하는 성장 방향과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을 비롯해 거버넌스, 브랜드, 기업문화 등 영역에서 쇄신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율의 대명사에서 ‘그립’ 쥐는 컨트롤타워로

김 공동의장이 다소 강하게 그립을 잡는 모양새라는 평가와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100인의 CEO 양성’을 목표로 진행했던 계열사 자율 경영 기조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17년부터 그룹 컨트롤타워를 운영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첫 시작은 ‘공동체성장센터’였다. 당시 60개를 넘긴 계열사를 총괄하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신설했다. 초대 센터장은 송지호 크러스트유니버스 대표가 맡았다. 송 대표는 김 공동의장이 카카오 전신 아이위랩을 세웠을 때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참여한 투자 전문가다. 공동체성장센터의 핵심 역할을 계열사별 수익 모델 구축과 투자 유치로 설정한 것이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사업 부문을 모회사에서 분리해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100인의 CEO를 양성하겠다"는 김 공동의장의 의도대로 계열사에 자율성을 주되 공동체성장센터에서 본사와 시너지를 내는 그림이었다.


2022년 공동체성장센터는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로 전환했다. 김 공동의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은 후 나온 조치였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태까지 터지면서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였다. 이전 공동체성장센터가 계열사 간 의견을 조율하는 수준이었을 뿐 통제 역할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고위급 회의에서는 김 공동의장 반대 의견에도 계열사별 내부 전략이 그대로 추진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센터장을 맡은 여민수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공동체 C레벨의 ‘주식 매도 가이드라인’부터 만들었다. 이후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공동센터장을 맡았다. 김 센터장이 겹치는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면 홍 센터장은 사회공헌 이행을 담당했다. CAC센터로 그룹 구심점 역할을 내세웠지만 김 공동의장은 뒷선으로 물러나 있었다.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와 미래 사업 발굴에 집중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자율과 통제의 줄다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성장에 무게중심을 둔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CAC센터가 독과점 논란으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검토했다가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공동체 차원에서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었으나 계열사 임직원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책임 강화를 약속했지만 지금도 독과점 논란과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 논란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AC센터는 지난해 초 CA협의체로 이름을 바꾼 후 같은 해 9월 4인 총괄 체제로 개편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김정호 베어베터 공동대표 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경영지원 총괄),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사업관리 총괄),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위기관리 총괄)을 추가로 선임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의 한계는 여전했다. 배 대표는 SM 시세조종 의혹으로 검찰 조사 중이다. 송 대표가 이끄는 크러스트유니버스는 가상자산 ‘클레이’를 이용한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 와중에 그룹 쇄신을 추진하던 김 대표는 내부 저항에 부딪혀 욕설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공동의장이 그룹 첫 쇄신 과제로 챙겼던 카카오모빌리티 사업 개편도 빛을 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들이 스스로를 벤처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이번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며 "대기업처럼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계열사 이슈도 그룹 차원에서 관리·감독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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