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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가, 아군인가”‥외국계펀드 KKR, 태영그룹 위기서 수익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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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 에코비트 배당으로 2년간 700억 회수
13% 고금리 대출로 연간 이자만 500억

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태영그룹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위기 상황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태영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손 내민 우군이지만, 실질은 고배당·고금리·과도한 담보 요구 등으로 태영그룹 수익성 악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그룹의 알짜회사 에코비트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2021년 지분 확보 이후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이익으로 실현했다.


배당·고금리·과도한 담보 요구 '수익성 악화 야기'

에코비트의 2021년과 2022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KR은 2021년에는 1주당 5만8333원, 2022년에는 1주당 6만752원을 현금배당으로 가져갔다. 에코비트 주식 60만주(50%)를 보유하고 있는 KKR은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TY홀딩스)와 함께 매년 700억~730억원을 배당으로 회수한 것이다. 해당 기간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700억~737억원 수준이었다. 2022년에는 순이익보다 배당금으로 나간 돈이 더 많았다. 지주사와 함께 순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빼갔다. 2023년 사업보고서는 아직 나오기 전이지만, 그동안의 배당성향으로 볼 때 지난해 역시 배당이익 극대화를 추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자금 지원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자구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에코비트는 종합환경업체로 몸값 3조원대의 태영그룹 캐시카우다.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에코솔루션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로 의료 및 산업폐기물 소각과 재활용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KKR은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잡고 고금리 대출도 진행했다. KKR은 올 초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에 사모사채 인수 형식으로 4년 만기 연 13%의 금리로 4000억원을 빌려줬다. 한 해 이자만 500억~600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티와이홀딩스가 가진 에코비트 주식을 담보로 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조달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고금리 대출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비상장사 지분을 받아줄 곳이 많지 않은데 이미 5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 가능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티와이홀딩스가 부도 위기에 처하면 KKR이 에코비트 지분을 전량 몰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계약에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계 사모펀드가 위기에 처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과도한 '돈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저렇게까지 할까 싶을 정도로 태영에 과도한 계약조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폐기물 1위 기업, 외국계펀드에 헐값에 내주나

문제는 KKR이 주주 간 계약으로 에코비트 경영권의 우선 매수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다. 자구안을 통해 태영그룹이 에코비트 지분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고 한 만큼 이 회사가 매물로 나오면 누가 가져갈지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에코비트의 기업가치는 2조~3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코비트는 태영그룹과 KKR의 합작회사인 만큼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나서려면 KKR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에코비트 매각을 자구책에 담아 채권단에 제출한 만큼 일정 기간 내에 에코비트를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 매각 과정에서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KKR이 나머지 지분 50%를 헐값에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에코비트는 태영그룹에서 알짜회사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매출 3344억원, 영업이익 528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 7560억원, 영업이익 2255억원을 냈다. 고단가 중심의 지정폐기물 매립, 의료폐기물 소각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국 수처리 시설용량 점유율 22%로 1위, 의료폐기물 소각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국내 폐기물 시장 규모가 커지고, 환경산업의 사회적 중요성도 커지면서 미래 가치는 더욱 높다. 에코비트는 2026년까지 기업가치를 5조원으로 높인다는 비전을 밝힌 상태다. 현재 매각가치로 언급되는 3조원보다 2조원 더 많다. 폐기물 시장의 구조적 성장과 기업공개(IPO)까지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KKR외에 언급되는 원매자로는 환경업계 경쟁사인 SK에코플랜트, 아이에스동서 등이 있다.


앞서 KKR은 태영건설의 재무 위기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알짜회사들을 인수해 왔다. 최근 KKR은 태영그룹의 물류회사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100%를 2400억원에 인수했다. KKR은 티와이홀딩스와 윤석민 회장이 보유한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100%를 2400억원에, 티와이홀딩스의 평택싸이로 지분 37.5%를 600억원에 인수했다. 태영인더스트리는 1990년부터 태영그룹 내 물류 부문을 담당해왔다. 평택과 울산에 거점을 두고 곡물 싸이로(분말 물질 저장탱크)와 액체화물 터미널, 부두 접안시설 등을 운영하면서 오랜 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왔다. 현금을 창출하는 회사와 '볼트온'이 가능한 추가 계열사까지 원플러스원(1+1)으로 가져간 셈이다. 태영그룹이 처한 상황을 봤을 때 쌍방이 합리적인 딜이라고 볼 수 있지만, 펀드 출자자들이나 본사 입장을 생각할 때 KKR을 우군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KKR과 태영그룹의 인연은 길지는 않다. 태영그룹은 2004년 태영환경을 시작으로 선제적으로 환경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TSK코퍼레이션을 출범시키면서 SK건설·SK케미칼을 2·3대 주주로 영입하며 10년간 사업을 키웠다. 2020년 SK 측이 직접 폐기물 사업에 뛰어들면서 동업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지분을 내놓자 KKR이 이를 인수했다. 2021년 태영건설이 인적분할로 티와이홀딩스를 만들면서 TSK코퍼레이션도 지분을 옮겼고 KKR이 추가로 인수한 환경 업체와 합병하며 2021년 10월 에코비트가 출범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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