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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대해부]자주포 1위 ‘K9’으로 폭발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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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양한 파이프라인 강점…K9 세계 1위
지나치게 높은 ADD 기술 의존 벗어나야

편집자주가격 경쟁력과 빠른 공급 능력을 갖춘 한국 무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망 투자처로 K-방산주를 지목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군수 시장에서 한국 방산주가 차지하는 강력한 입지를 감안할 때 방산주는 지정학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소개했다. 앞서 CNN은 "한국이 방위산업의 메이저리거가 됐다"고 했고, 포브스는 "한국이 조용히 세계 최대 무기 공급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글로벌 방위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면서 K-방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다. K-방산에 대한 관심은 '반짝 흥행'으로 끝날 것인가, 지속 성장 가능한 경쟁력을 가지는가. K-방산 대표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의 강점과 약점, 위협과 기회 등을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방산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다. 수주 잔액이 53조3000억원(2023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 방산 기업 중 1위다. 주력 상품인 자주포 K9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1위다. 국내 군수 항공 엔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군함 건조가 가능한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체계종합기업'으로 한국형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우주항공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7년 삼성정밀공업으로 시작해 2015년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한화테크윈을 거쳐 2018년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2022년 기준 매출은 6조5400억원, 영업이익은 3770억원이다. 매출 비중은 항공우주(19.6%), 지상방산(29%), 한화시스템(30.9%), 한화비전(14.1%), 기타(6.4%)로 구성된다. 2023년 매출은 8조6800억원(영업이익 6580억원)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글로벌 디펜스 톱10'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다양한 파이프라인 강점…'자체 기술력'이 스케일업 좌우할 듯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이다.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천무 다연장 로켓과 포탄 장약, 항공기 엔진과 한국형 우주 발사체까지.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거를 타선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랑인 K9은 현재까지 8개국에 수출됐으며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로 1위를 기록 중이다. K9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액은 2017년 22조8000억원에서 2023년 3분기 기준 53조3000억원으로 6년 만에 곱절 이상 늘었다. K9은 이미 국내 시장 공급은 끝났지만 수출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면서 2030년까지는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자체 기술력이 아쉽다. 우리나라 방위 산업은 기술력을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엄효식 전 한화디펜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상무는 "대부분 ADD가 만든 설계도대로 기업이 물건을 생산만 하는 구조이며 K9도 마찬가지"라며 "상표만 '한화'일 뿐 사실상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과 다름없다"고 했다. K9의 경우 ADD 주도로 개발했기 때문에 수출을 할 때마다 로열티 개념의 '기술료'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DD에 지급한다. 방위산업에서는 이런 구조가 수십년간 이어져 왔다.


최근 자체 기술 개발의 성과가 나기 시작한 점은 위안거리다. 도면 한 장 없이 맨땅에서 시작해 개발에 성공한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이 대표적 사례다. 기획, 설계, 공급 계획까지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했다. 2023년 호주 정부와 3조1000억원 규모(129대)의 수출 계약에 성공하는 쾌거도 일궜다. 개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ADD 관계자가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 있다. 엄 전 상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장기 목표인 글로벌 디펜스 '톱10'이 되려면 해외에 통할 만한 K9 수준의 라인업이 3~4개는 더 있어야 한다"며 "현재의 성공에 취할 때가 아니라 기술 연구에 진심으로 매달려 '포스트 K9'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명품 K9'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느냐의 여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스케일업'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지정학 리스크 덕분에…韓 방산 수출 역사 쓴 '잭폿' 터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발생에 따른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K9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의 수출 호조에는 우수한 성능뿐만 아니라 '운'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김호성 창원대 첨단방위공학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첨단 무기에 밀려 재래식 무기가 '찬밥' 취급을 받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물량전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중요성이 재조명됐다"며 "재래식 무기를 제대로 생산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몇뿐이었기 때문에 K-방산이 꽃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전 세계 국방비 지출액 규모는 2조24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1년 전 대비 3.7% 증가했다.


특히 전쟁으로 안보 위협을 크게 느낀 폴란드는 한화를 비롯한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과 20조원 규모의 무기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방산 수출 역사를 통틀어 역대급 '잭팟'이었다. 협정 품목 중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672문)과 천무(288문)도 포함됐다. 현재 폴란드와 K9 212문을 공급하는 1차 실행계약, 152문을 추가한 2차 실행 계약을 각각 완료한 상황이며 나머지 308문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금융지원 연계된 '수은법' 최대 현안…개정 안되면 직격탄

그러나 폴란드에 대한 금융지원 문제 때문에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수는 "무기 거래는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수출국의 은행이 수입국에 대출해주고, 그 돈으로 수입국이 수출국에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 관례"라며 "금융 지원을 담당한 수은이 '신용공여 한도 제한'으로 폴란드에 대한 추가 금융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수은은 법정 자본금(15조원)의 40%(6조원) 내에서 금융지원을 할 수 있다. 이미 K9 1차 실행계약 당시에 한도가 바닥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2차 실행계약의 금융 지원은 정부와 시중은행들이 나선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조달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후속 계약을 이어가기 위해 수은의 법정 자본금을 올리는 수은법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법 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 후속 수주가 상당히 위축되고 2차 실행계약까지 취소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가장 큰 현안"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 국가들의 재래식 무기 '자체 생산' 움직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악재다. 독일의 경우에는 본격적으로 장갑차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방산 특성상 외교 관계가 거래에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엄 전 상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끼리 서로의 무기를 먼저 구매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들의 자체 생산 체제가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3년 정도가 우리에게 주어진 '여유의 시간'"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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