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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소송예고·공개매수 촉구…연초부터 불붙은 '행동주의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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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주주 FCP, '1조원대 손배소' 예고
얼라인파트너스, 주주서한 "주주환원 이행하라"
행동주의 증가 추세…긍정·부정 평가 엇갈려

주주총회 시즌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는 KT&G가 자사주를 자사 공익재단에 무상 증여했다며 '1조원대 소송'을 예고했고, 지난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얼라인파트너스는 일찌감치 은행 지주에 주주 서한을 보내면서 주주환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경영 방향에 개선을 요구하고 지배구조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자자를 뜻한다.


'소송 압박', '공개매수 촉구'…연초부터 활발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FCP는 한 달 내로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지 않으면 주주 대표로 이사회에 배상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직접 제기한다는 내용의 소 제기 청구서를 지난 10일 KT&G 감사위원회에 발송했다. "2001년부터 자사주 1085만주를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와 주주에 약 1조원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FCP의 주장이다. FCP가 제기한 손해액 규모는 1085만주에 최근 주가(9만600원)를 곱한 것이다. 이에 대해 KT&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사주 일부를 출연한 것"이라며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국내 상장 은행 지주 7곳에 주주 서한을 보냈다. 기존에 발표한 정책에 부합한 주주환원 정책을 결산 이사회에 맞춰 이행하고, 지나치게 학계에 편중된 이사회 구성을 다양한 전문가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 등이 담겼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은행을 상대로 행동주의에 나선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엔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가 모두 배당액을 늘리면서 얼라인파트너스의 성과라는 말도 나왔다.


FCP와 얼라인 외에도 여러 행동주의 펀드들이 일찍부터 주주행동주의를 시작했다. 한앤컴퍼니의 승리로 끝난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이후 차파트너스는 주당 82만원에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소송 기간 경영 공백 때문에 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차파트너스의 주장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23일 종가 기준 57만8000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vs '기업 사냥꾼'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갈수록 활발해지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는 2021년 34곳에서 2022년 37곳, 그리고 2023년 상반기까지 50곳으로 증가했다. 이런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주주가치 상장지수펀드(ETF)'가 생겨나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되는 '로빈후드'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단기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맞선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주주행동주의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기업가치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외국 투자자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주력했다면 최근의 주주 제안은 개인투자자와 국내 펀드들이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지나치게 단기 업적주의에 치중하고 경영권 불안을 야기해서 기업에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주주제안이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제안된 것인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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