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논단]금투세 폐지 우려와 가상화폐의 제도권 도입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투자자 보호 위해선 규제 필요
그 규제의 핵심은 세제안 확립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소식에 최근 이미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에 급상승한 가상화폐 시장이 또 한 번 출렁이고 있다. ETF 승인에 따라 코인 시장에서 대장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에 추가 급증 기대도 있겠지만 사실 펀드 승인은 가상화폐가 본격적으로 증권시장 제도권 하에 들어옴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이들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ETF로 거래가 되면 자연히 증권거래법상의 규제 대상이 되고 거래량과 거래자가 증가함으로써, 일부 특정 고액 투자자의 투기 및 내부자의 거래에 따른 영향이 줄어들고, 시장 여건에 따른 ‘대중의 지성’이 순차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에겐 2년 전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생생하다. 테라폼랩스 대표였던 권도형씨의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가 현재 진행 중이고 최근 미 법정은 권씨의 법정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3월 25일로 재판 기일을 이미 확정했다. 권씨는 한국으로의 송환을 위해 전방위에 걸쳐 노력했다는 소문이지만 이번 미국 송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봤지만, 오히려 이들이 권씨의 미국 법정 인도에 환호한다는 것은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은 금융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상당하다. 권씨에 대한 엄중한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추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권씨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미국은 손해 규모만 약 54조원을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피해 보상이 아닌 재산 몰수 등 극한의 처벌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 범죄에 대한 처벌이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권씨와 공동창립자인 신현성씨가 한국에서 재판 중 오히려 여유롭게마저 보이는 대조적인 모습은 현 상황에 대한 단상일 것이다. 또한 코인은 현행 제도하에서는 내부자 거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테라-루나’ 사태 속에서도 일부 내부자들은 극단적 곱버스 등 다양한 공매도 기법을 통해 가격 급락에 따른 오히려 투기 소득을 거머쥐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국내에서 이들에 대한 처벌은 아예 발상조차 못 하고 있다.


결국 가상화폐 시장이 안정화되고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여 더욱 건전히 성장하려면 규제의 틀이 확립되어야 한다. 규제의 시작이자 그 핵심은 결국 세제안의 확립이다. 이 점에서 국내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22에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투자소득 세제안을 2025년까지 과세 유예한 상태에서, 최근에는 이마저 무시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입김에 금융투자소득세를 아예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가상화폐를 ETF 등 정상 시장 룰로 규제하려는 선진국의 움직임과는 정반대로 퇴행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은 지지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자리이고 이에 따라 때때로 무리한 정책 발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은 이와 독립하여 국민의 권익과 재산 보호라는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원회 내부에서 증권거래세 인하마저도 논하고 있다. 이는 당초 금투세 도입이 증권거래세 인하의 전제라는 점도 망각한 것이다.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춘추전국시대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정책 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상이 혼란할 때 간신과 충신이 구분되는 법이다.


김규일 미시간 주립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