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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시각]'24조 큰손' 노란우산, '안전·수익' 두마리 토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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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CIO 취임 후 ELS·고위험 PF 투자 중단
주식 위탁운용→ETF 직접 운용→수익성 증가
올해 사모대출과 인수금융, 세컨더리 관심

최근 서울의 중소기업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도윤 노란우산 자산운용본부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3년 전 취임 당시를 떠올렸다. "와서 보니까 ELS 투자 비중이 엄청 높더라고요. 바로 금지했습니다. 그때 중단시켜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 난리 날뻔했죠." 그는 2021년 5월 노란우산 CIO로 취임했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ELS는 증권사나 은행이 판매하는 파생상품이다. 주로 주가지수와 연계해 지수에 따라 수익금이 결정된다. 지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8%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홍콩H지수가 '반토막'이 나면서 최근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 CIO는 "ELS뿐만 아니라 고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내가 온 이후로 싹 다 정리했다"고 했다.

"직접 운용하니 직원들 눈빛 달라져"

ELS나 PF는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률도 높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무기'를 포기한 셈이다. 노란우산은 다른 일반적인 공제회보다도 '안전한 운용'이 최우선이라는 것이 이 CIO의 설명이다. 그는 "700만명 소상공인의 '최후의 보루'가 바로 노란우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관점이 좀 다르다"고 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이 폐업이나 노령 등의 생계 위협으로부터 생활의 안정을 기하고 사업 재기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공적인 공제 제도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수익률 면에서도 쏠쏠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2022년에는 글로벌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1.88%로 선방했다. 당시 역대 최악의 수익률(-8.22%)을 기록한 국민연금을 포함해 수익률 -5%가 넘는 연기금·공제회가 수두룩했다. 2023년 수익률은 5.34%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5년간을 통틀어 최고 수익률이다. '체질 개선'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ELS 투자를 중단한 대신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운용역들에게 맡겼다. 돈을 넣어놓기만 하면 되는 ELS와 달리 직접 매매를 해야 하므로 초반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 CIO는 "예전엔 위탁운용만 하다 보니까 상황이 안 좋은데도 주식 담당이 자신과 별 상관없다는 듯 해맑게 웃고 있을 정도였다"며 "야단도 몇 번 쳤고, 매매하는 재미를 깨달아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단톡방에서 시황과 매매 얘기로 새벽을 불태울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뭘 물어봐도 직원(운용역)들이 다 안다"며 "주변에서 직원들 눈빛이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도 했다.

AUM 매년 2조 증가…인수금융·세컨더리 관심

노란우산의 운용자산(AUM)은 2023년 기준 24조7339억원이다. 자산군별 비중을 보면 채권(52.4%)이 가장 많고, 대체투자(28.0%)와 주식(16.6%) 순이다. 나머지 3%는 단기자금이다. AUM은 매년 2조원가량 늘어나고 있다. 폐업이 많았던 코로나19 시기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증했다. 노란우산 공제금은 법에 의해 압류나 양도, 담보제공이 금지된다는 장점이 조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재적 가입자 172만명이며 그간 70만명에게 6조5000억원의 공제금을 지급했다.


이 CIO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금리가 아직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채권 투자는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며 "대체 투자의 경우 에쿼티(지분 투자)는 아직도 거품이 있는 편이며 사모대출펀드(PDF)와 인수금융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경기 침체로 '한계 기업'이 늘어나면서 매력적인 조건의 사모대출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것이 이 CIO의 예상이다. 또한 인수금융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도 올해 처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인수금융은 인수합병(M&A) 진행 시 인수자가 외부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그는 "기존에는 인수금융을 직접 검토해서 투자하다 보니 절차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직접투자 대신 기존 펀드 지분을 인수하는 세컨더리(구주인수) 펀드 투자의 경우 운용사(GP)보다는 출자자(LP)가 리드하는 펀드 위주로 투자하는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 CIO는 "(벤처펀드) 만기가 돼서 빠져나오려는 LP가 많기 때문에 괜찮은 가격에 인수할 만한 타이밍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벤처펀드 수는 총 351개이며, 약정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8조4531억원이다. 이 때문에 세컨더리 펀드의 호황이 예상된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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