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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주' 국민연금, '1심 무죄'에 손배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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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이사장 "'李 1심' 후 손배소 검토"
李,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등 무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국민연금 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받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등 13명도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국민연금에 허위 정보를 제공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유도한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었다. 이 회장에 대한 국민연금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이 엇갈릴 수 있는 혐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판결이 나면 이 회장, 문형표 전 장관, 홍완선 전 본부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간 검찰은 2015년 합병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0.35로 설정된 점 등을 토대로 '불법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고 주장해 왔다. 제일모직 최대주주면서 삼성물산 지분은 없던 이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의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됐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합병 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가량을 보유했던 만큼 합병 이후 이 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검찰은 "합병비율을 좌우하는 합병시점을 정할 때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합병 시점을 선택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불리한 합병비율에도 합병에 찬성했다. 당초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지분을 각각 11.61%, 5.04% 보유했는데,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는 기존 두 회사의 지분 가치를 더한 것보다 줄었다. 합병 비율을 어떻게 설정했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의 추정 손해액이 700억~49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시민단체 주장도 나왔다.


반대로 이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일정 기간의 주가 평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비율 산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주들의 이익도 충분히 고려됐고, 불법적인 주가 시세 조종이 없었다는 취지다. 이 회장도 합병 과정에 대한 사항 대부분을 보고받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법적인 경영 활동'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나 사실관계를 보면 이 사건 합병의 목적이 오직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삼성그룹 승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및 주주의 이익이나 의사가 도외시된 바가 없다. 오히려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 및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국민연금에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안진 보고서가 이사회 논의자료로 쓰였다'라고 국민연금 측에 허위로 설명한 적이 없다. 이 역시 객관적 문건 및 당시 통화 녹음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안진 보고서는 안진 회계법인이 삼성물산의 요청을 받아 1대 0.35의 합병비율이 적합한지 검토한 보고서다.


재판부는 합병의 목적과 경과, 비율, 시점이 부당하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을 통한 국민연금 측의 의결권 행사 유도 주장 등도 이미 다른 사건 재판에서 배척된 주장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등 이 회장이 받는 19개 혐의 모두에 무죄를 선고했다.


전원 무죄 판결에 검찰이 항소하면서 형사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일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사실인정 및 법리판단 등과 관련해 1심 판결과 (검찰의) 견해 차이가 크다”며 2심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룹 지배권의 승계 작업을 인정한 (과거) 대법원 판결과 이번 판결이 배치되는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무죄에 따라 국민연금의 손해배상 청구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판결문을 확보한 뒤 합병이 공단에 미친 손해 등을 분석한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손해배상 청구 등은 판결문을 분석하고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홍 전 본부장을 통해 투자위원회가 합병안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홍 전 본부장도 실제 위원들을 압박해 국민연금이 거액의 손해를 입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년6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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