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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관.종]표류하는 HMM, 국내 유일 국적 해운사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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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절차 원점으로 복귀
영구채 전환시 정부 측 지분 74% 몸집 더 커져
해운업황 꺾이는데 '골든타임' 놓쳤다는 비판도

편집자주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컨테이너선사 HMM 매각이 좌초되면서 당분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관리체계를 유지하게 됐다. 해운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은과 해진공이 단기간에 HMM 재매각에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1년 5만원대를 넘어섰던 주가는 현재 2만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 선사로 남은 HMM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찾아온 해운 호황을 계기로 막대한 이익을 축적했다. 이를 발판으로 매각 절차를 밟으며 정부 채권단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해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


매각 실패 원인과 HMM에 미치는 영향은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림그룹은 산은과 해진공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지만 최종 협상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7월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약 7개월간 이어진 매각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가 투입한 수조 원 대의 공적 자금 회수도 당분간은 어려워 보인다. 구조조정의 최적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협상 쟁점 중 하나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제한이었다. 인수전에서 하림그룹의 파트너로 참여한 JKL파트너스는 자금조달에 도움을 주는 대신 지분을 빠르게 매각해 회수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계약 조건으로 5년간 주식 매각 금지를 내세웠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를 매각 금지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은이 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중재안도 제안했으나 해진공이 완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 없이 HMM을 인수하는 방안도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번 매각 실패의 표면적인 원인은 하림그룹의 자금력 부족과 재무적 투자자의 자금회수 시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서 보는 좀 더 근본적인 요인은 정부의 경영권 개입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다. HMM을 가급적 빨리 매각하고 투입된 공적자금을 빨리 회수하고 싶어하는 산은과 공공성의 측면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싶어 하는 해진공의 입장차도 협상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 측은 조만간 재매각에 착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최근 해운업황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새로운 인수 희망자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재매각의 장애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호황이 끝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임이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매각 시점을 놓치고, 저가 운임 경쟁을 극복할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마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노동조합 파업, 지정학적 위기 등 HMM을 둘러싼 복합적인 악재가 잇따르며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정부 채권단 관리 체제 아래서 20여 년을 보내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안타까운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인수 무산을 두고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새우(하림)가 고래(HMM)를 삼키는 형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인수 기업의 몸집이 컸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다. 하림의 자금력이 취약해 인수 후 HMM의 미래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인수자금 갚기에 급급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인수대금 6조4000억원 중 4조원 이상을 차입해야 하는 하림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걱정이다. 결국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가량 되는 하림그룹이 자산 14조원의 HMM을 인수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는 시각도 있다. HMM 노조가 유보금 10조원의 전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매각을 반대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매각에 한 차례 실패하고 가격을 최대로 받을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미 늦은 이상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다만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가 내년까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의 몸집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어지간한 원매자로는 매각이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 내년이면 정부 측의 HMM 지분율이 영구채의 주식 전환으로 기존 58%에서 74%까지 높아진다. 하림그룹이 HMM 지분(57.9%)을 6조4000억원에 인수하려고 했던 것을 기초로 단순 계산 시 73.8%에 대한 지분 가치는 약 8조원으로 높아진다. 국내 10대 그룹이 아니면 인수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다만 이번 매각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나 인수조건 등이 구체화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조건들이 다 노출됐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 기업이 인수에 참여할 경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HMM‥국내 유일 국적 해운사의 미래는

HMM은 국내 1위, 세계 8위의 대형 국적 컨테이너선사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HMM의 지난 3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기준으로 2021년 13조7941억원, 2022년 18조5828억원, 2023년 8조4305억원(증권사 전망치)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매출이 급성장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18조3099억원을 벌었다. 향후 10년간 벌 돈을 이 기간에 다 벌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손꼽히는 현금 부자 기업이 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HMM의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보유량을 보면 약 11조5000억원에 이른다. 2019년 말 557%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2%로 크게 개선됐다. 환경규제 등에 선제 대응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HMM이 보유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의 100%가 국제해사기구 친환경 규제에 적합하다. 초대형선(1만TEU급 이상) 비율이 세계 1위다. 지난해 3분기 전 노선에서 운임이 하락하면서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보였지만, HMM의 경우 3.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다만 언제 매각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가 장기화하면 해운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할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HMM의 글로벌 점유율은 아직 3.3%에 불과하다. 컨테이너선사의 생존은 글로벌 해운동맹과 화주 확보에 달려 있다. 당장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파그로이드와의 동맹이 내년 종료 예정이라, 유럽발 화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최대 주주의 변동 여부를 떠나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적절한 투자 결정과 해운동맹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가 필요하다.


한편 HMM은 2026년까지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을 120만TEU 규모로 확대하고, 벌크 선대를 55척(현재 29척)으로 90%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선박, 터미널, 물류 시설 등 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15조원 이상 투자할 예정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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