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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재테크]‘저PBR 주식’ 일일이 찾지 말고 ETF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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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 ‘금융·자동차·중소형 지주사’ ETF 추천
실적·현금흐름·주주환원 등 펀더멘탈 따져 투자해야
저 PBR 테마화 ‘주의보’…단기 급등에 조정 대비

편집자주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기대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금융지주사와 은행, 보험사 등의 금융주와 삼성물산, 현대차, 기아차 등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 환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국내 기관·개인·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개별 종목을 추종 매매하기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종목을 발굴해 단기로 자주 매매하기보다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장기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 장기간 배당수익 등을 누적시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운용사 펀드 매니저들이 자신 있게 권하는 ‘밸류업 ETF’에는 어떤 상품들이 있을까?

개인투자자들이 PBR 1 미만의 낮은 PBR주 찾기에 혈안이다. PBR는 기업 순자산가치(자기자본) 대비 주가(시가총액)가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 1 미만’의 의미는 당장 회사를 청산해 부채를 모두 갚은 뒤 남은 자산을 주주들끼리 나눠 가져도 현 주가보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해당 기업 주가가 PBR 기준 1 미만에 있는 경우 저평가됐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PBR가 1 아래에 있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기피로 인한 낮은 주주환원율, 지배구조의 후진성 등을 국내 주가의 저평가 원인으로 꼽는다. 달리 말해 기업 경영진들이 투자자(주주)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경영진들이 주주보다는 기업 오너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국내 대기업 계열 상장사 중 그룹 오너가 직접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지주회사나 모회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둘째치더라도 주주환원을 결정할 때도 이익의 규모나 투자 계획보다는 오너의 세부담, 상속·증여의 유리함 등의 이슈가 작용한다. 정부의 주가 부양책이 나오자 저 PBR주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억눌려 있던 주주환원이 늘고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 PBR주의 대표 업종으로 은행과 보험 등 금융업종을 꼽는다. 국내 은행주와 보험주의 PBR가 평균 0.4~0.6배 수준에 불과해 투자자들이 PBR에 주목하면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이익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 의지를 가진 지주회사주와 자동차주 등도 유망 기업으로 거론된다. 숨어 있는 중소형 고배당주를 추천하는 증권사 보고서도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다.


하지만 저 PBR 종목이라고 무조건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PBR가 낮으면서 주당순이익(ROE)이 높고,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업 이익이 증가해 ROE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저 PBR주가 그냥 PBR만 낮은 종목보다 주가가 제값을 찾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런 종목을 찾아 따라다니며 투자할 경우 기대 수익률이 높을 수 있어도,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 주주환원율이 높거나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찾아 적절한 타이밍에 투자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주주환원율만 보고 투자했다가 주주환원의 재원이 되는 이익이 고꾸라져 실제 기대한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많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깊이 있는 스터디와 리서치를 통해 투자자의 구미에 맞는 종목을 찾기 어려울 경우 관련 종목들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ETF를 추천한다.


‘PBR 0.4~0.6배’ 주주환원 늘리는 은행·보험 ETF 각광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타이거(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ETF(타이거은행ETF)’를 저 PBR 관련 대표 상품으로 추천했다. 타이거은행ETF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약 1500억원 규모의 순자산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상장 직후부터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며 3개월 만에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타이거은행ETF는 대형 은행주 중에서 배당수익률이 낮은 기업을 제외하고 3년 이상 배당금을 지급한 종목에만 투자한다. 기존 은행 섹터 관련 ETF와 고배당 ETF에 비해 높은 배당수익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예상 연 배당수익률은 7.2%에 달한다. 배당수익률만 은행 금리의 2배 수준이다.


김병석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 부문 매니저는 “최근 정부 정책 발표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른 날에는 관련 ETF 차익실현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은행주는 배당금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지속해서 높여나갈 것이므로 ETF를 모아가는 것이 좋은 투자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상자산운용은 최근 저 PBR주들이 상승하면서 ‘Kodex보험ETF’와 ‘Kodex은행ETF’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상품의 PBR는 각각 0.40배와 0.43배에 불과하다. 특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보험과 은행 업종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 본부장은 “두 ETF는 PBR가 가장 낮은 금융업종 기업들을 편입하고 있어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이 높아지면서 주가도 제 가격을 찾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KB자산운용은 저 PBR 종목 비중이 높은 ‘KB스타200금융ETF’를 추천했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상품실장은 “일본의 주가 부양책의 사례를 참고하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은 기업의 미래성장 전략과 효율성 개선, 주주환원 확대 방안 마련 등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기업들이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통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고 이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 정책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환원 늘리는 자동차ETF·알짜 중소형 가치주 ETF도 추천

삼성자산운용은 저 PBR주이면서 주주환원 기대가 높은 종목이 편입된 ETF로 ‘Kodex자동차ETF’를 꼽았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 최대 외국인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 내 두 회사는 지배주주 순이익의 25%를 배당하고, 자사주 매입에도 적극적인 스탠스를 보인다. 올해 미국과 유럽 판매 비중 증가와 높은 전기차 경쟁력, 환율 상승 등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주환원 총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2년 11월 상장한 ‘ACE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ETF(ACE주주환원ETF)’를 추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특히 낮은 주주환원율에 주목해 이익과 자본의 질이 모두 좋은 중견 및 중소기업을 선별해 투자한다. 또 1100개가 넘는 기업을 여러 차례 탐방해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주에서 성장주로의 전환이 가능한 수익·자산 가치가 풍부한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편입해 운용하고 있다.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에는 세아제강지주, 영원무역홀딩스, 크레버스, 쿠쿠홀딩스, SK가스, KISCO홀딩스, 영풍정밀, 더블유게임즈, 아세아제지, 세아제강 등이 포함돼 있다. 이 ETF는 상장 이후 총 19.27%의 수익률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훌쩍 넘어섰고, 올해 연초 이후로도 5.45%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한투운용은 ’ACE주주환원ETF‘와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도 같이 추천했다. 이 상품은 2007년 7월 처음으로 설정됐고 설정 이후 164.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간 12.82%, 올해 들어 2.78%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 펀드에는 세아제강지주, 크레버스, NICE평가정보, KSS해운, 세아제강, 나이스정보통신, 골프존, 영원무역홀딩스, 선진, KISCO홀딩스 등이 포함돼 있다. 본업에 대한 경쟁력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있는 중·소형주 비중을 80% 이상으로 유지해 중소형 알짜 가치주 투자를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펀드라는 설명이다.


배당 지속 가능성 따져야‥기업 펀더멘탈 중요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들은 저 PBR주 투자가 테마화되고 있다며 실적이 개선되고 주주환원율이 높아지는 기업이나 이들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는 ETF를 잘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진 실장은 “최근 시장 흐름은 저 PBR 업종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증가, 주주가치 제고 관련 특정 ETF들의 거래량 급증 등 테마화 양상을 보인다”면서 “결국 꾸준히 배당을 지속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업가치를 보유한 핵심 종목들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본부장은 “정부의 정책 발표 기대감으로 저 PBR 업종이 단기 급등했지만, 투자자들은 세부 방안을 잘 살펴보고 개별 기업의 실적과 재무구조 등의 펀더멘탈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면서 “국내 주식은 기관과 외국인 등의 수급 영향도 크기 때문에 항상 단기 급등 이후 단기 조정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기백 한투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은 “최근 저 PBR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주행동주의 태동기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단순히 저 PBR주를 찾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주환원이 가능한 기업들을 잘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 PBR 기업이 주주환원을 하려면 고정자산이 아닌 유동자산이 많아야 하고, 꾸준한 현금흐름 등 수익가치가 커야 하며 주주환원에 대한 기업의 의지 혹은 이를 실현할 지배구조 변화가 따라야 한다"면서 "순유동자산(순현금+투자자산)과 수익가치가 모두 큰 기업 중 주주환원을 강화하거나 정책화하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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