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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SG 채용 시들…빅테크선 퇴사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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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정점 찍고 하락세 심화
작년 순 입사자, 5년 평균의 10%
고금리 여파로 수익성 개선 초점

메타,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 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면서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시장 조사 업체 라이브 데이터 테크놀로지스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기업의 ESG 직무 총 입사자 수는 4만884명으로 퇴사자 3만9452명에 비해 여전히 앞섰지만, 크게 둔화한 흐름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전·현직 ESG 전문가 36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나왔다. 특히 총 입사자에서 총 퇴사자를 뺀 순 입사자 수는 1432명으로 직전 5년간 평균(1만5000여명) 대비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ESG 직무 고용의 한파는 심화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ESG 직무 입사자 수는 2897명인 반면 퇴사자는 3071명으로 입사자 수와 퇴사자 수 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올해의 경우 ESG 직무에서 총 입사자보다 총 퇴사자가 더 많아질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SG 직무에서 가장 많은 퇴사가 나온 기업은 메타,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가 차지했다. 코로나19 때 과도하게 채용된 인원을 감축하기 위한 연장선이다.


ESG 직무는 지속 가능성, 환경, 기후, 다양성과 같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집중한다. ESG 채용 붐은 2018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촉발한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기업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흔들리자, 상황이 급변했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기업들은 수익률에 불만인 주주들과 수익 창출에 집중하라는 정치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최근 기업 트렌드가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공급망 등 이슈에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도 ESG 채용 축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최고 재무관리자(CFO)가 더 높은 단기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영역에 힘쓰고 있다는 얘기다.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의 CFO 리서치 책임자인 알렉산더 밴트는 "기업 이사회가 임원들에게 ESG 위험 관리에 집중하라는 부담을 덜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ESG 채용이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의 관련 투자가 약화했다는 건 아니라는 평도 나온다. 실제, 경영 컨설팅 업체 테네오가 이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ESG 프로그램을 축소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8%에 불과했다.


이는 많은 기업은 미 캘리포니아주,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발효된 ESG 규정을 지켜야 하는 탓에 관련 공시 업무에 계속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10월 주에서 연간 수익 10억달러 이상을 거둬들이는 공공 및 민간 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해야 하는 자발적 탄소 시장공개법을 통과시킨 후 올해부터 시행했다. 또 연간 수익이 5억달러 이상인 기업은 기후 관련 재무 위험도 알려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유럽에서 실질적인 사업을 하는 EU 내 상장 기업과 비EU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개를 요구하는 규칙을 채택한 바 있다.


일부에선 ESG 브랜딩을 하는 마케팅보다는 탄소 배출 등 규제 준수를 위한 공시 중심 업무로 옮겨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탄소 회계 및 관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페르세포니의 최고 탈탄소화 책임자인 마이크 월리스는 "지속 가능성, 탄소 데이터 또는 ESG 데이터를 요청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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