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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K-밸류업, 外人의 두려움을 제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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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당국이 20년 넘게 지적돼 온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에 분주하다. 자본시장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 자본시장 참여자는 "20년간 지배구조 개선을 외쳐왔는데 대통령, 언론, 투자자가 다 함께 코리아디스카운트 극복을 외치는 것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절실하게 원할수록 불안감은 더 커진다. 정부 정책이 한국 증시의 큰 틀을 바꾸지 못하고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방편에 그치게 되면, '총선용 반짝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그간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을 다양한 곳에서 찾았다. 지배주주들은 굳이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세금), 기업에 투자했는데 이익을 나누지 않고(배당), 이사들은 오직 지배주주를 위한 거수기 역할(이사회)만 해 왔다. 한국 시장은 지배주주 보호에는 유난히 공을 들이고, 소액주주 등 일반 투자자 보호에는 취약했다.


자본시장의 한 전문가는 "증시는 상당히 위험한 시장이고 투자자가 이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도록 하려면 방패를 손에 쥐여줘야 한다"며 "정책의 최우선에는 투자자 보호 정책이 놓여야 한다. 그다음이 인센티브, 마지막으로 세제개편을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인센티브도 좋지만, 자신을 보호할 방패를 우선 쥐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의 핵심은 두려움 제거다.

썝蹂몃낫湲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3.39포인트(0.89%) 상승한 2643.81로 장을 시작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4원 내린 1332원에 개장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밸류업 프로그램엔 상장사들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을 공표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주 가치를 높인 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를 만들고, 이를 좇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워낙 한국 시장이 저평가 상태고 주도주인 기술주는 가격 부담이 있어 과도기적으로 저PBR 주식들을 한단계 상향 조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떠난 외국 자금, 국내 대기자금 등이 진입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측면에선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방편으로 외인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해묵은 불신, 근원적인 두려움이 제거되겠느냐 자문해 보면 대답은 '노(NO)'에 가깝다. 가장 최근의 예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외인에게 한국 시장은 여전히 '방패 없는' 위험한 곳이라는 시그널을 준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여전히 주주가 아닌 회사로만 향하고 있다는 점도 국제 기준에 현저히 미달한다. 한쪽으로는 금융지주의 이익내부유보·예대금리통제 등 건전성 개입을 하면서, 또 다른 한쪽으로는 PBR 개선을 요구하는 당국의 정책 충돌도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정책 결과를 얻어내려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점진적이고, 일관되며 끈기 있게 이뤄져야 한다. 선거철 사탕발림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핵심으로 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우리 증시의 체질을 바꿀 절호의 기회이자, 윤석열 정부 레임덕을 늦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다만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만 강조하는 단편적 정책에 그친다면 시장은 잠시 들떴다가 또다시 두려움에 떨 것이다.



박소연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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