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주목
韓지사 설립 등 협력관계 강화 움직임
엔비디아 GPU에 'RISC-V' 기술로 대응
캐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모두 인연을 맺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해외 스타트업이 반도체와 자동차, 전장 등 여러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과 동시에 협력관계를 맺는 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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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회 삼성 AI 포럼'에서 짐 켈러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다음 달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캐나다 AI 반도체 업체인 텐스토렌트의 키스 위텍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가 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설계부터 완성차 업계를 두루 경험한 위텍 이사의 노하우를 통해 반도체 자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상 주요 의사 결정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텐스토렌트는 지난해 8월 현대차·기아에서 투자유치를 받은데 이어 인적 교류까지 확대하는 모습이다.
텐스토렌트는 이미 삼성전자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텐스토렌트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공장에서 4㎚(나노미터·10억분의 1m) 4세대 공정(SF4X)을 활용한 텐스토렌트의 AI 칩렛 반도체 '퀘이사'도 생산하기로 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텐스토렌트와 협력해 스마트 TV를 포함한 자사 제품에 리스크 파이브 기반 AI 반도체를 탑재할 예정이다. 스마트TV 외에 자동차 관련 기기 등 다른 제품에도 AI 칩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날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비롯해 여러 사업 파트너사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 지사 설립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텐스토렌트는 한국지사에서 근무할 인력을 이미 채용한 상태다.
텐스토렌트의 행보는 '탈(脫)엔비디아'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AI 반도체는 미국 엔비디아가 시장의 90%를 독점하며 높은 가격을 유지 중이다. 이 물량은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인 대만의 TSMC가 생산한다. 현재 엔비디아의 칩을 받기 위해서는 52주의 리드타임(주문 후 수령까지 걸리는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짐 켈러 CEO는 AMD, 애플, 인텔, 테슬라 등에서 핵심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던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통한다. 그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달리 CPU와 AI 가속기를 결합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AI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리스크 파이브(RISC-V)' 기반 반도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RISC-V는 반도체 생산과 개발 권리가 개방돼 있어 누구나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 제조, 판매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반도체다. 이 때문에 설계만 제공되면 복잡한 라이선스 과정 등을 거치지 않고 적용할 수 있다. 또 칩 면적도 작고 소비전력도 적기 때문에 생산 단가나 유지 비용도 훨씬 적다는 장점이 있다.
짐 켈러는 향후 5~10년 이내에 RISC-V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에 장착될 것이고, 특히 과학 분야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도입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의 GPU는 여러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용도에 부합하는 범용 칩에 가깝다"며 "반면, 앞으로는 보다 자체 서비스에 특화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칩이 필요한데 텐스토렌트는 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