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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막자"‥롯데컬처, 롯데쇼핑 지원으로 2천억 신종자본증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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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사업 부진으로 부채비율 3500% 육박

롯데그룹 계열의 영화관 운영 기업 롯데컬처웍스가 롯데쇼핑의 측면 지원을 받아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줄줄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무려 3000%를 넘어선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롯데컬처웍스는 코로나19 이후 실적과 재무상황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자본잠식’ 직전 상황에 이르렀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채권 만기는 30년 이상으로 무한 연장할 수 있지만, 채권 발행 후 3년 후인 2027년부터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기존 발행금리(6.06%)에서 2% 이상의 페널티(벌칙) 금리를 내야 한다. 3년 후부터는 단계적으로 이자를 올려 지급해야 하는 스텝업(step-up) 구조다.


롯데컬처웍스는 재무상황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 영구채 발행에는 롯데쇼핑이 측면 지원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롯데컬처웍스가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사시 채무 상환 책임을 롯데컬처웍스 대신 부담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제공한 것이다.


롯데컬처웍스가 대규모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3500%에 육박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영구채는 이자를 주고 자금을 빌린다는 측면에서는 차입금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만기가 영구적이고 이자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등 자본의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영구채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해 준다.


이에 따라 롯데컬처웍스는 자본을 늘려 일단 회계상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롯데컬처웍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화관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2018년 5000억원을 넘던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연이어 순손실이 반복되면서 2022년 말 290억원으로 감소했다. 4년 동안 자기자본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부채는 1617억원에서 1조100억원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면서 부채비율은 32%에서 2022년 말에는 무려 3500%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순손실이 이어졌다면 올해부터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2022년 말 재무상황에서 2000억원의 영구채가 자본으로 반영되면 부채비율은 약 440%로 떨어진다.


롯데컬처웍스가 부채비율을 낮추더라도 큰 폭의 재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일 뿐 실질적으로는 3년 만기 차입금이나 마찬가지"라며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순손실이 이어졌다면 롯데컬처웍스는 자본잠식에 빠졌을 것"이라며 "영구채를 발행해 일단 자본잠식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긴 하지만, 신용평가에서는 차입금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발행액의 일부를 차입금으로 간주한다"면서 "대주주의 증자나 실적 개선 등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롯데컬처웍스가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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