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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 日 증시…"4만 넘어" vs "中 자금 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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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호조·엔저·주주친화 등 동력
중국발 자금 빠져나가면 악재로 작용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니케이225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89년 말 버블 경제 시절에 세웠던 최고점을 34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시장은 니케이지수가 4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반면, 증시 버팀목이 됐던 중국발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경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다. 심리적 저항선 '150엔'을 넘어선 엔·달러 환율도 불안 요소다.


니케이지수는 22일 전장 대비 836.52포인트(2.19%) 오른 3만9098.6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장 중 한때 3만9156.97을 기록하며 거품 경제 때인 1989년 12월29일 기록한 종전 사상 최고치(3만8957)를 훌쩍 넘어섰다.

썝蹂몃낫湲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 같은 일본 증시 활황의 원인으로는 일본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이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서 일본 상장사 1020곳의 1분기 순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43조5000억엔(약 38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3월 결산하는 일본 주요 상장기업들의 연간 순이익이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도 5.8%를 기록해, 2022년 1분기(6.1%)를 제외하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가 될 전망이다.


기록적인 엔화 약세로 인한 해외 자본 유입도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외국인 투자자의 도쿄거래소 프라임(1부) 시장 투자 대금은 2조엔(약 1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실적 호조를 보인 것도 도쿄증시에서 도쿄 일렉트론, 소프트뱅크 그룹 등 관련 주식의 상승에 호재로 작용했다. 두 기업은 22일 전장 대비 각각 5.97%, 5.14% 상승 마감했다.


자동차주도 가세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엔화 약세 및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한 수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22일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57조엔(약 500조원)을 돌파했다. 2024년 3월31일로 끝나는 2023 회계연도의 연결 순이익 전망치(국제회계기준)는 전년 대비 84% 증가한 4조5000억엔(약 38조원)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 도요타자동차, 스바루, 미쓰비시상사 등 7개 종목을 일본 닛케이지수를 주도하는 ‘사무라이 7’으로 꼽았다. 미국 뉴욕증시를 이끄는 ‘매그니피센트7’ 못지않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 친화 경영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로 저평가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자구책 마련을 요청했다. 기업들도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더불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의 정책을 내놓으며 요구에 부응했다.


이외에도 방일 외국인 관광 수요 증대로 인한 내수 활성화, 100조엔에 달하는 상장 기업들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 활발한 임금 인상 움직임 등이 주가 상승에 순풍으로 작용했다고 신문은 짚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22일 의회에서 "임금과 물가의 경제적 선순환이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위한 포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기대감을 키워왔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들어 17%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약 6% 상승(22일 기준)했고 한국의 코스피가 횡보 중인 것과 대조된다.


추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이어진다. 일본 전문가들은 닛케이지수가 올해 4만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닛케이지수의 2024년 전망치를 지난번 예측 때보다 3400엔 높인 4만3000으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 연말 니케이지수 전망치를 기존 3만8500에서 4만1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토픽스 지수에 대한 전망치도 2715에서 2850으로 높였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일본 증시 최대 큰손인 BOJ가 주가 하락 과정에서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 매도에 나설 경우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TF와 같이 저수익 기업을 포함한 주식 시장 전체를 매수하는 지수 연계 투자는 시장의 선별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LI 리서치 연구소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신고 이데에 따르면 BOJ의 ETF 보유액은 15일 장 마감 기준 약 70조엔(약 620조원)에 달한다.


중국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일본 증시로 유입된 중국발 자금이 역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문은 "지난해부터 일본 증시를 견인했던 것은 중국발 자금 유입이 컸다"며 "미국의 성장 잠재력에 매료된 일본 투자자들이 도쿄 증시에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해오고 있는 와중에 해외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증시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엔·달러 환율이 일본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받는 150엔을 상회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이다. 만약 일본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를 부양한다면 해외투자자들의 도쿄 증시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엔·달러 환율 하락은 현재 일본 증시를 지탱하고 있는 일본 수출기업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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