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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밸류업, 투자자에 듣는다]②"알맹이 없어" 기관투자자 움직일 동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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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밸류업 방안‥추가발표 지켜봐야"
"말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법 개정 기대"

수조에서 수백조원 규모의 국민들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연기금·공제회의 기관투자자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대해 기관 운용 전략에 당장 영향을 줄 만큼 효과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김빠진 대책이 나왔지만, 정책의 확대 및 지속 여부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썝蹂몃낫湲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도약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실효성 없는 대책…"기관들은 '잔재주'에 움직이지 않아"

익명을 요구한 A 기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발표한 내용이 알맹이가 없다"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한다고 하니 지켜보겠지만 지금 단계에선 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의사결정 할만한 내용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IR(기업설명회)을 진행 중인데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준비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뾰족한 답을 내놓는 기업이 아직은 없다"고 귀띔했다.


그는 "배당을 얼마를 하고,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기업은 돈을 잘 벌어야 한다"며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일 여건 조성에 대한 내용이 병행해서 나와야 기관들도 투자를 확대하든지 할 텐데 그런 내용이 다 빠져있다. 이렇게 단순한 지표 발표만으로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번 정책은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버블경제 시대를 넘어선 일본 증시를 참고했다. 하지만 기관들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뜨거워진 일본 증시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일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A 기관 CIO는 "일본 증시가 마치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에 뜨는 것처럼 오해들을 하는데 여러 요인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엔저(円低) 영향이 가장 크고 미·중 갈등의 수혜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 기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 투자하는 기관 입장에서 이런 하나의 재료로 운용 전략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뭔가 좀 더 신뢰성 있는 발표가 나온다든지 가시적인 변화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 많은 고민과 탄탄한 계획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 건지, 잠깐 반짝하고 끝날지에 대한 의문이 아직 있다"며 "외국인들도 아마 비슷한 시각일 것이라고 본다"며 좀 더 관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상법 및 세법 개정 등 추가대책, 정책의 지속성이 관건

다만 기업 밸류업 지원 정책이 설익은 채로 발표됐지만, 세부적인 추가 대책과 중국서 빠져나온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 한국 증시의 긍정적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허장 대한지방행정공제회 CIO는 "선거 이후에는 상법 개정이나 세법 개정 등과 관련된 후속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외국인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추가적인 유인책을 줄 수 있으면 자금이 유입될 만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정부도 그냥 말만 하고 끝낼 것 같지는 않다. 속도의 문제지 기업 밸류를 올라가게 할 만한 유인책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며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고 하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방향성은 좋다"고 말했다.


알짜 중소기업, 현금 보유가 많은 대기업 등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이상민 건설근로자공제회 CIO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이 수혜를 본다는 측면에선 알짜 중소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밸류 우수기업 선정이라는 측면에선 코스피 구성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군들이 수혜를 보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허장 CIO는 "PBR는 낮지만, 성장성이 좋은 회사들에는 주목받을 좋은 기회다. 현금보유가 많은 회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밸류 트랩'을 조심해야 한다. 성장성이 없어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PBR가 낮은 회사들을 반드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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