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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종자본증권 발행 봇물‥증자 피하려 '반쪽' 재무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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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롯데컬처·SGC테크 등 잇따라 발행
3000% 넘은 부채비율 낮추려
"실질적 재무개선 효과 미미" 지적

대기업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 늘고 있다. 최근 10일 사이에만 효성화학, 롯데컬처웍스, SGC테크건설 등이 부채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대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영구채 발행을 본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기업들 영구채 발행 잇따라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GC그룹 계열사인 SGC테크건설은 지난 26일 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채권 만기는 30년 이상으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3년 후인 2027년부터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해 만기 전에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 대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기본 금리 8.5%에 매년 50bp(1bp=0.01%)의 벌칙 금리를 추가해 내야 한다.


효성화학은 만기 30년 이상 영구채를 지난 22일 1000억원어치 발행했다. 금리는 8.30%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2년 후에 350bp(3.50%)의 벌칙 금리를 부과한다. 5년 후에는 추가로 450bp, 10년 후에는 여기에 550bp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연이자가 최대 21.80%까지 오를 수 있다.


롯데컬처는 지난 20일 롯데쇼핑의 측면 지원으로 2000억원어치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최초 발행 금리는 6.06%로 3년 후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매년 50bp의 금리를 올려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수천%' 치솟는 부채비율 낮추려

이들 대기업이 영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영구채의 경우 벌칙 금리를 낸다면 장기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특징이 있어 발행액만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유상증자를 하지 않더라도 회계상 자본이 늘어나면 부채비율이 낮아진다.


효성화학은 경영난으로 부채비율이 한 때 9941%에 육박하는 등 재무구조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8월 7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시작으로 9월에 300억원어치를 추가로 발행하고, 이달에 1000억원어치를 추가했다. 최근 7개월 사이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 셈이다.


롯데컬처 또한 영화관 사업 부진으로 부채비율이 3500%를 넘어서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서 영구채를 다량 발행했다. 최근 1년 사이 수백억원씩 여러 차례에 걸쳐 약 3500억원어치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효성화학과 롯데컬처는 영구채에 의존해 자본을 확충하면서 자기자본 내 영구채 비중이 커졌다. 유상증자 등의 신주 발행으로 확충한 자본은 잠식됐고 사실상의 차입금인 영구채가 자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SGC테크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IB업계 관계자는 "영구채는 회계적으로는 자본에 속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차입금에 해당된다"면서 "영구채 발행을 제대로 된 재무구조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상증자 회피용‥본질적인 재무개선 필요

이 때문에 영구채가 유상증자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효성화학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영구채 발행 외에도 지난해 토지 재평가를 통해 15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고 5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잇따른 순손실로 증자보다는 영구채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


롯데컬처는 재무상황이 극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증자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채로 영구채에만 의존해 재무 상황을 개선해 왔다. 대주주인 롯데쇼핑과 정성이 현대차그룹(이노션) 고문의 신규 출자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하면 대주주를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규 자본(뉴머니)을 투입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대주주의 신규 자금 투입 부담을 줄이려고 유상증자를 회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구채를 반복적으로 발행하면 부채비율을 낮추더라도 재무구조가 좋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시장에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인정받으려면 자산 매각이나 유상증자 등의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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