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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토 넓히는 증권사… "고도화된 전략·당국 협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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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해외점포 소폭 증가세
현지 증권사 인수·사업분야 확대
해외진출 고도화위한 당국 역할 필수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진출한 지 40년이 흐르면서 성과도 조금씩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증권사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해외 비중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사업모델 다변화 등 해외 진출 전략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시 활기 띠는 증권사 해외 진출

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증권사는 13개국에 69개의 해외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총 해외점포수는 2011년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수는 2011년 96개에서 2020년에는 64개까지 줄었다가 다시 69개로 소폭 증가했다.


이 같은 해외점포수의 변화는 공략 대상 시장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선진국 점포가 감소한 반면 신흥국에서는 증가했다. 선진국의 현지법인이 2011년 41개에서 2022년에는 31개로 줄었고 신흥국의 경우 현지법인이 2010년 19개에서 2022년에는 25개로 증가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 증권사는 선진국 시장에서 진출해 한국물 중개 사업을 위주로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에 현지법인을 앞다퉈 설립했다"면서 "국내 증권사는 아시아 신흥국에서 리테일 브로커리지를 주력사업으로 두고 있으며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신흥국에서는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선진국에서는 사업 분야를 다양화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4800억원에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 리미티드를 인수했다.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 자본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5년 만에 현지 기업을 인수했다. 쉐어칸은 현지 업계 10위 수준의 증권사로 미래에셋증권은 쉐어칸 인수를 통해 5년 내 인도 5위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의 리테일 고객 계좌수는 올해 1월 100만개를 돌파했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2022년 4월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엠.스톡(m.Stock)' 출시 후 2년도 안된 시점에서 현지 온라인 증권사 중 8위, 전체 16위로 급상승하며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인도법인 설립 이후 작년 5월 초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까지 늘리며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브로커리지 사업을 강화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미국 금융사 스티펄파이낸셜과 합작해 설립한 'SF 크레딧파트너스'를 통해 미국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 부문에 진출해 활동 중이다. 또한 글로벌 운용사 칼라일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연간 40억달러 규모의 칼라일 크레딧 상품을 국내 단독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홍콩거래소에 파생워런트 상품을 상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초 한국투자금융지주 글로벌사업실을 신설, 증권에서는 글로벌사업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조직 개편 단행했으며 2030년까지 개인 자산 중 글로벌 상품의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베트남에서 신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하는 등 현지 자회사를 디지털 선도 증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후 차세대 시스템 도입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전선이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고 사업모델 또한 다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전략 고도화 및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 활성화 위해 현지 네트워크 강화 관건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게 현실이다.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현지의 여러가지 장벽에 막힐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현지 규제 완화와 네트워크 강화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지법인이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자본의 확충 문제다. 자본과 자금조달 능력은 해외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규모가 충분하지 않은 대부분 현지법인은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 현지법인 대부분이 모회사의 신용도에 기대 자본력을 확충하는 이유다. 자본을 늘리려면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금융당국 승인을 받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시장 변화에 대응해 사업전략을 짜놓고도 자금 조달 길이 막혀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지 규제의 벽에 막혀 사업할 수 있는 길이 번번이 막히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증권사들이 인도 주식 직접 거래 시스템을 갖춰놓고도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한 경우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인도 주식 투자에 대한 수요에 대응해 인도 주식 직접 거래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했지만 현지 세제 규제에 막혀 이 같은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타국과의 조세협약에 따라 국내 투자자가 미국과 일본 주식을 거래해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세율이 높은 나라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한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무조건 자국에 세금을 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개인마다 양도차익이 천차만별이어서 개인별 세금을 따로 매겨야 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이러한 규제 탓에 우리나라에서 인도 시장에 투자하려면 인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금융당국측에서는 2월 안에 이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진전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진출에 있어 국내 규제는 크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문제는 이중과세 등 해외 현지 당국 규제인데 당국의 해외 네트워크 중요하다. 현지 당국과 관련 규제나 진출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나서서 길을 열어주면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금융당국이 내린 조치가 바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해외 법인의 기업 신용공여에 대한 영업용순자본비율(NCR·Net Capital Ratio) 규제 완화다. 종투사 해외 법인의 기업 신용공여 규모가 늘어나면, 위험값 인하에 따라 신용공여 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돈을 쌓아두지 않고 위험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몇 차례에 걸쳐 현지법인의 인수금융 등 신용공여에 대해 본사와 동일한 NCR 차감률을 적용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며 "기존 모든 해외 현지법인은 종투사 신용공여 적용기준에서 배제되어 100% 차감률 적용한다는 내용이 작년 10월부터 적용돼 현지법인 사업 활성화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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