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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스타트업의 '봄날'은 어디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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썝蹂몃낫湲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2023년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해외 주요국 대비 우수한 회복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근 국내 벤처투자 동향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우리나라 벤처투자가 유동성 확대 등으로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2021~2022년 대비로는 줄었지만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하면 지난해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중기부의 자세한 설명은 이렇다. 한국과 유럽, 미국의 벤처투자를 2020년과 비교해보니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는 22% 늘었지만 유럽은 4% 증가에 그쳤고 미국은 1% 감소로 나타났다. 게다가 국내 벤처투자액은 지난해 1분기 1조8000억원에서 2분기 2조7000억원, 3분기 3조2000억원, 4분기 3조3000억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늘었다. 이런 내용을 보면 스타트업에 드리웠던 ‘투자 혹한기’의 그림자가 드디어 걷히는 것 아닌가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이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은 여전히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얘기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의 공동 설문조사에서 스타트업 창업자 76.5%는 지난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전년보다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절반 이상이 투자 위축을 꼽았다. 창업자 63.0%는 실제로 전년 대비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벤처투자가 회복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정부의 설명과 현장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업종과 업력에 따른 쏠림 현상이 이유일 수 있다. 지난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등이 부상했다. 그러면서 ICT 업종 투자액은 1조3933억원으로 전년 대비 62.7% 급증했다. 전기·기계·장비 업종 투자액도 1조5090억원으로 39.7% 늘었다. 반면 2022년 28.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ICT 서비스는 36.5%가 줄었다. 다음으로 많은 바이오·의료 분야도 12.3% 감소했다. 유통·서비스 업종의 투자액은 43.3% 줄어 거의 반토막이 됐다. 2022년 ICT 서비스,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3개 업종에 전체 투자의 60% 가까이가 몰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는 흐름도 현장에서 느끼는 찬바람을 더 매섭게 했다. 지난해 투자를 받은 기업을 업력별로 보면 3년 이하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2% 줄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전년 대비 감소율인 12%를 크게 상회한다. 2022년만 해도 3조3594억원의 투자가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뒷받침했지만 지난해엔 2조6808억원까지 감소했다. 반면 업력 7년 이상 후기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가 6.9% 증가했다. 스타트업 업계에 봄이 오고 있되 봄볕이 많이 드는 곳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1년 만에 투자 트렌드가 확 바뀐 것도,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확 준 것도 우려할 지점이 있다. 정부는 올해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딥테크’ 분야를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 트렌드가 급변하고 초기 투자가 위축된 환경에서 꾸준히 기술 개발에 매진할 창업 기업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벤처투자 ‘회복세’만이 아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세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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