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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 반도체 전설' 황창규의 日 경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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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텔도 그렇지만 일본도 (반도체) 팹을 짓는 등 적극 투자하고 있다. 모두 열심히 하지 않나."


최근 수도권 모 대학에서 만난 '삼성 반도체 전설' 황창규 전 KT 회장은 미국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뜸 일본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이 최근 들어 반도체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부활을 내걸고 대대적인 투자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대만 TSMC가 지난달 구마모토에 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조만간 2공장도 착공한다. 일본 정부는 1공장에 4760억엔을 포함해 1조2000억엔(약 10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한다.


황 전 회장의 발언에는 과거 반도체 왕국을 일궜던 일본에 대한 경험이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1983년 삼성에 입사해 기술 정보를 얻으러 여러 차례 일본을 다녀오며 갖은 수모를 겪었다. 이후 도전자로서 챔피언 일본과 20년간 정면승부를 펼쳤다. 1992년 삼성전자가 일본을 제치고 D램 세계 1위 기업이 됐을 때 그는 삼성 반도체연구소 이사였다. 2008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시절엔 일본 엘피다(NEC+히타치+미쓰비시)와 '치킨 게임'을 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일본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일본 반도체의 저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일본에는 반도체 사업을 뒷받침하는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이 탄탄하다. 세계 빅4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TEL), 세계 최고 소재업체 신에쓰화학·섬코(웨이퍼) 등이 대표적이다. 또 정교한 인재 양성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여기에 정부의 막대한 투자가 더해지면서 일본의 반도체 본능이 점차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그의 '일본' 언급은 그래서 간과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경기도 용인·평택 등에 480여조원(삼성전자 360조원·SK하이닉스 122조원) 규모 특화단지를 조성 중이지만 속도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전 회장은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에 대해 "조언하기엔 시간이 이미 지났다"고 했다. 과거 경험으로 미래를 논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일본 반도체에 대한 그의 발언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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