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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영문공시' 양과 질 획기적으로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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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비대칭성 그대로 두고 외국인투자 확대 기대 어려워
'밸류업'으로 투자매력 높이고 투자환경도 개선 필요


수년 전 만난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 투자의 애로사항 1순위로 기업 관련 영문 정보의 부족함을 꼽았다. 투자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투명성, 정보 탐색과 재무 전문가적 번역에 필요한 높은 비용 등이 한국 투자 포지션을 많이 늘리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은 우리나라 금융 당국이 영문공시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불편함을 자주 토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들어온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한국 시장의 글로벌화 진척 속도는 매우 늦었다. 우리가 정보의 벽을 허물지 않고 있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를 한국 시장에 끌어들일 기회도 많이 놓쳤을 터다.


그래서 올해부터 일부 기업에 의무화된 영문공시에 기대를 걸었다. 코스피(KOSPI) 상장사는 한국거래소(KRX)에 제출하는 중요한 공시 정보에 대해 국문공시 제출 후 3일 이내로 영문공시를 제출해야 한다. 자산 규모가 10조원 이상이거나 외국인 지분율 30% 이상(자산 2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코스피 상장사가 대상이다. 2026년부터는 영문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이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한글공시를 제출한 이후 영문공시를 제출하기까지의 시차도 3일 이내에서 동시 제출로 줄어든다.


그런데도 여전히 영문공시의 양과 범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1단계 영문공시 의무화에서는 배당 결정 등과 같은 결산 관련 사항, 유·무상증자 결정 등과 같은 법정공시 공통 사항, 주식 소각 등과 같은 매매거래정지 수반 사항 등의 공시만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채권 발행이나 신주 발행 공시 등 투자 정보가 많은 증권신고서와 청약 세부 사항 등은 충분한 영문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단계로 영문공시 서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서류의 양과 질이 얼마나 보완이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영문 오픈다트’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지만 주요 보고서의 목차나 표, 서식 등만 영문화될 뿐 전체 내용의 영문화 얘기는 없는 상황이다.


영문공시로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관심도가 올라갔다는 증언들이 많다. 영문공시 의무화 이전부터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영문공시를 해 온 셀트리온은 ‘올해의 영문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상세한 영문공시가 외국인 투자자를 이해·설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올해부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폐지되면서 한국 주식 투자를 고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연기금, 투신, 보험, 은행 등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 등록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3501건으로 계속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투자회사와 개인 투자자들의 등록건수 증가 속도가 빨랐다. 투자자 등록의 불편함에도 K-주식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 투자자의 저변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방증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전략이라면 영문공시 확대는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는 시기에 기회를 잡으려면 영문공시의 양과 질을 늘려 국내외 투자자 간 정보비대칭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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