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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승계의 열쇠(key)'…주목해야 할 비상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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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비상장사는 어떻게 그룹 승계의 키를 쥐는가
CJ·아모레·SPC·롯데·SK의 핵심 비상장 계열사 분석

CJ그룹의 CJ올리브영 지분 재매입이 재계와 자본시장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룹 승계의 키(key)를 쥔 비상장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J그룹 외에도 SK, 롯데, 아모레, SPC 등 다수의 그룹이 핵심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승계 및 계열분리를 준비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어떻게 CJ 승계의 키가 되었나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올리브영 지분을 재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재매입은 자사주 매입 형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CJ그룹 입장에선 사모펀드에 팔았다가 몸값이 오른 상태에서 다시 사는 이번 거래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자사주 소각 및 합병을 통해 오너가의 지분비율도 올릴 수 있고, 올리브영의 기업가치에 대해 시장평가도 받았다. 합병 비율 이슈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있다.


글랜우드PE는 2021년 올리브영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참여해 지분 22.6%를 매입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CJ올리브영이 글랜우드PE에 매각했던 CJ올리브영 지분 절반을 다시 사 오면서 시장에서는 CJ㈜와의 합병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해당 지분을 소각하면 오너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실장과 이경후 CJ ENM 실장의 지배력이 올라간다. 자사주 전량 소각 후 이선호 실장의 지분율은 14.2%로 현재(11.04%)보다 3%가량 높아진다. 글랜우드PE가 투자할 당시 1조8000억원 수준이던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이번 지분 매각에선 3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크고 CJ㈜의 기업가치가 낮을수록 오너 일가는 유리한 비율로 CJ㈜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아모레그룹, 이니스프리가 장·차녀 승계 구도의 최대 변수

장녀 서민정씨와 차녀 서호정씨가 나란히 승계 후보로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지주사 아모레G 아래 자회사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 등 계열사 간 합병이 승계 구도에서 키를 쥐고 있다. 최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차녀 호정씨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장녀와 차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민정씨의 아모레G 보유량은 255만주, 호정씨의 보유량은 약 252만주로 서로 근접해 있다. 여기서 장녀 민정씨가 보유 중인 이니스프리 주식이 승계 구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시장의 관심이다.


장녀 민정씨는 아모레G의 자회사인 이니스프리 지분 8.68%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는 18.18%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서경배과학재단에 9.5%를 기부했다. 재단이 이를 다시 이니스프리에 매각하면서 9.5%가 자사주로 편입됐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민정씨의 지분은 올라간다. 이니스프리와 아모레퍼시픽 간 합병이 이뤄지면 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갖게 된다. 아모레G가 유상증자를 하고 민정씨가 이에 참여할 때 보유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현물로 출자할 수 있다. 민정씨가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지주사인 아모레G에 100% 현물 출자하면 동일 금액의 지주사(아모레G)의 신주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최상위 지주사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40% 가까이 되는 증여세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SPC그룹, 빅바이트컴퍼니 신설‥장·차남 계열분리 신호탄

SPC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에서 물적 분할된 빅바이트컴퍼니라는 신설 회사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대기업집단 편입을 목전에 둔 SPC그룹은 3세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선 허영인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에게 나눠서 승계하는 과정에서 허 사장에게는 제과업 핵심 사업인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차남 허 부사장에게는 외식사업인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을 물려줄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크라상에서 분리된 빅바이트컴퍼니는 쉐이크쉑의 한국사업부문을 떼어 낸 회사다. 업계에선 빅바이트컴퍼니가 조만간 허 부사장이 전략총괄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비알코리아의 계열사로 편입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알코리아는 그룹 내 파리크라상의 직간접 출자를 받지 않는 유일한 계열사다. SPC그룹은 승계 및 계열분리 과정에서 비알코리아를 허 부사장의 지배하에 두고 빅바이트컴퍼니, 섹타나인 등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종속 기업으로 편입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해석한다.

한국 계열사 지분 없는 롯데 3세 신유열, 日 금융투자회사 대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은 올해 38세 생일을 지나면서 국적 및 병역이슈를 해소했다. 국내 병역법상 병역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국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신 전무의 그룹 내 지분 확보다. 국내에서 신 전무의 주요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 지분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신 전무는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파이낸셜은 롯데캐피탈 지분 51%를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투자·자금운용 및 부동산 개발사업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무가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롯데파이낸셜의 대표이사는 '롯데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고바야시 마사모토 사장이었다. 롯데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인물이다.


롯데파이낸셜은 신 전무가 대표를 맡은 또 다른 회사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와도 연결된다. LSI가 롯데파이낸셜의 최대주주다. LSI→롯데파이낸셜→롯데캐피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LSI 아래에는 7개 투자회사가 있는데, LSI는 이 투자 자회사를 통해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 지분 약 46.1%를 보유 중이다. 신 전무가 대표로 있는 일본 투자회사가 결국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SK그룹의 미래 에너지 회사 SK E&S 조용한 활약 주목

SK그룹의 경영 승계 시나리오는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가 그룹 내 경영 수업을 본격화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 회장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염두에 둔 승계구도가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선 소유와 경영이 분산된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세 자녀의 경영 능력이 전문경영인과 무한경쟁의 시험대에 올라간 셈이다.


최 회장의 장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차녀 민정씨는 재작년까지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인공지능(AI) 의료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인근씨는 SK E&S의 북미 법인 패스키에서 일하고 있다. SK바이오팜, SK하이닉스, SK온 등에 비해 주목도는 낮지만 인근씨가 근무하는 비상장 계열사인 SK E&S를 눈여겨볼 만하다.


SK E&S는 지난해 계열회사 중 가장 높은 이익 성장률을 보이면서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SK E&S를 SK그룹 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회사로 보고 있다. 모기업 SK㈜의 지원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SK하이닉스나 SK온이 현재 각광받는 계열사라면 SK E&S는 미래사업으로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와 청정수소,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 에너지솔루션 부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그린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탄소제로 시대를 대비할 비상장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특히 인근씨가 근무 중인 SK E&S의 손자회사 패스키를 눈여겨볼 만하다. 패스키는 SK그룹 배터리사인 SK온의 고위급 임원들이 자리 잡고 있는 미국 법인이다. 삼촌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패스키 이사회의장과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겸직하고 있다. 최영찬 경영지원총괄사장이 대표(CEO)를 맡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박종욱 부사장이다. SK그룹 차원에서 사업 역량을 모으기 위해 패스키를 중심으로 전문 인력을 꾸렸다.


패스키는 SK E&S 미국법인(SK E&S Americas)이 지분 100%를 소유한 투자지주 성격의 법인이다. SK E&S는 패스키 설립 후 신재생 사업법인, 투자 사업법인을 패스키 아래로 편재했다. 패스키는 SK E&S가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을 관리한다. 인근씨는 이곳에서 그룹의 주요 먹거리인 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고, 글로벌 투자 노하우를 습득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를 보려면 상장사보다 조용히 움직이는 비상장 계열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상장 계열사보다 일반에 공개되는 정보는 적지만 유심히 살피면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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