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당면해 자녀리스크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노후자금에 대한 대책도 없이 자녀 관련 비용을 과다 지출했는데 노후에 자립하지 못한 자녀의 생활비까지 떠안게 된다면 그 생활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야말로 자녀리스크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연초 미국 CNN방송이 중국 민간 싱크탱크 위와연구소가 발간한 ‘2024년 중국 양육비용 보고서’를 인용, 세계 주요국의 GDP 대비 0~18세까지의 자녀 양육비 비율을 보도한 바에 의하면 세계 1위는 한국으로 7.8배였다. 2위는 중국 6.9배, 3위는 이탈리아로
6.3배. 참고로 미국은 8위 4.1배, 일본은 7위 4.3배였다. 비율 계산 방법 등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소득대비 자녀양육비를 과다하게 지출하고 있는 상위 몇 나라 중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이렇게 과다하게 지출하고 있는 자녀양육비가 자녀들의 자립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73%(2023년)인 점을 고려하면 대졸취업률이 중요한 자립지표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 2023년 2월 대졸자의 취업률은 70%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에서 입대자, 대학원 진학자 등을 제외하면 실질취업률은 60%대로 낮아질 것이다.
2023년 3월 일본 대졸자의 취업률이 97%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알 수 있다. 이런 취업난의 영향이겠지만,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3년 8월 현재 일도 없고 일을 찾을 생각도 안 하는 이른바 ‘그냥 쉬는’ 20·30세대는 67만3000명에 이른다. 이 중 63%에 해당하는 42만8000명은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전체로는 그 숫자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취업난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도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부모 입장에서 이와 같은 자녀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켜 일류대학에만 보내려 할 게 아니라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확실하게 자립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 교육을 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평생 부모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얹혀살면서 폐를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경제적 자립이란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 자신을 맞추어 넣는 능력을 기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절약’이다. 지난 30~40년 동안 우리가 고성장시대, 아주 특별한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아낀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우리에게 낭비 요인, 거품 요인이 너무나 많다.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 자신을 맞춰 넣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의식의 자립’이 선행돼야 한다. 의식의 자립이란 진정한 자립의 걸림돌이 되는 세상의 그릇된 풍조나 관습에 자신의 의식이 종속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그릇된 체면문화가 지배를 하고 있다. 중산층의 기준을 봐도 아파트는 30평 이상, 자동차 2000cc 이상, 예금잔고 1억원 이상, 해외여행 연 1회 이상 등과 같이 남의 눈을 의식한 기준이다.
반면에 지금 선진국에서는 작은 집 갖기 운동 즉, 스몰하우스 운동이 일고 있다. 선진국에서 중산층이라고 하면 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페어플레이를 할 것, 정기적으로 비평지 하나 정도 받아볼 것 등과 같이 ‘내면으로 성숙한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강창희 행복 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